마라탕이라~
1.
마라탕.
가운데 글자인 '라'에서 웃었다. 재미있는 소리내기이다.
'라'는 본래 '매울 랄'의 한자어이다.
요즘 길거리를 가다 보면 ‘마라탕’이라는 중국 음식(?)이 있던데 말이다.
간판을 보니,
痲辣湯(저릴 마, 매울 랄, 끓일 탕)이라고 쓰더라.
매워서 얼얼하다는 말이겠지. ㅎㅎㅎ
오호!!
어제 저,
마라탕 먹었는데요!
그래..? 매우 맵다더라. 그래, 무서워서 먹어보진 않았다.
먹을 만하더냐?
아하
안 매운 걸로 시키면 돼요. ㅎㅎㅎ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그래,
‘마랄탕’을 ‘마라탕’으로 읽는 것은,
본음, 속음 등을 소리를 내기 쉬운 방향으로 언어습관이 굳어,
그에 따라 적는 법칙이겠지.
예를 들어 시월, 유월, 초파일, 시방세계, 소나무, 바느질
(본음은 십월, 유월, 초팔일, 십방세계, 솔나무, 바늘징)
등으로..., 읽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옛 경전들은 전부 외워서 전하니,
말하기 쉽게, 즉 발음하기 편하도록,
이렇게 속음으로 읽고 외우는 것이 편하겠지?
글겠쥬우!
2.
그런데 본음과 속음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요?
어, 본음(本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래대로 소리 나는 음을 말하고,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부 단어에서 굳어져 쓰이는 음을 말한단다. 속(俗)은 세속을 말하지.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언어습관에 의해 소리 나는 음을 말하지.
3.
자, 길어지겠지만 덧붙인다.
흔히 우리말은 형태소에 유의한 맞춤법을 살피고, 단어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여 띄어 쓰기를 잘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은 소리 문자인 데도 소리와 표기에 꽤 두꺼운 벽이 있다. 그 벽은 유음, 비음, 장음, 평음, 경음, 격음 등 자음의 특성, 자음과 모음 사이의 틈, 모음과 모음의 틈이 꽤 두껍다.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제대로 맞춘 언어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 '마라탕'의 경우 언어문화의 습관화에 따른 법칙이 작용한 것이다. 언어의 편리한 사용을 좇아 행하는 언중(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군중)의 언어 굳히기에 따르는 것이다. 간편하게, 언어 사용에도 에너지의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이면서 쉽게 소리 내는 현상을 좇아 정착시키는 것을 국립국어원(한글학회?)에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맡아 연구하는 분들이 정식 맞춤법으로 법제화를 하게 되는 거다.
위의 '마랄탕'이 '마라탕'이 되는 경우의 법칙을 '활음조 현상'이라고 한다. 활음조(滑音調) 현상이란 한 단어 또는 두 단어가 이어질 때 인접한 음소(音素)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음의 변화를 일컫는 것이다. 발음하기가 힘들고 내놓은 소리가 듣기에 거슬릴 때 어떤 소리를 더하거나 바꾸지. 발음하기 쉽게, 그리고 듣기에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소리가 되게 하는 음은 현상이란다. 즉 읽기도 듣기도 더 좋은 쪽으로 읽고 쓰고 표기하기로 한 약속이다.
여기에는 모음조화나 자음 동화 혹은 두음 법칙 등이 있으나 관련 내용이 있을 때 각각 다시 들먹이기로 한다. 수락(受諾), 쾌락(快諾), 허락(許諾)으로 락(許)이 발음되는 것처럼 승낙(承諾)도 본래 승락(承諾)으로 발음해야 할 것을 승낙(承諾)으로 발음하지.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대로(大怒),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로(怒)처럼 분노(忿怒)도 본래 분로(忿怒)로 발음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소리 내는 데에 힘이 덜 들고 더 부드럽게 발음 가능한 분노(忿怒)로 하지.
너무 길어졌구나. '활음조 현상(滑音調: euphony, 유포니)'에 대한 또 다른 내용도 있는데, 다시 들먹일 때가 곧 올 것 같다. 아빠가 좋아하는 지리산을 가는 날에 꼭 그 내용을 이야기해 주마. 안녕.
위 1은 군에 있는 아이에게 아빠가 카톡으로 나눈 내용이다.
위 2와 3은 대면 상태라면 '글겠쥬우!'에서 끝난 아이의 응답 아래 다음 내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여겨 내가 덧붙인 내용이다.
한자 공부가 취미인 남자 덕분에 '마라탕'을 공부했다. 재미있다. 아빠는 한글 바르게 읽고 쓰기 공부의 내용을 톡으로 날리는데 젊은 아들은 '글겠쥬우'로 반응한 것에 박장대소를 했다. 젊으니까. 뭐, 나도 가끔 사용하는 방법이다.
나도 아직 일반 식당에 가서 먹는 정식 '마라탕'은 먹은 적이 없다. 소화기관 고장이 아니라면 진즉 먹었을 텐데. 평소 맵게 먹기로 소문난 나의 식습관이 소화기관 고장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어 매운 음식 섭취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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