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 '일낼라'를 내 귀로 들으면서, 화사의 '마리아'를 내 몸에 들려주면서 출퇴근을 하였다.
어제 오후 퇴근을 느슨한 보의 걸음으로 걸었다. 걸그룹 마마무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을 오후를 걸었다. 일터 대문을 나서서 유튜브 강의를 열고 들으려는 순간 지친 목의 반응이 거부의 신호를 표했다. '좀 천천히 걸어요. 머리도 좀 쉬어요. 이젠 그럴 때가 되었어요. 여러 큰 행사들 치다꺼리도 끝났잖아요. 목 좀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휴식을 좀 취해요. 이러다가 죽겠어요. 너무 피곤해요.' 맞다 싶었다. 어제까지 내내 누적된 피곤의 도가 극한에 치달은 기분이었다. 기운이 다하고 맥이 풀어졌다. 짐작하건대 힘이 다 떨어져 죽기 직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음악이라는 분야가 떠올랐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기로 하였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뭘까. 그래, 음악을 좀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자. 느긋한 여유를 실천해보자. 마마무가 떠올랐다. 며칠 전 걸 그룹 래퍼 중 가장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경연에서 마마무 문별이 굉장한 보컬 실력을 자랑했다는 연예 뉴스 제목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화사의 노래를 이미 좋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문별이 떠오르고 화사가 떠올라 퇴근길 음악을 마마무로 결정하였다. 유튜브 검색창에 '마마무'를 입력했다. 여러 개의 창이 마마무의 신곡을 들려주는 창이었다. '일낼라.' 신곡이 나왔구나. 느긋하게 걷는 중인데 신곡은 '일낼라'였다.
동참하고 싶어졌다. 신곡 '일낼라'의 가락과 리듬이 그야말로 리듬에 맞춰 걸을 수 있게 했다. 물론 이미 축 처진 몸이 몇 걸음 끝에 그에 따르기는 힘들었다. 내게도 일을 내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일을 좀 내자. 나도 일을 좀 내고 싶다. 내 생은 너무 심심해. 짠 것, 매운 것, 싱거운 것, 떫은 것, 아린 것 등 얼마나 많은 음식의 간이 있는데 왜 이토록 나의 길은 무미건조할까. 갑자기 걷고 있는 길을 끝도 없이 걷고 싶어졌다. 주야장천 달리고 싶어졌다. 거침없이 커다란 걸음보를 달고 달려보고 싶어졌다.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만큼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두 발이 로봇발 움직임 끝에 가닥가닥 고꾸라지고 쓰러질 때까지 달리고 싶어졌다. 물론 그런 마음 다짐 중에도 나는 허우적거리는 품새로 겨우 움직이고 있었다. 허깨비 모양새의 걸음걸이로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가련하였다. 어제저녁이었다.
오늘 아침은 좀 힘이 났다. 밤새 모두 다 내려놓자고 다짐했더니 제법 피곤이 풀렸다. '그래, 올 중요 행사는 거의 끝났다. 남은 올해의 날을 내 마음껏, 융통성도 발휘하고 창의성도 발휘하여 살자.' 마음먹으니 몸도 좀 풀리고 마음도 누그러졌다. 형식적인 일에는 '대충'도 용납을 하자 했다.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내게 덤비면서 명령해오는 일에는 '그럭저럭'까지 이해하고 넘어가자. 나를 다독거렸다. 심지어 내 계획하던 것들을 여러 방향으로 실행에 옮기자는 생각을 풀어놓으니 미리 감지되는 든든함이 아침 출근길을 힘차게 내딛게 했다.
유튜브로 '마리아'를 열어 이어폰으로 들었다. 그룹 마마무에 소속된 화사의 노래 말이다. 오! 몸이 저절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내 몸 저 아래 어느 곳에서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삶의 의지가 활기찬 리듬을 만들어냈다. 발가락이며 손가락의 끝, 온몸 모세혈관까지 전달된 리듬이 오스티나토 기법으로 움직였다. 힘이 샘솟는 듯한 씩씩한 리듬이 반복되었다. 일정한 음의 형태였다. 오선지에 내 몸에 이는 가락과 리듬을 그리래도 충분히 옮길 듯싶었다. 같은 성부를 형성하였고 똑같은 음높이에 맞춘 리듬이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징조를 지닌 음악이었다. 날아갈 듯 앞을 향해 걸음, 걸음을 내디뎠다. 걸음 위에 실린 정신도 맑은 상태가 되었다. 순수 절정의 다이아몬드 결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정육면체 각 면의 중심에 입자들이 오도록 배열되는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가 일정한 길이의 움직임으로 나의 정신을 이끄는 듯싶었다.
마마무를 알게 된 것은 '불후의 명곡'이었다. 토요일 저녁 초입 시각에 방영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꽤 보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전설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출연한다거나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틀림없이 시청하려고 한다. 나는 참 힘 있는 여자이다. 토요일 저녁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니. 여유라기보다는 다 살았다는 것이 옳으리라. 다 살았다?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통념상 말이다. 이젠 나만 돌보면 된다. 된다? 사실은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언젠가 들먹인 적이 있다. 99세 할아버지가 77세 아들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인간사이지 않은가. 인간인 이상,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필수 책임에 필요한 요소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 치고. 불후의 명곡을 보면서 참 노래를 잘한다고 느껴져 관심 있어하던 차였다. 이 그룹 인물 중 나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마마무 중 화사를 진지하게 만났다. '나 혼자 산다'이다. 먹방이니 건강한 몸이며 정읍 시골 처녀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그랬다. 끌렸다. 요즘 같은 세상에 유명 연예인 딸을 두고도 얼굴을 내밀지 않은 화사의 어머니, 그리고 부인 역까지 열심히 해내는 소박한 시골 농부 아저씨인 화사의 아버지. 모두 마음이 넉넉한 듯싶어 정이 갔다. 수능일에 내 길은 공부와는 상관없다고 잠을 자더라는 화사의 통 큰 인생 추구는 더 좋았다. 그런데 가수이다. 가수는 가수이다.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화사는 노래를 참 잘한다. 하여 나는 화사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녀 화사의 솔로곡 '마리아'로 나를 붙잡았다. 일단 노래를 정말 잘한다. 노랫말도 좋더라. 리듬이며 가락 등 나무랄 데가 없더라. 그 노래의 노랫말에 실린 분위기를 드러내는 데에 그만한 음악이 없더라. 딱 '마리아'에 맞는 '마리아'였다.
적어도 이번 주 출퇴근길은, 적어도 두세 번씩은, 화사의 '마리아'며 마마무의 '일낼라'를 들을 것이다. 음악이 나를 살게 한다.
오늘 일터 행사로 단풍놀이를 다녀왔다.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과 둘레길을 걸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만 아침 일기 단속 시간이 너무 짧아졌다. 아마 글이 엉망이리라. 일단 올린다. 그리고 일단 자자. 자자. 자자. 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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