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서 유튜브 '수면 명상'을 아웃시키고는 다른 곳을 클릭했는데 '미 연준 블라블라'이다. '미 연준'이고 뭐고 오늘은 신나는 날이다.
오늘 내 책임 하에 해야 할 업무의 양이 엄청 적다. 얽매어 함께 뛰어야 하는 시간은 분명 맞지만 내가 주도하는 일이 아닌 일정이 짜여져 있어 같은 공간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이런 시간도 마련되는구나. 가뿐하다.
알람 이후 15분만 바둥거렸다. 철갈이를 하지 않은 채 덮고 있는 침구를 걷어차고 일어나서는 바쁘게 움직였다. 일단 이불속을 탈출하면 만사형통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출근 준비 일정이 진행된다. 아침 식사를 멈춘 후로는 '순식간'이다. 맹물 세수에 스킨, 로션, 앰플, 비비크림만 대충 바르면 끝이다.
일곱 시 십분 전쯤에 뻐꾸기의 큰 바늘이 위치해 있다. 잠깐 베란다 문을 열어 기온이 내뿜는 기운을 점검했더니 무더위가 이미 공중을 점령한 듯하다. 피부가 짜증을 낸다. 긴 머리카락이 지겹다며 귀 끝에서 쟁쟁거리자 두 귀는 내 살갗에 의지하지 말라며 머리카락을 팽시킨다. 어디로 가라고. 차라리 싹둑 잘라? 못생긴 두 귀녀석들, 귓불 벌게진 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세상에 내놓게 해? 일단 그 시점에서 답을 얻을 수 없는 내분은 거기서 멈추기로 하고. 자, 진짜로 필요한 것이 뭐지?
선글라스를 꼭 써야 되겠다. 새벽 햇살부터 거칠게 내 맨살을 강타한다. 선글라스를 챙긴다. 가녀리고(?) 연약한 피부를 가진 데다가 피부를 위한 어떤 열성도 부리지 않는 생활이므로 태양으로부터의 차단은 철저하게 하려고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피부 보호하기 정도에서 내 외적 미를 위한 일은 끝이다.
이어폰도 챙긴다. 어제 난리법석이었다는 주식 시장을 살짝 엿보려고 유튜브 '삼프로'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정 프로(삼프로를 진행하시는 정영진 선생님)의 음성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일곱 시 이전임을 확실하게 확인한다. 미국장을 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곳저곳에서 '미국'의 글로벌한 욕망사를 듣고는 정이 많이 떨어져 있다. 심지어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범에도 자국 이익을 위한 걸음 조절을 하고 있다는 말에 몸서리가 쳐졌다. 확실한 내용은 바이든 할아버지가 내게 말해주질 않으니 알 수 없지만 진즉 이와 유사한 행보를 읽고 확인하곤 했기에 이 내용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음을 확신한다. 어제 삼프로에서 들은 '레이 달리오'의 인터뷰. '최강국도 순환한다. 원리가 있다. '는 식의 내용이었으리라. 제발 국제 상황이 좀 크게 변했으면 싶다. '평화' 안에서. 이 얼마나 순진하면서도 멍청한 말이냐만은. 희망사항이다. 출발. '분노'를 밟으면서 걸음을 내딛는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항하고 저항할 수 있는 어떤 힘도 내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분노'하는 데에서 내 일은 멈춘다. 서럽고 슬프고 아프다. 매사 그러하다. 단지 이 경우 뿐만이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아, '아니다 생각되면 분노하라'지만 오늘은 그만 분노하고. 오늘은 가볍게 눈앞의 일에 대처해나가면서 곧 있을 '큰 일'에 대한 준비를 좀 느긋하게 하기로 하자. 무엇보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하자. 어서 집에 가 '히스 레저'의 영화 속 모습을 제대로 좀 그려보자.
두 편의 아침 일기는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 혹 두 통을 써야 할 날에는 7시 이전에 일터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아침을 진행시키기로 한다. 적어도 여섯 시 삼십 분에는 일터에 도착하여 컴퓨터 앞에 앉기다. 그렇담 오늘 저녁 시간은 일곱 시 이전에 반신욕에 입수하여 아홉 시 삼십 여 분에는 욕조에서 나오기다. 머리 말리기는 열한 시까지는 완성하기. 종일 바쁘겠구나. 이 바쁨도 '행복'의 한 순간이라 치고.
'오늘 하루도, 알차게, 열심히 보냈다'라고 뒤돌아볼 수 있는 하루를 살자. 상식 선이고 일반적이지만 이런 것들이 진짜로 중요하더라.
대체 이게 아침 일기인가 싶다. 오늘 아침은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출발했지만 어제 남겨둔 '아침일기 2'를 쓰느라 정작 오늘 일기를 올리지 못했다. 아침에 써뒀다가 퇴근 후 제대로 살을 붙여 내놓는 것이다. 덕분에 종일 지낸 하루 일기 내용이 추가된다.
정홍일의 노래 모음을 듣다가 이젠 최성훈으로 옮겨와 있다. 카운터 테너. 최성훈. 어디 숨어 있었는지, 왜 나만 몰랐는지. 역시 JTBC 오디션 '팬텀싱어' 에서 그를 만났다. <Io Ti Penso Amore>를 부르고 있다. 저 목소리 위에 잠이 들면 숙면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퇴근 시각을 훨씬 넘어선 시각. 밤을 지내고 한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에베레스트 등반인 듯 머리 무거운 일이다. 물론 아주 조금 쉬긴 쉰다. 히스 레저도 그리고. 잘 자고 또 내일 아침이 오면 열심히 출근을 하여 아침 일기를 쓰자. 싱싱한~
여전히 최성훈이 부르고 있다. '연속 재생'이다.
<Io Ti Penso Amore>
내사랑, 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반작이은 햇살이 바다 위에서 부서질 때면
내 사랑, 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달빛이 샘물 위에서 반짝일 때면~
얼마나 충만한 서정이냐.
내게도 이런 생의 진행이 있었던가, 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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