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이므로 아침 시간이 미끄러지다.
- 오후에 쓰는 오늘 아침 일기 22년 6월 23일
며칠 해냈던, 그것도 '축적된 습관'이라고 이 찜찜한 기분은 뭘까. 아침 일기를 제 때 쓰질 못했다. 오늘 내 일터 업무 수행에 '구멍'은 못 쓴 아침 일기 때문이리라.
하루가 '눈 깜짝할 새'의 2분의 1 지점'의 속도로 날아가버린 듯하다. 인간 지대사 자연의 섭리에 기꺼이 순응하면서 사는 것. 인간살이를 잘 아는 바 꿍한 천기로 인하여 내 몸은 이불속 '꼼지락 기행'을 어제의 두 배 이상 하게 되었다. 출근 시각은 일곱 시를 이미 넘어선 시각이었다.
바쁜 마음에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색조만으로 '비'를 직감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우산을 준비해서 출발했다. 건물 출입구를 나서니 순간 불어오는 바람이 '아차!'라는 불협화음 류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지식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일상에 관한 사항이었으므로 재빨리 '재킷 부재'를 실감했다.
이렇게나 습기가 기운차게 공중을 지배하는 날 내 사람들은 분명 '강력 냉방'을 가동할 터, 요가복 상의에 멜빵 치마의 가벼움은 땡땡 얼어붙을 몸뚱이가 되어 하루가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일단 나왔다. '이미 지나온 길'을 그럴싸한 이득이 없이 '되돌아가기'에는 '본능적으로' 익숙하지 못하므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걸었다. 제법 걸었다. 한번 뇌리에 내려앉은 생각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어쩐담, 더군다나 오늘 대중이 실내에 운집(?)하는 시간이 있는데 밀도 높은 인구는 실내 냉방의 온도를 적어도 2, 3도 더 낮추게끔 요구할 터인데. 결국 회귀하였다.
오던 길 다시 돌아서 집으로 들어갔고 바쁘다 싶으면 으레 하는 습관 그대로 운동화를 싣고 거실을 걷고 침실도 걷고 옷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는 공간까지 침투하였다. 구깃구깃 쌓인 옷들 저 아래, 재킷이 온몸을 웅크린 채 저린 몸을 싸안고 자리하고 있었다. '휘익', 내 손에 낚아 채인 채 내 출근용 빅백에 쑤셔 넣어졌다. 이제 지름길로 달린다.
빗방울은 그쳤지만 일부러 커다란 지붕의 우산을 펴고 달렸다. 일터에 도착한 시각은 일곱 시 사십 분을 넘어섰다. 아침의 내 눈을 제대로 뜨게 하는 커피가 있는 일터 카페도 지나쳤다. 문제는 오늘 행사를 벌릴 내 일터 공간이었다. 어제 오후 일터 동료들은 모두 퇴근한 뒤 한 시간 여 움직여서 말끔하게 단장했다고 생각했던 곳. 오늘 아침 새 눈으로 보니 쌓인 먼지며 땟국물 응집된 흔적이며 불필요하게 놓인 물건들 등이 엉망진창이었다. 바삐 움직였다.
시곗바늘 둘은 내 몸놀림보다 더 빠른 광속도로 달렸는지 내가 생각한 시각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내 업무의 공적인 시작 시각에 이미 가까이 가 닿아 있었다. 아침 일기는 내 바쁜 '일터 공간 수선(바로잡기)'을 위한 몸놀림을 추월하여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렸다. 아웃! 그래, 이젠 오늘 있을 '대중 앞의 공적 행사'가 문제다. 마음을 다스리자. 차분히, 차분하게!
그리하여 하루 업무를 마치면서 이 글을 쓴다. 쓰고 나니 지나간 오늘 하루가 다시 보인다. 구석구석 내 꼼지락이 삽입되고 즐거이 참여해 준 '22. 내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식석상의 시간은 충분히 건강한 것이었다.
내 일터의 하루여, 안녕!
비 속을 걸어 우중중한 하늘이 선사하는 음울함까지 맛있게 섭취하며 걸으리라. 기꺼이! 퇴근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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