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없이 출근하다.
아침이 바빴다.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을까. '일곱 시 이전'에 출근길 집을 나서기. 일곱 시 7분 전. 시작은 좋았는데 현관을 막 나서려는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늘 일터로 가져가야 할 것을 미처 챙겨놓지 못했다. 오늘은 꼭 가져와야 했다. 내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게다.
"내 것이 없어졌어요. 어떻게 해요?'
물어오자 내 단단히 답을 했다.
"허술해서 빼 없앴다. 온전한 것으로 교체해줄게"
허전해 있을 마음들을 다독인 것이 나흘 전이다. 오늘은 꼭 가져가야 한다. 운동화를 신은 채 거실을 걸어 베란다고 나아갔다. 파리바게트에서 건너온 롤빵 봉지에 스윽스윽 뽑아 집어넣었다. 내 삽목으로 탄생시킨 생명체들. 화초들. 어제 그제는 대체 뭘 하느라 준비해놓지 않았을까. 오늘의 후회 1.
일곱 시를 넘어섰다. 떠억 여전히 거실을 지키고 있는 시계, '뻐꾸기'는 큰 바늘이 12를 한참 넘어서서 10에 가 닿아 있었고 작은 바늘은 7을 이미 넘어선 후. 이 한여름에 겨울 기온으로 변신하는 실내생활을 위해 준비한 재킷을 꾸깃꾸깃 가방에 집어넣고 파리바게트 롤빵 봉지를 움켜쥐고서 현관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저 위에 위치해 있었다. 1분 넘게 움직이질 않았다. 더 이상 상승이 필요 없는 위치에 있는데 구시렁구시렁 사람들 소리만 오가고는 하강이 절실한 시점에 서 있는 이를 나 몰라라 했다. '기호'이니, '신호'로 진행되는 현시대, 분명 저 최고층 저곳에서도 내 존재를 의식할 수 있을 텐데 저들은 속된 말로 '나'를 쌩 무시하였다. '우 씨~' 정도 내 입에서 내뱉어질 즈음 드디어 하강. 엘리베이터가 꽉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내 형식적인 인사에 더 한 형식의 틀에 박힌 인사말로 답하면서 나를 훑어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이의 눈빛도 그랬다. '처음 본 사람이군.'
우 씨. 아파트 쪽문을 나서 일터로 향하게 된 시각은 무려 일곱 시 삼십 분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걸음걸이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 항아리 풍의 롱 원피스 아랫자락을 잡아 올리면서 걸었다. 거의 경보 수준으로 걸었다. 아파트들 사이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머리가 뿌했다. 산봉우리의 라인이 안개에 묻혀 있었다. 재빨리 걸으면서도 그 광경을 필름에 담았다. 한 컷만 하던 것이 무려 다섯 컷이나 담았다. 딱 다섯 컷으로 오늘 내 출근길의 자연 감상은 끝이 났다.
일터까지 오는 길의 오늘은 '풍경이 없는 출근'이었다. 며칠 재미를 봤다고 어서 일터 컴퓨터 앞에 앉아 아침 일기를 쓰고 싶었다.
'풍경'이라는 것이 매일 같은 길을 가는데도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풍경'은 독점 권력이다. 어느 날 하루도 어제와 같은 날이 아니어서 매일 아침 나를 휘어잡는다. 내 심사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었던 듯 '풍경'은 매일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심지어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는 반려견의 동그란 똥덩어리마저 새롭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풍경'속에 입실해 있는 '대자연'의 소소한 장난이 그중 가장 크게 매일 아침을 걷는 이에게 '다름'을 선사한다. 그래, 결국 지배자는 '대자연'이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 한 것이다. 일터 컴퓨터 앞에서. 말하자면 오늘 아침은 '아침 일기'를 어서 쓰자는 욕심에 '풍경'이 없이 걸었다. 여유를 찾자. 풍경도 무시하면 진짜로 자연이 나를 후려칠 것이다. 사는 것처럼 살아가라고.
아, 길어졌다. 더군다나 다른 날보다 이십여 분 늦어진 오늘, 아침 일기를 이리 겁도 없이 쓰고 있다. 진짜 하고 싶은 오늘 아침 출근길의 이야기는 퇴근해서 해야 되겠다.
월요일이 한 주일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힘을 내자.
일기는 아침에 썼으나 올리는 것이 하루를 정리하면서 ~
바빴다. 정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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