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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반성한다.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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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이다.

어제 생각했던 목표 달성. 일곱시 삼십 분이 되기 직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기쁘다. 

 

 

감히 떠오른 태양을 바로 처다보지 말라. 이 줏대없는 자여!

 

 

 

고백하자. 

요즘 내 블로그에 늘 들어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고 얼마나 한심스러울까 싶어 참을까 했다. 그러나

'뒤끝없는 사람인 나다. 고백하자.'

고 방향을 틀었다. ㅋㅋ.

 

며칠 전 '하루 한  끼 먹기'를 신중하게 계획하여 실천하려는 뜻을 담아 글을 썼다. 이름하여 '루틴'으로 선포하였다. 하나 제대로 된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제, 느그적거리다가 퇴근 시각을 훨씬 넘어 집엘 도착했다. 옆지기가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하면서 부엌에도 일을 벌려 놓고 있었다.

'해삼'을 데치고 있었다. 해. 삼.   

해삼이라니! 내 좋아하는 해삼!(내가 못 먹는 게 있느냐마는~)

 

"어쩌고 저쩌고 누가 어찌어찌 해서 해삼을 주더라. 급한 술 약속이 있으니. 나간다. 살짝 데쳐 놓았으니 먹어라. "

 

약 3분 고민을 했다.

"에구머니나, 이를 어쩐다. 어쩌자고 이런 일을 하신담. 내 굳은 맹세를 여러 방법으로 건네는 데도 어쩌자고 못 들은 체 이러는 것인가. 그래, 역류성 식도염. 모른다. 당신은 모른다. 내 늘 말하지 않는가. 티끌만한 뾰루지 상처도 상처이다. 상처는 당사자만 안다. 늘 외치질 않았는가. 그렇담 하소연하는 이의 심정을 굳이 백번 천번 헤아려보질 않아도 느껴야 하지 않는가. 이 맛있는, 내 좋아하는 것을 딱 먹기 좋게 해서 멋있게 차려 내놓으면 이를 어찌 한담."

먹었다. 요즈음 유행이라는 막걸리를 주재료로 한 초장도 고운 접시에 내놓아져 있엇다. 젓가락에 상추 겉저리까지. 상추 겉저리는 안 잎 입 속에 넣어보니 요즘 내 추구하는 '저염식'으로 삼삼하다.

와우! 해삼이구나. 해삼. 

지근지근 밟혀지고 이그러진 내 영육은 겁없이 해삼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식당 해삼 모양새를 떠올리지 말라. 덩어리 째 살짝 한 몸 담궜다 꺼낸 해삼은 먹는 것에 환장해 있는 인간의 입을 위해 기꺼이 제 한 몸 투사할 양 누워 있었다. 마구마구 먹었다. 술 비린내 살짝 품기면서 쉰 냄새를 더한 막걸리 초장은 기묘한 기운으로 내 입 안을 꽉 채우는데 술에 취한 듯 느끼게도 하고 세상과의 회포를 푼 자리 위에 앉아있는 듯한 신묘한 정분을 혀의 미각세포 위에 뿌렸다.

이러니 탈이 안날 리 없다. 먹다 보니 양이 많다. 먹다 보니. 먹기 시작할 때는 '적당량'이었는데 먹다 보니 엄청난 양이다. 모두 먹었다. 순식간에. 해삼은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내 배 속에 안착하였다. 내 배 속 내장들은 혼돈스러움의 극에 다달았고 발버둥을 쳤다. 사지 축 늘어뜨린 채 오두방정을 넘어선 진지한 반응으로 뇌세포들을 사방에서 후려쳤다.

"한계를 넘어섰소. 내가 소화시킬 수 있는 함량을 넘어섰단 말이오. 주인이시여, 이게 또 뭔 일입니까요. 제아무리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이라지만. 주인이시여. 당신의 계획에 의하면 우리들, 당신의 내장 세포들은 분명 이 시각에 여유로운 휴식에 도취된 채 릴렉스 만땅이어햐 하는데 이게 뭔 일이란 말이오."

이를 어쩐담. 어쩌자고 그 많은 양을 다 먹었느냐 이 바보야. '엎질러진 물'이라는 속담이 있는 이유였다. 

최근 실내운동에 소홀해졌다. 연필 소묘를 하다 보니 퇴근하면 온통 그리기에 매달린다. 그도 많지 않은 시간이어서 내심 바쁘다. 결국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습관은 나를 의자에 앉게 했고 배 속은 계속 난장판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내 내장들은 곧 고개를 수그렸다. 투덜투덜. 뜻대로 되지 않은 그림을 탓하느라 제대로 몸 풀기도 하지 않아 비틀어진 채 쓰러진 내장들을 쓰다듬어 주질 못했다.

열 시가 넘어 들어온 사람. 나는 반신욕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반신욕을 하면 입술 안까지 초 고밀도로 꽉 찬 뱃속에 여백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현관 중문 열리는 소리가 희미한 실루엣으로 보이고 옅은 걸음걸이 후 욕실 문이 삐걱 20도 정도 회전하더니 문 밖에서 말한다.

"아니, 세상에나! 그 많은 해삼을 다 먹었어?"

"다 먹으라던 것 아니야? 식탁에 차려서 내놓으니 다 먹으란 것인 줄 알았지. 말을 하고 가지."

모두 먹고 엄청 헤매고 있는 내 내장들의 '극심한 공포와 불안'은 표명하지 않았다.

 

반신욕을 마치고 여전히 물에 젖은 상태의 긴 머리카락을 마녀처럼 흔들어대면서 식탁 쪽으로 가니 음식이 담겼다가 사라진 흔적을 담은 접시 한 장에 수저 한 쌍이 담겨 싱크대에 있다. 술 기운에 푹 젖어 들어온 사람은 벌써 '푹잠'을 취하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운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머리 말리느라 요란을 떨고 있는 여자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다. 저 얼마나 부러운 생이냐. 마음만 먹으면 3분 내에 성공하는 잠들기의 삶. 무슨 복을 저리도 많이 받았는지. 왜 '나눔'은 허용되지 않는가. '수면 습관 나눔'

 

하여, 내 '하루 한 끼 먹기' 운동은 심심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여기 블로그의 몇 댓글은 물론 내 계획을 전해 들은 후배 등 주변 인물들도 고개를 흔든다. 고려해 볼 참이다. 양심상 일단 오늘은 꼭 실천하기로 하고! 그렇담 어서 카톡을 보내야 되겠다.

"나, 오늘 저녁은 절대로 취하지 않겠소. 혹 내 좋아하는 산 낚지, 세발낚지를 누가 주면 미리 알리시오. 고것들, 고 맛있는 것들, 이미 다른 사람의 입 속에 입실이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퇴근하겠소."

나, 이리 줏대 없는 인간이었구나. 반성한다. 

어젯밤 영화 '다크 나이트'의 '히스레저' 그리기를 끝냈다. 아니 멈췄다. 내 그림 그리는 습관을 많이 반성했다. 그러나 '도전'삼아 나는 계속 내 방식대로 그릴 것이다. '눈대중'으로 그리기. 과학적, 수학적인 계산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바로 그리기. 여기에 대해서는 수일 내에 글을 좀 써 보자.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다음 주부터는 8시 이전에 아침 일기를 끝내도록 해야 되겠다. 원활한 내 일터 생활을 위해서. 

팬텀싱어, 이동신 곽동현의 '카루소'도 이제 멈춘다. 둘은 연속 재생으로 계속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어쩌자고 저렇게 노래 잘 부르는 이동신과 곽동현은 인기를 얻지 못하느냐.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엔리코 카루소'의 생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고 싶다. 

 

새 날의 시작이 '반성'이다. 괜찮다. 마음 가벼워진다. 

오늘, 세상을 사는 이들이여, 모두 흠뻑 젖자. 기쁨에! 오늘은 더욱이 금요일이지 않은가. 이름하여 '불금'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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