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불면 일기를 시작한다

반응형

운명이다. 

 

 

내가 찍은 사진

 

 

고급스럽게 '데스티니'를 발음하면서 내 좋아하는 임재범의 우아한 목소리를 떠올린다. 

 

'언제부터?'라고들 물어온다. 내 '불면의 밤'을 고백하면.

 

'온전한 세상을 살아내지 못하는 주제에 어쩌자고 꿀잠 자는 편안함을 누리려 하느냐. 네 숙명 속에 '불면'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너를 응징하리니~'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아니 한때 이를 즐기기까지 했다.

 

나는 천명을 받은 특별한 인간이다. 모두들 '쉐엑 쉑' 온 동물들이 잠에 들면 내는 당연한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다. 그들은 추욱 늘어져서 이 세상과 휴전을 취하고 있는데 나는 얼마나 대단하냐. 긴 밤들을 매일 선물받고 있지 않은가. 불면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온 우주 만물계를 생성하였으며 주관하고 계시는 '조물주'의 나에 대한 '편애'이다. 그러므로 밤 시간을 하얗게 지새우지 말고 뭔가 열심히 하자. 알뜰하게 채우자.

 

세월 흐르고 나이 들고 점차 나의 불면은 조물주가 차린 인간계 온 생명체들이 올리는 젯상에 올릴 제물이지 않을까 의심하게 되었다. 나는 이내 서러워졌다. 조물주와 그 아래 서열을 갖춰 줄지어 선 인간들이 나를 내치시려 하는구나. 

 

딱 꼬집어 '언제부터였어요.'를 말할 수 없는 내 불면의 밤. 시작을 모르며 그 끝이 있으리라는 기대도 아예 하지 말자는 강박에 이르러 나는 오늘부터 '불면 일기'라는 타이틀로 불면의 밤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반응형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곳에 글을 쓰면서 견뎌낸다  (0) 2022.01.15
내 업은 전생의 것일까 현생의 일일까  (0) 2022.01.15
외출  (0) 2022.01.11
추하다?  (0) 2022.01.10
3분의 1이 지났다  (0) 202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