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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빈속에 원두커피를 마시는 아침이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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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에 원두커피를 마시는 아침이 참 오랜만이다.

 

 

물론 이런 거창한 커피를 마신 것은 아니다. 일회용 포로 된 원두 커피를 마셨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긴 시간의 공복. 아침잠을 깼을 때이다. 새날을 맞이하는 순간, 첫눈을 떠서 우주의 기운을 맛보는 한 지점. 매일같이 함께 하는 습관이 내게 있다. 긴 밤, 긴 호흡의 어둠을 지켜내느라 온 힘을 소진한 내 육의 온갖 기관들을 쓰다듬는 방법이다. 나만의 나를 만나는 방법이다. 일급비밀일 수도 있는 습관을 과감하게, 겁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이 아침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져서이고 오래간만에 맞는 평온이기 때문이다. 

 

 

저기, 항아리의 푹 패인 벽처럼 아침이면 푹 꺼진 복부를 만지는 기분이 참 좋았다. 텅 빈 뱃속이 가뿐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첫눈을 뜬 순간, 가만 오른손과 왼손을 포개어 주변 산재해 있는 훈훈한 기운을 다 모은다. 오른 왼, 한 층 그 위에 두 층을 쌓아 올려 배 위에 올린다. 배, 복부 말이다. 그때, 볼록 항아리 움푹 파인 내면의 골처럼 쑥 들어가 있는 복부의 표면이 느껴진다. 복부 경사진 면은 양 손바닥으로 어루만진다. 만지면서 두 손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이 참 좋다. '좋다'라고 표현하는데 아쉬움이 참 크다. 사실은 어떤 낱말이 어울릴까 꽤 고민했다. 결국 '좋다'에 멈췄지만.

 

 

예전에는 이런 상태 정도 되는 복부였으리라.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매끈하다. 깨끗하다. 간결하다. 단정하다. 깔끔하다. 야물다. 알뜰하다. 이 모든 낱말의 의미가 모인 중후하고 우아한 힘을 지닌 낱말을 찾느라 몇 분을 또 소진하였다.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첫눈을 뜬 새벽녘에 손바닥으로 느끼는 첫 촉감의 기분을 나는 푹 꺼진 내 복부를 만지면서 깨닫는다. 

'그래, 오늘도 알차게, 무엇인가를 담아낼 내 몸뚱이여, 고맙네.'

최근 몇 해 들어 그 사랑스러운 촉감의 농도가 많이 약해졌다. 살아낸 햇수가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육체의 반응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복부의 푹 꺼진 정도, 많이 얕아졌다. 자그마한 동산을 올리려 드는 듯 나의 복부 표면이 도톰해져가고 있다. 동실, 산이 생기고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매일,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다. 예전 같으면 끼니를 취하는 시각 이후에나 그럴까, 곧 푹 꺼져 회오리 져 있는 배로 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쉽게 원상 복귀를 하지 않는다. 몇 해, 몇 달 지난하게 배부름 현상이 지속되더니 이내 옛 시절에 보여주었던 배 꺼짐 현상은 영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오늘, 머뭇거림없이 아침 커피를 택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딱히 특별한 기준을 마련해서 호불호를 적용하지 않았다. 뚜렷이 구별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터 카페에 있어서 마신다. 믹스가 아니라는 것만 기준이다. 그러고 보니 일터의 아침에 내가 내 일터의 방에 들어서서 첫 입맛을 두드릴 수 있는 커피믹스와 디카페인, 둘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담시 이런 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떤 이유에서인지 단맛을 좇는 습성이 내게는 굳어져 있다. 속과 겉 구별 없이 말을 나누면서 사는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내게 던지는 말이 있다.

"누가 너 단맛 찾는 것 보면 쫄딱 며칠 굶다가 어느 날 문득 설탕 밥 말듯이 설탕을 퍼부어 만든 단팥죽으로 끼니 잇는 사람인 줄 알겠다. 어휴. 적당히 단맛을 찾아라. 네 몸 아무렇지도 않으니 상관하지 말라고 하면 할 말 없다만, 늙어봐라. 이 병, 저 병. 낫살이나 먹으면 지어놓은 집 찾아오든 찾아드는 질병들이 생겨난다. 미리 조심할 일이다."

하여 얼마 전부터 커피를 마실 때와 팥죽을 흡입(엄청 좋아해서 특별히 흡입이라 표현한다.)할 때면 특히 찾는 단맛을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당장 아침 커피에서는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 오늘 아침은 어렵지 않게 단맛 더하지 않은 커피를 챙겼다. 

 

어제저녁 남자 없는 혼자 먹는 밥이어서 먹는 양이 적었다. 나 혼자 먹으면 아무렇게나 있는 음식 몇 조금씩 더하여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한다. 먹는 양이 적다. 어제 아침 측정한 몸무게에 놀라 저녁 식사 후 두 개의 영화를 보면서 열심히 실내운동을 했다. 오늘 아침 복부와 만난 손바닥의 촉감이 꽤 괜찮았다. 어제보다 훨씬 나았다. 젊은 시절 만났던 최고의 감에는 반도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들어 제법 괜찮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기쁨 가득한 화요일을 만들라는 문구의 어떤 이가 올린 댓글로 기분이 참 좋다. 그래, 파이팅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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