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제와는 많이 달라진 자기 기분을 발산하고 있다.
아침 일곱 시를 막 넘어선 시각이다.
내 견봉(어깨 봉우리- 장마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신체 용어가 되었다. ) 아래로 내리는 햇살의 리듬이 늦여름과 초가을 기류를 춤춘다. '폭염 특보'의 날에 무슨 말이냐고? 진짜로 그랬다. 일곱 시가 되기 훨씬 전, 집을 나선 출근길의 햇살은 참 다소곳했다. 단정하고 깨끗한 호흡을 생명체들에게 베풀었다.
일상생활을 하기에 안성맞춤의 대기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런 날이 일 년 내내 진행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룻밤 자고 나니 마치 계절 한 덩이가 스러진 듯 어제 느낀 것과는 다른 기온이 내게 왔다. 촉감은 참 정갈했다.
내 몸은 일곱 시를 조금 넘어 실내로 들어섰다. 실내에는 이미 냉한 기운이 뒤덮고 있었다. 새벽을 벗어나 점차 아침으로 내달리면서 기온은 더운 감을 조금씩 담게 될 것이나 내 육신은 실외 기온과의 조우 없이 봄가을 기온을 초과하여 봄과 가을의 중앙 광장을 달리고 본격적인 겨울 속으로 직행할 만큼 첨단 시스템에 진입한다. 낮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여름'은 내게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내 육신 위에 덮인 의상들은 한여름의 것이라는 것. 사계절을 부유하느라 영육이 힘에 부친다.
내 영육을 싸고 있는 의상을 살핀다.
천운(?)을 듬뿍 받은 내 신체 부피는 성인기가 막 시작되면서부터 걸치기 시작한 것들까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변을 유지하고 있다. 구입한 의상을 크기가 맞지 않다고 버릴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내 의상들 중 매우 긴 역사를 안고 있는 팔 없는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왔다. 긴 세월 동안 흐트러짐 없이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이 원피스는 일단 '가벼움'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다. 이 블랙 원피스가 참 편하다. 가끔, 아주 가끔 짙은 무더위의 여름날에 내가 사망하거든 이 블랙 원피스를 수의로 입혀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싶다. 물론 원피스에 없는 팔 부분은 희색 티가 받쳐 줄 것이므로 흑과 백의 조화가 꾸미는 내 수의는 참 고요하지 않을까. '고요한 죽음'은 내가 추구하는 죽음의 모양새이다. 가끔 내 뇌 속에 자리한 이 흑백 코디의 나를 미리 그림으로 좀 그려두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 소견을 전해 듣던 이는 내게 퍼부었다. '미쳤군. 사는 것도 힘든데, 호강에 초 쳤어' 크하하하하하~
의상도 때로 인간의 역사다.
어쩌자고 글이 여기까지 왔는가. 출근 후 실외로 다시 나간다는 것이 참 어색하다. 요즘 같은 날씨는 오전을 지나 정점의 한낮을 뛰어 올라서게 되면 무더위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축적'이 낳은 효과로 하루 중 최고의 기온이 제 시간에서 두세 시간을 밀려 나타나고 그 연장선상의 내 퇴근 시간은 무섭다. 무더위 속으로 던져져 퇴근을 하면서 차라리 재택을 좀 하게 하지 라는 억지를 부려보곤 한다. 내 일터는 재택과는 먼 거리의 현장 움직임형 업무가 주 진행 요소이다.
새벽 기운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 대기의 힘은 낮 동안 내게 무시당한 자기 기분을 미친 듯이 폭발할 것이다. 오전 내내 힘을 축적한 더위는 자기 힘을 쉽게 놓지 않는다. 출근과 퇴근의 기운이며 몸 상태며 뇌의 상태가 너무 다르다. 제 기운을 놓으려 들지 않는 무더위의 징징거림에 나의 퇴근 시간은 몹시 피곤하다.
어제 퇴근길의 피곤은는 하늘의 움직임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멋진 장면들이었다. 과학적으로 해석한다면 어떤 현상일까? 장마와 장마 사이 맑은 하늘의 춤사위. 오늘 오후 퇴근길의 기운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퇴근하여 집이다.
나오는 생각대로 손가락도 달렸다. 아침을 달렸다. 일터 전체를 대표하는 어느 게임(?) 무대에 내 아이들이 뛴다. 그곳을 챙기느라 오늘 일기가 우왕좌왕 길을 잃었다. 아침 일기. 개인의 사소한 생각들이 달리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하나의 주제를 안고 글을 써가려고 노려하는데, 오늘은 주제가 읽어지지 않은 주절거림에 불과하다.
일터를 사는 사람들 중 첫 번째로 출근하여 퇴근은 뒤에서 두 번째로 했다. 나는 분명 멍청하든지 최고의 성실녀이든지. 일곱 시가 다 되어 퇴근을 했고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생활을 간섭하고 나니 밤 아홉 시 2분이다. 어서 씻고 자자. 열두 시 전에 잠들기.
늘 그랬듯이 오늘도 아침에 시작한 일기이므로 태그에 '아침 일기'로 찍는다. 아침 기운은 기억나지도 않는다. 징그럽게 덥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제습기만 틀었다. 제습기가 둘 가동되고 있다. 제습기의 기계가 돌아가면서 내뿜는 열기 때문일까. 에어컨으로 바꿔야 하나. 에어컨에서 발생되는 '제3의 미세먼지'가 참 싫다. 퇴근길에 맞은 굵은 동그라미 빗방울 몇. 정수리에 내리꽂던 기억까지 깡그리 사라졌다.
내 안에서 여름 둘이 싸우고 있다. 제법 서늘했던 아침 기운과 무더위를 몽땅 안고 있는 여름 저녁의 몽니 기운. 어서 냉수욕을 해서 몽니의 싹을 잘라야 되겠다. 고리 지어 내 좋아하는 밴드 '몽니'가 떠오른다. 보컬 '김신의'의 몽니가 떠올라 아재 개그 끝에서 읽을 수 있는 삭은 웃음을 내뱉는다. 웃자.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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