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용감하게, 씩씩하게! - 기어코 '아침일기'는 쓸 것

반응형

 

 

 

 

우와. 징허게 덥다. 폭염(暴炎, heat wave).

 

 

 

아침. 어쩌자고 그리 맺힌 게 많은 것이냐.

 

 

30도 이상의 기온이 2일 이상 지속되는 더위이다. 습도는 어느 정도를 말할까. 80퍼센트를 넘기면 폭염 속 습도의 기준에 어울리지 않을까. 무더위의 힘에 극한 상승의 기운을 더해주는 습도의 기준은 모르겠다.

 

 

 

세상이 혼미해지는. 이른 아침부터~

 

 

어젯밤 엄청나게 싫어하는 에어컨을 결국 켜게 했던 것은 습도였다. 습도계의 바늘은 80퍼센트를 넘어선 지점에 서 있었다. 두 대의 제습기 가동 끝 결과는 실내온도 폭증을 몰고 왔다. 제습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나귀에 짐을 싣고 가나, 주인 머리에 짐을 이고 가나' 이 속담에 걸맞은 상황이 발발했다. 어찌 세상살이 곳곳이  난제인가.

 

 

진짜 무서운 것은 두 얼굴! 한쪽은 푸르더라니.

 

 

 

어떤 상황에 부딪혀도 평생 거부반응을 일으킨 적이 거의 없는 내 피부 간판 민낯에는 갑자기 울긋불긋 꽃이 피었다. 더 피어날 것인지 곧 질 것인지 판단 불가능한 꽃. 민낯에 핀 꽃이로되 꽃이 될 수 없는 피부 위 오지랖이 내 선명한 이성의 힘을 무너뜨렸다. 밤마다 반신욕 끝 감은 머리카락이 마르는 속도가 너무 느려 문제였는데 어젯밤 강력한 제습의 두 힘 결과 마른 가을 한가운데의 밤 기운만큼이나 머리카락을 재빠르게 건조시켰다. 그만큼 실내 온도는 부글부글 끓어오른 것이다.

 

 

참내, 태양도 제 몸 자랑하려 들더라. 아침이었어, 여전히!

 

 

어쨌거나 한 인간은 그 밤을 뚫고 나와 다시 지구 표면에 섰다. 문명의 바다로 나아간다. 새 날을 살러 간다. 그리하여 이곳에 와 있다. 직사각형의 이곳은 내 일터. 늦가을 기온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낯'을 '낯짝'이 되게 했던 '밤에 피었던 애매모호의 송이, 꽃 몇 송이는 가라앉았다. 네 시간 저 세상을 다녀온 휴식의 공이리라. 

 

 

덤비는 거다. 저 빈 자리에 도전하는 거다.

 

 

무더위 극한의 점 부근에 도달해 있는 듯싶은 오늘같은 날. 내가 내건 구호는 '용감하게, 씩씩하게'이다. 아서라, 아서라. 멈춰라. 더 이상 황당무계한 모사를 멈춰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절제'라는 낱말을 정지시키면서 나는 외친다. '무찌르자! 나아가자! 전진하자! '절제'라는 응큼한 언어의 맥을 실천하여 어리숙의 늪에 몸 담고 있는 내 생은 누가 책임질 거냐. ' 6,70년대 정치색 짙은 대한민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등장하는 군 관련 젊은이들의 다짐(?) 구호들을 들먹이면서까지 나는 멈추지 않으련다. 도전하련다. 물론 이런 나를 파악한다면 동료들은 이렇게 말한 것인즉. '걷지도 못하면서 뛰는 꼴이군.' 그래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에 나도 한 표! 그렇다 치고. 무슨 일?

 

 

저기 저 전깃줄 한 선을 끊어 내달리면 구름 속 안부를 물으러 갈 수 있을까

 

 

오늘, 다른 해 같으면 나는 대부분의 내 동료들과 함께 만사 제쳐두고 '업무 처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움직였을 것이다. 말하자면 제아무리 신새벽 출근이더라도 오직 '업무 처리'를 위한 것이었으며 나아가 '정해진 시간'이라는 한계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온 몸과 정신'을 바쳐 오직 업무 처리를 위한 장으로 입실해 바쁠 것이다. 

 

 

다음 장면으로 걸음 옮기니 여러 종의 선들이 나를 맞이하더라니

 

 

올해의 나는 달라졌다. 굳이 작년의 내가 아니다 라고 외칠 일은 아니다. 이미 나는 이곳에 와 판을 벌였다. '아침일기'를 쓰기 위해서. '습관'이 뭐라고. 뭐 이 습관이 얼마나 되었다고. 여전히 내 사람들이 입실하지 않은 이 공간에서 나는 굳은 의지를 확보한 음성으로 가볍게 그러나 굳건한 어조의 문장 둘을 내지른다. 적절한 쉼표가 필요한 두 문장.

'습관의 굳기'는 거쳐온 세월이 지배하는 것이 결코 아니더라. 진행해 온 세월이 하 비교 의미가 없는 짧은 시간일지언정 동안 붙인 '정'의 양이 좌우하더라.'

 

 

여러 갈래의 길이 서더라고.

 

 

 

몸이 무겁다. 요즈음 운동량이 크게 부족하다. 하루 두 끼는 계속 실천하고 있다. 평소 먹는 것에 비해 큰 변화는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침일기'이다. 2주일 여 거의 매일 써대던 '22 내사람들'이며 '내사랑을 위한 입대일기'도 멈췄다. 심지어 그림도 멈췄다. 영화 보기도 맥을 못추고 있다. 무엇인 문제인가. '아침일기'이다. 이것이 문제로다. 

 

 

 

무슨 일인들 못할 게 있나. 일단 저질러보는 거야

 

 

 

이것이 문제인데 나는 여전히 '아침일기'를 쓰고자 이곳에 와 있다. '아침일기'를 쓰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어느 날, 날 잡아서, 뾰족하게 날 선 공격의 힘을 모아 세밀하게 분석해 볼 참이다. 무엇이 문제이냐!

 


 

오늘도 아침 시간에 위 글 중 네 문단을 쓰다가 멈췄더랬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씻고 다시 돌아왔다. 물론 오늘 퇴근도 뒤에서 두번째. 이 바쁜 시기에 나는 기어코 '아침일기'를 꿋꿋하게 써내려 가겠다고 다짐했더니 내 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마다 '뜻밖에 발생한 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 혼자만이 알고서', 나와 내 일을 알고 내 일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초도 주어지지 않았다. 내 일의 범위에 들어가서 내 영혼이 좌지우지 움직일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다.

 

'22 내사람들'이, 오물오물 조물조물 자기네들 생각 나누기와 그 끝 우당당탕 벌인 일들은 단 1분도 나를 홀로 있게 하지 않았다.                                                                                                                                                                                     "당신이여, 당신의 일터 이곳에서 우리들과 있을 때면 오직 우리들과만 함께 있기요."                                                            '22 내사람들'은 단 1분도 내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내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일터에 있는 동안 내 몸이며 내 정신은 내 것이 아니지. 그래, 기꺼이 그대들과 함께 하려니."

오늘 저녁에는 다음 내 연필 소묘의 주인공이 될 인물을 뽑고서야 잠에 들 것이다.

오늘 하루여. 안녕!

오늘을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내 안부를 전하면서 문은 닫는다.

 

 

 

오후 퇴근길 풍경이었다. 저곳을 지나면서 맛 본 맑음은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샅샅이 떨어져 나갔다.

 

 

 

현재 내 발등에 떨어진 일을 처리하고 내 스스로 재점검을 해야 하는 날이 내일이다. 내일이면 어쩌냐. 나, 단 한번도 이런 종류의 일처리 일정에서 뒤늦은 바 없었으니 올해 한번 저질러 보리라. 나는 용감하다. 살다보니, 살아보니. 뭐 대단한 것 없더라. 무서운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고. '나'로 '나'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

 

 

이런 제기랄. 오늘 밤도 제습기와 에어컨이 저지르는 첨단 속에 내 육신을 고되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