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이런~, 변신의 귀재? 아니면 악의 묘령이 춤을 추는.

반응형

 

 

 

어제보다 삼십여 분 늦은 출발. 출근길은 어제 아침과 크게 달랐다.

문법상 오류이지만 나는 위 문장의 뒷부분인 '크게'에 연이어 '많이'라는 낱말을 꼭 삽입하고 싶다.             '출근길은 어제 아침과 크게 많이 달랐다.'라는 문장을 꼭 고집하고 싶다.

 

 

무엇을 그리 잔뜩 안고 있는지.

'

 

내가 알고 있는 한글 '느낌 말' 분류 중 '느낌의 크기 정도'를 빌어와 비교한다면 '헉헉(느낌 큰 말)'으로 가고 있는 '학학(느낌 적은 말)'이었다. '헉헉', 혹은 '헥헥'의 전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삼십 여 분 차이에 이렇게나 큰 차이가 있다니. 기압, 풍향 등 과학 전문 용어는 모두 엎어두고 원초적인 밑바탕 지식으로 생각해 보자. 고작 하루 전이고 고작 삼십 여 분 늦은 시각인데 사람에게 부딪혀 온 기온의 체감이 이토록 커다랗다니. 

 

 

하늘, 지구와 통신을 차단하다.

 

 

 

나는 자연에게 속삭였다. 나 흔히 하는 '투명계의 대화법'이다. 이때 속삭임의 바탕을 이루는 내 기분은 완전한 '부정의 시그널'이다. 자연에게, 저 혼자 주물떡거려서 만든 저 혼자의 법으로 나대는 '자연'에게 완전히 수직의 날을 세운 비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 궁금하여 사방 팔방으로 끈을 맺고 있는지

 

 

                                                                                                                                        " '우 씨! 있잖아, 당신! 우리 힘 겨루기를 하자는 거지요. 초봄이니 초가을이니 신나는 아침 기온이라며 떠들던 어제 아침 내 일기를 읽었다는 거지요. '살기 적당한 날', '일 년 내내 이런 기온이라면 참 좋겠다.'의 내 희망사항에 현재의 당신, '여름'이라는 낱말이 등재되지 않아 화가 났다는 거지요. 현재의 당신 없이 어찌 다른 계절이 있겠느냐. 나(여름)를 터부시 하는 인간들이여. 나(여름) 없는 사계절을 떠올려보려무나. 우주 순환 진리에서 나(여름)를 빼려고 하다니.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겠지요. 그런다 칩시다. 정 그렇게 욱했을지언정 하루만이라도 텀을 줄 수 없었는지요. 오늘 하루만 더 참고 있다가 당신 기분을 터뜨렸다면 으레 예정된 절차려니 했을 텐데. 당신, 속이 무작시럽게 좁네요. 당신(여름)을 포함한 '계절'이라는 것에 나는 평소 '큰 대大'자를 접두사로 붙여 이름해드리곤 했는데, 내 생각이 바뀝니다요. 단 하루도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주체에 무슨 '큰 대大'자냐 싶군요.'

 

 

 

 

달리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오 배, 열 배 넘는 속도를 발바닥에 붙여 출근했소. '학학'의 순간을 어서 벗어나고 싶었소. 어서 당신(여름) 기운 '무더위'의 할딱거리는 경망을 내 생활의 범주에서 벗겨내고 싶었소. 어서 확실하게 깔끔한 단면으로 구분될 수 있는 대기 안으로 내 육신을 대피시키고 싶었소. 평소 십오 분 거리의 길을 칠 분 여 만에 건너왔소. 내게서 크로스의 방향으로 나의 곁을 나아가던 사람들이 애써 커다란 의문의 호흡을 잠재우면서 지나치더이다. 다음과 같은 무언의 의사를 내게 표시하면서요.     

 

                                                                                   

나무도 지친 듯

 

 

'이 숨 막힐 것 같은 기온을 어찌 감히 칼질하는 기운으로 달리는 거요. 멈추시오. 감히 자연 앞에 고개를 떡하니 들다니요. 더군다나 며칠 따북 따북 기운을 쌓은 무더위라는 거요.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거요. 자숙하시오. 보폭을 줄이시오. 온몸에 채우고 있는 상대를 향한 분은 위험한 것이라오. 소위 지식인인 듯싶은 인간이 어찌 감히 '대자연'에 직진을 하는 거요. 당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살게 하는 소위 당신의 '내 사람들'을 떠올려보시오. 어서 그들에게 합류해야 되지 않은지오. 자숙하시오. 고요 버전으로 어서 돌아서시오. 자연의 순리는 우리 힘으로는 무찌르는 것이 아니오. 덤빌 것이 따로 있지요. 멈추시오.'

 

 

 

그래도 꽃 한 송이 보여 함께 미소 짖다. 잠시 잠깐!

 

 

학학거리는 내 호흡을 움켜쥐고 '헉헉'의 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나 물론 나는 당신 앞에 고개를 숙였소. 당초 마음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고요. 어차피 지나가야 할 길이라면 고속도로든지 KTX(?)랄지 뭐 어떡하겠소. 국도라도 혹 비행이랄지, 상관없이 어서 한번 달렸다가 다시 와야 하는 예정된 기간이라면 어서 다녀와야 되겠지 싶었어요. 아직까지는 당신에게 삿대질을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앍고 있고요. 설령 뭔가 얻는 들 그 어느 것도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고요. 우선 나답게 사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순 순둥이'이기도 하고요. 

 

 

 

아, 자연, 당신은 '변신의 귀재'도 '악의 묘령'도 아니외다. 

단지 '순리'이외다.


 

무지 바쁘다. 연중 가장 큰 행사 둘 중 하나의 시기이다. 어제보다 더 늦은 퇴근. '어서 좀 나가시오.'를 차마 내던지지는 않지만 매우 간절하게, 내게 말하고 싶을, 한 분이 계셨다. '어느 하루쯤 제발 빨리 좀 퇴근하시오.'를 말하고 싶어 어찌할 줄 모르는 채 거닐고 계시는 경비 할아버지의 모습. 내 공간을 지나시면서 헛기침을 하신 듯싶어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일어섰다. 오늘은 내가 가장 늦은 퇴근을 했다. 

 

 

 

나태주의 풀꽃을 내 마음에 들여놓다.

 

 

 

그리고 피곤하다. 몇 분, '머리 감기를 아침에 할까' 고민을 할 것이다. 이후 어떻게든 씻고 오늘 하루를 접을 예정이다. 내 한쪽을 쥐고 있는 한 영혼이 주장할 것이다.

"아직 선명한 정신 상태잖아. 영화 한 편이라도 보기 시작해. 그림을 시작하던지." 

아니다. 자자. 

 

 

 

 
 

 

우와, 반가운 정선영 씨. 아니 정미녀 씨. 정영진과 정박 님이 진행하시는 내 인문학 학습터 유튜브 '일당백'을 함께 하던 분.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빈자리를 남기고 떠나셔서 참 안타까웠는데, 오늘 '크롬'을 뚫어 이곳으로 오던 길, 잠깐 눈에 비친 인터넷 뉴스 자막에 그녀가 등장했다. 반가웠다. 그런데~, 그녀는 '자위'라는 낱말과 함께 등장했다. 궁금했던 그녀의 모습이었고 좀처럼 들먹여지기 어려운 낱말을 앞세워 왔기에 참 재미있었다. 한순간 쑤욱, '순간 속독'으로 읽은 기사의 내용도 너무 재미있었다. '일당백'에서 하던 그녀의 언어들이 열 지어 지나가면서 나를 웃게 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일당백'에도 가끔씩 등장했으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