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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아, 이를 어찌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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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를 어찌해야 하나요!

 

 

아, 이게 또 무슨 일. 비둘기, 또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 공간에 알을 낳다. 일일초를 심어 가꾸려고 넓은 화분을 둔 채 미루고 있었다. 내가 죄인이다.

 

연휴, 마음이 순해지고 내 안의 몸도 충분히 내게 너그러워졌다. 자정을 넘어서는 시각에야만 수면에 드는 습관을 지닌 나는 늦게 일어날 수 있는 아침이 참 좋다. 생각보다 소심해서 새벽부터 눈을 떠서 평일이어서 어서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썩 편안한 잠은 아니다. 다만 두세 번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 후 휴일임을 확실하게 지각하면 한두 시간은 느긋하게 누워있다. 그 시간이 참 평온하다.

 

남자는 골프로 떠나고 부대를 옮겨 와서 나와 좀 더 가까이 있게 된 내사랑은 축구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나의 방문을 거부하였다.

'그래, 남자들아, 잘 살아라. 나는 이 드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열심히 움직이고 내 맘껏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보고 책 좀 읽고 그림도 그리고, 랄랄랄라 신나게 살 것이다.'

금요일 퇴근 시각에는 야무지게 다짐을 했건만 휴일 하루를 남겨둔 지금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니 '눈 깜짝할 새'를 온몸과 온정신으로 깨닫는다.

 

한참을 찾고 있었다. 낳아둔 알을.

 

문제는 오전 새참(끼니와 끼니의 중간이 되는 때)에 터졌다. 우중의 공중을 장식하는 자연들을 즐기려고 베란다를 좀 걸었다. 오늘 물을 줘야 할 터인데 비가 계속되어 화초들이 일주일을 좀 버티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 베란다 화초들을 살피기도 했다. 히노끼 원목으로 덮인 가운데 베란다의 오른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공간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그다지 냉난방을 크게 준비해두지 않아도 되는 곳이어서 안방에만 에어컨을 설치했을 뿐 대형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실외기 공간이 비어 있다. 

 

녀석들은 왜 살림을 차려야 할 곳과 아닌 곳을 구별하지 못할까. 대여섯 번은 된 듯싶다. 오늘까지. 올해만 해도 벌써 세 개의 알을 낳았다. 오늘 두 개의 알을 낳았다. 비둘기 녀석들 말이다. 화초들을 돌아보려고 베란다로 나섰는데 꾹꾹 꾸꾸, 녀석들의 신호가 요란하다. 재빨리 실외기 공간으로 갔더니 알을 품고 있는 품새이다. 창문을 흔들었다.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창문을 요란하게 움직였더니 괴성을 지르면서 일어서 날아갔다. 날아오르더니 다시 앉은 곳이 그 옆 창밖이다. 

 

실외기 공간 바로 옆 창에 올라 울부짖었다.

 

 

재빨리 문을 열고 알을 끄집어냈다. 눈물이 솟구쳤다.

'왜 이러니, 제발 이렇게 하지 마. 너희들이 번식처를 만들 곳은 우리 집이 아니야.'

대여섯 번을 어미, 아비 될 녀석들이 이쪽 창과 저쪽 창을 오가면서 울부짖었다. 마음이 찢어졌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한두 시간이 지났을 거다. 세 시간은 되지 않았다. 다시 실외기 쪽이 시끄러워 나갔더니 또 앉아있다. 이번에도 알을 품고 있는 품새가 분명했다. 다시 내쫓으니 또 한 개의 알을 낳아두었다. 다시 또 알을 끄집어냈다. 녀석들은 한참을 울부짖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아,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제발, 제발 좀. 아, 부디! 다른 곳을 좀 찾아보렴. 아직 어미 몸의 따뜻한 기운을 지닌 알들을 주차장 옆 나무 위에 올려뒀다.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한 넓이를 지닌 곳이라 생각되었다. 고양이들이 오를 수 없는 높이라는 계산도 했다. 며칠 후 확인할 것이다. 그때 녀석들이 자기 알을 품고 번식을 위한 여정에 들어 있었으면. 가능할까. 아, 비둘기들이 번식하기 위해 어떤 곳에 터를 마련하는지 조사해 봐야겠다.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싶었다. 미안했다.

 

아, 내게 왜 이런 죄를 짓게 할까. 아무 신이라도 모셔와 간절히 고해 의식을 치르고 싶다. 내 뜻은 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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