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하여!
어제 벌어졌던 비둘기의 알 제거 사건으로 찌뿌둥해진 내 영육을 달래느라 밤이 어수선하였다. 어젯밤에는 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조물주는 왜 내게 이런 일을 하게 하는 것일까. 서운함을 짙게 표시하려 하였으나 이곳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오늘은 종일, 비둘기 가족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새삼스레, 녀석들의 두 아기를 산후 보육하여 보낸 이력이 있음에도 비둘기의 생육 형태를 공부하지 않은 내가 참 한심스러웠다. 그런 상태에서 감히 한 생명, 아니 둘이었으니, 두 생명의 양육을 보조했다니.
혹 몇 년 전 나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터에서 생명이 시작된 녀석이 다 자라 번식을 위한 자리로 또 우리 집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 사진을 찍으면서 유심히 본 녀석들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을 떠올려 본 내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야윈 얼굴이었다. 몸도 그랬다. 그렇담 정말 이곳에서 태어난 녀석들일지도 모른다. 혹 첫 임신이 아니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안쓰러움이 배가 되고 내가 지은 죄의 크기가 확대되어 너무 불안하고 미안했다.
큰맘 먹고 그곳을 재정비하였다. 아파트를 지은 지 십 년이 넘은 구 건물이고 보니 실외기 설치 터가 오픈되어 있어 문제이다. 강남의 신식 아파트에 가 보니 에어컨 실외기 터가 참 깔끔했다. 우선 청소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집에 있는 남자를 앞세워 그곳에 채워져 있던, 비둘기 가족의 왕래를 막고자 뒤죽박죽 꽂아두었던, 온갖 물건들을 끄집어냈다. 장미 분 셋에, 여름이면 노란 꽃이 활짝 피는 다년생 화초(이름을 잊었다. 꽃이 참 화려한데~)의 화분 하나까지 꺼내고 보니 그동안 비둘기네가 다녀간 흔적이 빼곡하다. 마스크를 야무지게 하였다.
이어폰으로 유튜브 강의를 들으면서 말끔하게 바닥을 청소했다. 물받침을 철저하게 맞춰서 직사광선이 쨍쨍 내리쬐는 것을 좋아하는 화분들을 재배치하였다. 본래 그곳을 차지하고 있던 장미 화분 넷에 오렌지샤워베고니아 분 둘,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서 키우는 이를 참 편하게 해주는 다육 하나까지. 여덟 개의 화분을 두었다. 혹 비둘기네, 틈새로 기어코 들어와서 바닥에 집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 몇 화분용 쇠꼬챙이를 굽어 세워두기도 반복해서 했다. 흰색 투명 비닐우산도 한 곳에 세워 평평한 바닥 공간을 없앴다. 어제 알을 낳았던 거름기 좋은 넓은 화분에 어서 무엇인가 화초를 심어 가꿔야겠다. 파를 심어볼까도 싶다. 남자에게 파 묘목을 좀 사 오게 해야겠다. 어쨌든 깔끔하게 정돈된 에어컨 실외기 터가 참 뿌듯하고 마음 편하게 한다. 이래서 청소를 하나 보다.
정오가 아직 멀었던 시각, 오전 새때를 조금 넘은 시각부터 이 넓은 집(?)에 또 나 혼자다. 화초 이것저것을 살피면서 가지치기도 해주고 누런 잎도 따주고 보니 벌써 오후 새때가 되었다. 베란다가 제법 깔끔해졌다. 지난해 한양 집에서 벌어졌던 누수 사건이 떠올라 이곳, 내가 거주하는 집도 누수에 관련된 이곳저곳을 살피게 되었다. 이젠 보수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왜,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엔틱의 멋을 허락하지 못하도록 건물을 세우는 것일까. 무슨 심보로.
금요일 퇴근 이후 이번 연휴 들어서 여섯 편째 영화를 보고 있다. 여섯 편 모두 두 번째 이상 보는 것들이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이다. 두 번째 시청. 내용이며 영화의 의미가 실루엣으로만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관계로 평점 4.1 임을 내세워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패트릭 스튜어트와 케이티 홈즈 주연이다. 뜻밖에 무대 공포증을 겪고 있는 노년의 유명 피아니스트, 그가 생을 정리해 가는 모습을 고요한 버전으로 그린 영화이다.
"아름다운 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 배설물의 향을 지니고 있지."
주인공인, 유명 피아니스트 헨리의 말이다.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이어폰으로 수강한 유튜브 삼 프로 tv의 '언더스탠딩 강의' 내용이 종일 기억 속에 앉아 있다. 쉽게 나를 떠나지 않은 것은 내가 고민하는 삶의 방법과 연계되기 때문일 거다. '절세 컨설팅'에 관한 강의였다. 내용이야 뭐, 남쪽 땅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이 되는 이들을 위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나 같은 서민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었다. 비록 아는 것을 실천하는 용기와는 거리가 먼 생이지만 우선 지식 취하기를 재미있어하는 나는 열심히 들었다.
특허권 관련 세금에서 나는 뻥 터졌다. 진행자인 안승찬 기자와 이진우 기자(이프로)는 자꾸 태클을 건다. 매우 유용한 태클이다. 이프로의 결론이 내 생각과 일치한다. 나는 이래서 이프로를 좋아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특허권으로 받는 보상금은 월급으로 취급하여 과세가 된다. 특허 관련 과세가 요즈음 많다. 특허권이 법인과 개인 간에 오간 건에 대해 들춰보고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는 거다. 법인 경비로 취하면서 특허권을 취하자. 그러나 과세가 되는 순간 회장과 직원 간에 문제가 생긴다. 비용을 직접 지출해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강의자가 던진 대략의 내용이다.
회사는 개인에게 특허권 매각을 1회성 소득으로 보고 필요 경비 60퍼센트가 넘어야 인정된다는 거다. 대표 이사나 창업자가 특허를 낼 때 정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억울한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는 거다. 두 눈 부릅뜨고 세금 징수에 혈안이 되어있는 국세청에 대해서 이프로가 명답을 내놓는다.
"국민 누구든지 생각해도 세율과 세법이 공정하게 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세법은 미제(미국 세법)가 좋다."
1 가구 2 주택 이상 등의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세율과 큰 세금 격차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진우 기자는 매번 강의마다 판 정리를 확실하게 잘한다. 그래, 어쨌든 이프로의 말처럼 강의를 들으면 세상이 저런 곳이고 이렇게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는 비록 갖추지 못했지만, 이것저것 알게 된다는 것의 기쁨에 사는 내가 얼마나 다행이냐. 그래, 뭔가를 익히고 배우려는 노력은 하고 있으니 나 자신을 뿌듯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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