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제에 비해 오늘은 습도가 10도 정도 낮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어제는 꿈도 꿀 수 없던 느낌이다. 발바닥이 깔끔하다. 두 발바닥이 상쾌하다면서 한사코 따로 움직이려 드는 혼돈의 뇌세포를 두드린다.
"오늘같은 날은 제발 좀 가볍게 살아라, 응? 자, 사뿐사뿐 걸어봐. 얼마나 좋아?"
"그래, 그래그래. 그렇다. 가벼이~"
다짐은 한 나절로 끝났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후배가 갑자기 떠올랐다. 요 근래 그림으로 주가가 엄청 상승한 후배. 나, 느닷없이 쪽지를 날렸었다. 아마 삼사개월 전일 것이다.
"니, 그림 말야, 갤러리에 종속된 신세야?"
이런 내용을 날렸던 흔적이 보이길래, 나,
"있지, 니 그림 관심가는 것 있어."
아하, 위, 위 문장 끝에 후배가 답했더라.
"쌤(그냥 덧붙이는 소리~), 구매 충동이 이는 작품이 있어요?"
나는 그만 위 문장에 대한 답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냐, 잊기는. 잊은 것이 아니었다. 끝없이 눈요기 중이었다. 상대방도 그리 생각하려니 했다. 내 오판이었다.
이러저러한 비밀로 붙여야 할 상황이 요 며칠 새 진행되었고,
나는 오늘 후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주일 전 인스타로 소개한, 세계 무대에서 팔린 작품이라고 내보인 것이 참 맘에 들었던 기억을 누르지 못한 것.
사실, 쪽지 보내놓고는 또 근심걱정.
'휴, 거금을 부르면 어떡하지?'
한데 의외의 답이 이랬다.
"나, 이래 봬도 국제적인 작가가 됐다우. 세상에나, 내 작품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 몇 달 전인데, 이제사 답이요? ㅋㅋㅋ"
꼭 이 문장은 아니고, 이런 식이더라. 다행이다. 왜? 글쎄. 여러 생각이 겹친다. 마치, 소설 '검은 고양이'를 쓰던 시절 애드가 앨런 포우의 뇌 한쪽이 지금의 나 같지 않았을까? 비약이 심한가? ㅋㅋㅋㅋ
저녁 다 되어, 이래저래 어수선했던 하루를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이 알뜰살뜰하게 쓰다듬어줬다. 대단하다, 안. 세. 영. 나, 무지무지 반성했노라. 나 사는 것은 사는 것도 아니더라. 세상에나, 어제 준결승에서의 선수 안세영이 나는 더 멋졌다.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니~.
참, 나, 후배에게 날렸다네.
"오우, 정신없이 사느라고. 백번천번 내 소행이 괘씸함. 쏘우 쏘리!"
며칠 전 눈에 확 들어왔던 풍의 작품을 소품이 있다면 참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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