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 의식은 아마 '포기' 라인을 선택했나 보다.
요즘 나를 잠들게 하는 유튜브 '수면 명상'의 힘이 합해져서 네 시간은 확실하게 잤다.
통잠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면 영상- 신경정신과에서~'를 만난 이후 대부분의 밤은 제법 온전한 짧으나마 '통잠'이었다. 고마운~
장마 때문에 해결해야 할 일이 한 건 생겼다. 한양 라인. 장거리 전화를 대여섯 번 나누어야 했다. 전화번호를 본 순간 내 지치고 허약한 의식은 미리 꼬리를 내렸다. 터진 일은 가녀린(?) 내 육신의 컨디션을 쥐고 놀았다. 나는 퇴근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계획하고 있는 '루틴'에 의하면 어젯밤에 내가 해야 할 일이 큰 산더미였다. 그림을 놓은 것도 벌써 사흘이다. 누구를 그릴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어서 시작해야 하는데.
아침. 눈을 뜨고 침구를 내치고 일어나서 문이라고 생긴 문은 사방으로 열어젖혔다. 많은 비 끝이어서 그럴 게다. 만나는 바람결에 묻어온 새벽 기운의 정갈함이 고즈넉이 내 영혼에 스몄다. 내 피부에 직선으로 오는 감은 시원했다.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 더위는 담고 있지 않았다. 그 안에 함께 한 기운은 아늑했다. 고요하면서 평화롭기까지 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하여 나는 또 장마철 대자연 속에 흠뻑 취했던 사나흘을 과감하게 잊는다. '그래, 빛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장마철이어서 일주일 연기한 물 주기를 떠올렸다. 혹 예정된 시각에 와야 할 물을 기다리다가 고사한 식물은 없는지 화초들을 살핀다. 에구머니나. 저 꽃, 꽃 이름이 무엇이던가. 로벨리아? 아, 아닌데. 이름까지 잊어버렸다. 말라비틀어진 잎과 줄기로 고사 직전의 화초가 보인다. 어찌하나. 얼마 전까지 나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딱 내가 원하는 농염의 정도로 보라색 꽃을 보여줬는데. 그 예쁜 꽃을 자랑하던 것이 어찌 저리 되었나. 아, 네겐 특이한 집(화분 모양)의 구조로 인해 물 받침이 없었고 나는 미처 네 특이성을 떠올리지 못했구나. 그만 물이 너무 고팠구나. 미안, 미안, 미안. 진보라 고아한 색 꽃 모양 사진에 혹해 묘목을 사 기르기 시작했던 것인데 본 화분 속 화초들이 거의 말라비틀어졌다. 다행히 삽목으로 키워 만들어 둔 새 화분이 있긴 하다. 일부 싱싱한 잎이 몇 보이므로 어서 물을 주면 살아내기는 하겠다. 참 미안하다.
'소통'은 비단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들이 알아듣는 말귀며 소통에도 놀라지만 많은 식물을 키우면서 사는 나는 식물들이 내 말귀 혹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저 아이도 아마 그랬을 게다.
'우리 님은 여차하면 '꽃을 피우면서 사는' 우리들을 내보내려나 보다. 내 이 집에서 생을 시작한 지 아마 이십여 년은 될 텐데. 우리 님은 내 삶의 터전인 토양을 단 한 번도 바꿔주질 않았지. 소위 '복토'라는 것도 왜 내겐 해주지 않은 것일까. 얼마나 간절했는데. 그리고 서너 해 전부터 우리 님이 마음속에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어. '꽃 식물'은 내보내겠다는 것. 흔히 우리 꽃식물들은 몸을 변화시키면서 배설물을 내놓지. 마른 잎이며 병든 잎이며 지는 꽃잎들. 저 여인네는 게으름뱅이야. 우리가 꽃을 피울 때는 남들보다 수만 배를 더한 탄성을 내지르다가도 우리들 생의 소강상태는 용납하지 않지. 청소가 귀찮은 거야. 천성이 게을러서 계획만 해댈 뿐 결코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제대로 해내지 않지만, 저 여자, 곧 우리네 꽃식물들을 내보낼 거야. 그렇담, 내 생은 어찌 되는 것일까?'
장마랍시고 베란다 한 바퀴 돌아보는 법 없이 정해진 때 물 주기를 행하지 않은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어서 물을 줘야 되겠다. 흠뻑.
오늘 아침에도 5시 30분쯤 눈을 떴다. 토요일인데도 으레 그렇게 해야만 되는 것인 양 새벽녘에 눈이 떠진 것을 보니 이젠 진정 늙어가는 것인가. 자정 이전에 시작되는 수면을 시도해 보자.
아침에 시작한 일기를 오후 1시를 넘어 올린다. 아침에 시작한 일기니 '아침 일기'라 한다. 그래, 어떤 글인들 쉽게 쓸 수 있으랴. 하긴 중간에 삽입된 일들이 엄청 많았다.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밤중에 '내 안의 내'가 저지르는 '영화 보기의 유혹'을 떨쳐내야 하는데~ (16) | 2022.07.04 |
---|---|
2022년 7월 3일 나의 하루를 기록해 본다. (26) | 2022.07.03 |
쉽지 않은 루틴(RUTIN? routine?) 실행하기 (22) | 2022.07.01 |
오늘은 장마 전선이 운행하는 포물선의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 (44) | 2022.06.30 |
눈 뜨면 떠오르는 글 쓸 거리 (36) | 2022.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