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루틴 실행하기.
얼마 전 꼭 실천하겠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루틴' 몇을 이곳에 올렸다. 그 이름도 거창하여 나는 내심 '생활화'를 다짐하였다.
이곳 블로그에 루틴 올리기는 '공적인' 석상으로 나를 내몬(너무 공격적이구나!) 것이다. 의도적이었다. 어느 누구 세운 계획을 실천하기가 쉽겠는가마는 유독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택한 거창한 이었다. 만사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한 것이 이유이겠지만 헛생각이 많은 것이 또 문제이지 않을까. 내 하고자 하는 일은 늘 '종'만 늘어날 뿐 지속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하며 깊이가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명제를 내세우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을 살았다. 어떤 일을 해내고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마침내 다했다 생각되면 다시 돌아보고 보완 수정한 후 완성해내는 것이 정상일 텐데. 내 생은 돌아보건대 일이라는 것들이 벌려져 있을 뿐 어느 정도 완결의 보따리로 정착된 것이 거의 없다. 이것저것, 듬성듬성, 여기저기에서 시작하여 어느 단계까지 가서는 멈춰있는 것들 뿐. 그 멈춤의 순간, 더 나아가지 못함이 아쉽다. 안달하는 모양새로 끝. 구구절절 해내고자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아예 없다. 내 루틴들은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다. 허울 좋은 하눌타리(우리나라 재래종 수박)에 불과했다.
공적인 상황에 나를 올리면 좀 달라질까 싶었다. 세상 위에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찌 쉬웠겠는가. 용감무쌍함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원초적인 '낯 두꺼움'이 동행해야 했다. 어색하고 닭살 돋고 헛웃음 흘려지고 사방으로 누구 나를 쏘아보는 쏴한 눈빛은 없는지 눈치 보이는 등 평소 보던 세상과는 살짝 다른 모습이 나를 감싸고돈다. 루틴을 공식화한 후 내 마음 속내가 괜히 그러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공적으로 나를 내보이기로 했다. 어떻게든 실천해보자 싶었서였다.
루틴routine이 옳단다. 루틴 routin이 아니고.
루틴 routine이란 사전적으로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보통의 순서와 방법을 말한다. 일상의 틀 혹은 판에 박힌 일상을 의미한다. 정례적인 것. 그렇다면 내 루틴은 '욕심'이다. 내 일정으로는 도무지 다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주 살아보니 그렇다. 얼토당토않은 요란스러움이라는 것이다.
하루는 스물넷의 시간. 내가 계획한 루틴은 물리적인 관점에서 파헤치건대 도저히 해결해낼 수 없다. 너무 많다. 한데, 그것을 이제야 알아?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냉소의 무게는 무거워야 한다. 날카로움을 내세워야 한다. 이제야 판단하다니. 이렇게나 판단력이 없다는 것. 어리석음의 소치라는 것이다. 아니면 '수박 겉핥기'식의 생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실속이 없다.
이 모든 것은 '탐욕'으로 정리된다. 일주일 여 되었을까. 아침 일기 쓰기. 일기를 올리면 하루가 끝나는 시각이 되고 만다. 심지어 요 며칠 그림 그리기도 없다. 대체 이게 뭔가 할 정도로 눈 뜨자마자 밤의 한 중앙에 던져지는 듯싶다. 불면은 하늘이 주신 업으로 여기면서 사는 생이고 보니 눈 감은 채 내 몸뚱이의 운동이 정지된 시간은 서너 시간에서 많으면 대여섯 시간이다. 거창하고 수준 높은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닌데 쓰고 있던 아침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지도 못한 채 하루 업무는 시작되고 진행된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일터 정리까지 마치면 아침에 쓰던 일기를 되살려 마무리를 하게 된다. 늦은 퇴근이 된다. 퇴근하면 쏟아지는 피곤함을 이끌고 저녁 시간은 질주한다. 뭐 한 것도 없이 자정의 고요 위에 서 있다.
이미 올린 루틴을 내릴 수는 없고. 고하노니 사람들이여. 올 들어 올린 '나의 루틴'에 부디 비웃음을 흘리지는 말기를. 물론 '충고'나 '조언'에 '위로'도 표하지 말라. 내 마땅히 지고지순한 뇌의 상태로 회귀하여 내 탐욕을 셀프 사죄해야 하리니.
그럼 내일부터는 또 '되는대로!'인가. 되는 대로이면 또 어떠냐. 순간순간 가냘픈 몸뚱이와 그 육에 찰싹 달라붙어 생을 연명하는 영혼일랑 잘 붙들어 열심히 살아내자. 루틴과의 요란한 정사는 소문도 만들지 못한 채 문을 잠근다. 내 능력의 걸음마를 잘 알기에.
'빛'을 볼 수 있는 아침 하늘이 참 반가웠다.
와우. '장마'로 일이 한 건 터져 마음 심란한 날이었다. 일터 업무까지 겹으로 내게 와 있어 오늘 하루도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아침에 거의 써 뒀던 일기를 '글쓰기'에서 불러와 정리해 올린다. 적어도 오늘 오후에는 꼭 인물 드로잉을 또 시작하려니 했는데 이 모양이다. 종일 단 한 틈도 '여유'를 자각하지 못했으므로 '오늘도 잘 살았다. 수고했다.'라고 나를 토닥인다.
일주일을 잘 살아낸 나를 위하여 내일은 같이 사는 이에게 '병어찜'을 좀 해달라고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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