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줄여야 한다
말을!
커피를 마시러 1층에 내려갔다가 본 듯 아닌 듯싶은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작은 체구의 아줌마는 나와 마주치는 것을 매우 어설퍼했고 덩치 좀 있는 아주머니는 언젠가 본 듯싶은 얼굴이었다.
'참 내, 이곳으로 옮긴 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누구인지를 모르는 분이 계시는구나.'
어찌 인사라도 나누어야 될까 싶어 머뭇거리다가는 그만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는 내 커피잔을 들고 원두커피 내리는 곳에 줄을 서 있었다.
덩치 좀 있으신 분이 말씀하셨다.
"그냥 뜨거운 물만 있으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 예. 그래요. 그만~"
허허 웃으시며 내게 정수기 있는 곳을 안내했다.
"요즘 힘드시죠?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요."
마침 진짜 이러저러해서 힘든 상황인지라 내 힘듦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하는 생각에
"뭐, 이러저러하더니만 요즘 조금 나아졌어요. 근데 어찌 되시지요?"
를 외쳤는데 내 처지를 어필하되 상식적으로 내가 함께 나눌 대화는 거기에서 멈췄어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만 나는 그 이상의 말을 하고 말았다. 말하자면 '낮말을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가 품고 있던 무지의 확장성을 겸비한 '소문'이라는 것의 지저분한 속성을 타고 기고만장하게 전해질지도 모를 말을 덧붙여 말하고 말았다. 내 요즘 분노를 부드럽게 말한다손 치더라도 결코 하지 않았어야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는 것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떠오른다. 해서는 안 되었는데.
근데 문제는 맨날 이렇다는 거다. 늘 하고서 후회하는 말, 말, 말들. 심지어 되도록이면 사람을 만나지 말자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물론 내 괜한 걱정을 붙잡고 할 일 없이 시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말조심, 또 말조심. 또또또 말조심. 제발 말 좀 줄이자. 어쩌자고 남들보다 훨씬 말도 없이 사는 내가 내뱉은 적은 말들 속에 '후회'를 품고 또 품고 살 정도의 말들을 내놓은 것인지. 제발 말 좀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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