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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하던 길에 내가 들어있던 건물 앞 작은 꽃밭을 지나가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시를 읽고 있었는데 시의 문구보다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에 끌려 창밖을 내다봤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누구야, 이리 와 봐. 너 좋아하는 꽃이 있다. 이 꽃 이름이 뭐더라?"
종글거리면서 달려오는 소리 들리더니 잠시 후 선생님 옆에 선 아이 '누구'가 말한다.
"해바라기요."
"응, 그래 해바라기구나. 해바라기는 어떻게 자라더라?"
'누구'의 반대편에 선 남아가 외친다.
"해를 바라보면서 자라요."
"응, 그래, 그렇지. 참 예쁘다."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금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면 자란다고 답했던 남아의 오른손이 해바라기 꽃을 향한다. 재빨리 '누구'가 남아의 손을 훽 잡아채며 말한다.
"만지지 마, 해바라기 꽃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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