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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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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는데, 나는 바보다. 매 해 반복되는 참사!

 

 

우리 집 뒷방 발코니는 이런 발코니가 아니다. 왕 유리창으로 닫혀 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우리 집은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여름날 집에 있을 때면 한여름 일이 주일 덥다고 생각했는가 싶은데 여름이 가고 없다. 장마철도 일주일 여 기간을 과도한 습기 온몸이 찐득거린다며 짜증 좀 부렸나 싶으면 비가 멈춰있다. 여름을 가늘게 체감하는 가는 자연 속에 집이 위치하고 있어서이다. 사계절 우주 삼라만상을 연출하는 멋진 산이 우리 집 뒤를 장식하고 있어서이다.

 

한여름을 느끼는 것이 잠깐. 안방에 설치한 평수 적은 곳에 어울리는 에어컨 한 대로도 여름이 거뜬하다. 이미 이곳에 올린 것처럼 거실 쪽 에어컨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거치대에는 어느 비둘기 한 쌍 와서 아기 둘을 낳고 길러 이주했을 정도이다. 

 

여름을 선선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고마운 문은 내가 '책방'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는 뒤쪽 방 발코니로 연결된 창 덕분이다. 발코니를 포함한 뒷방은 사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방 가득 책장이 있고 책들이 꽂혀 있다. 미음 자 형으로 쌓여있는 책장이 성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가운데 널찍한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이동 가능한 바퀴를 단 직사각형 조그마한 탁자가 있다. 앉은뱅이책상을 앞으로 소파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그저 책 쌓아놓는 공간이다. 이 방이 제 임무를 톡톡히 할 때 한여름이 사라진다. 

 

뒷방 발코니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창을 열면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대부분의 날이 그렇다.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차다. 참 맑고 깨끗한 바람이다. 한겨울에는 쌩쌩 시베리아에서는 부는 듯한 기운이 묻어 있다. 서슬 퍼런 바람. 겨우내 책방 발코니 문을 여는 것은 매우 드물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항상 닫힌 상태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계획적인 문 열기가 진행된다. 묵은내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적인 오픈 정도.

 

어제 뒷방 발코니 창 열기가 진행되었다. 지난주 오후 시간을 들춰보자. 바쁜 걸음 끝 퇴근하여 땀에 젖은 외출복을 벗어 던진다. 땀에 젖은 채 저녁 식사를 한다. 식사 후 영화 보기 등과 함께 실내운동을 거칠게 한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명목 아래 지난밤 저녁 식사 이후 첫 음식인 점심이 엄청난 양의 음식 흡입이었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온몸이 가볍다고 느껴질 때까지 하는 실내운동. 끝내고 나면 한여름으로 가고 있음을 철저하게 느낀다. 복장이 해수욕장용 비슷한, 끈 원피스였는데도 말이다. 

 

어느 정도 몸도 뱃속도 가벼워졌다 싶을 때 바깥은 바야흐로 저녁 어둠에 와 있다. 동절기 비해 훨씬 짧은 시간 진행되는 반신욕을 끝내고 나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러울 것 없는 천국이다. 군대에 가 있는 아이 걱정도 잠시 멈춤! 일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들, 요란 뻑적지근하게 진행되는 인간들의 아귀다툼도 모두 내던져 둔다.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진행한다. 

 

출근 직후 아침에 써 뒀던 글의 편집이나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아침 일기가 없으면 임시저장해 둔 글을 꺼내 편집하거나, 쓸데없이 찍은 듯 생각되는 시시콜콜한 장면이 들어있는 필름을 핸드폰 갤러리에서 꺼내와 관련 글을 짧게 올려 제작하기 등 여러 방법으로, 블로그 글쓰기의 편집 및 완성하여 올리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영화 보기나 유튜브 강의 듣기나 독서 등으로 짧게 채운 후 수면에 든다. 물론 아날로그형 일기 쓰기며 나의 십 대 루틴 기록하기를 마친 후이다.

 

지지 지난주와 지지난 주(이 표현들이 맞나?)는 임시 휴일(?)이 많았던 짧은 행복의 주일들. 그에 비해 온전히 5일 근무가 진행된 지난주는 많이 힘들었다. 지지난 주 금요일에 또, 펑 터진 일터 사건이 그 일을 처음 전해 들은 순간 '개 같~ ㄴ~'이라는 꾸밈말을 내 배앝고 싶어졌을 정도였다. 그 일은 지난주 월요일까지 이어졌다. 더 이상 내가 손을 댈 일 필요가 없다는, 지 인생들 지들 알아서 하라는 생각까지 하고 나니 차라리 편해졌다. 이상한 것이 내가 이런 맘을 품고 나니 당사자들이 조용해졌다. 인. 간. 들. 나는 무리 지어 터져 나오는 '쌍시옷' 묶음들을 달래면서 진즉 좀 내가 '무관심'했다면 인간들의 넌더리나는 짓들이 덜했을까 하고 반성을 해야 했다. 조용했다. 

 

그제, 금요일은 한동안 나를 살게 했던 팬텀싱어도 끝났으니 퇴근길의 재미가 덜했다. 그냥 퇴근했다. 나머지 집에 와서 내가 한 일은 모두 위에서 언급한 방법 그대로. 토요일, 어제 아침 눈을 뜨니 우선 쉰다는 생각에 맘이 편해졌고 만나는 모든 시각을 최대한 덜 후회하게 보내겠다는 다짐으로 일찍 기립하였는데. 오전 지나 차츰 날이 더워졌다. '맹자'인지 '중용'인지 한학 공부 열심인 남자에게 어리광부리듯 대기 상태를 물었더니

'괜찮아.'

로 간단한 답을 들려줬다.

 

 

 

이런 비슷한 차림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어제. 원피스이다, 원피스. 말하자면 끈 멜빵 원피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문을 열었다. 집에 달린 모든 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열었다.

"와, 시원하다. 드디어 뒷방 창, 발코니 문을 열게 되네. 진짜 여름이네."

남자는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 황'을 하는지 맞대응이 없다. 그러려니 한다. 옷차림을 실내운동용이었다. 끈 원피스. 해수욕장에서 가볍게 모래사장을 걷는 차림새라고 이미 말했다.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것은 왜? 한여름용이라는 거다.

 

문제는 점차 햇빛 짙어지는 대낮으로 가는데 평소 냉기 가득한 내 몸체가 가끔 '추위'를 들먹였다는 것.

'괜찮아. 여름이잖아. 유월 중순이야. 곧 한여름이야. 이쯤이야 이겨내야지. 요즈음 부지런히 운동해서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스쾃으로 몸 좀 움직열 줄게.'

차려주는 점심을 팥죽으로 맛있게 때웠다. 내 옷차림을 남자는 힐끔 보더니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콧물 감기약을 먹을랬더니 말했다. 눈빛으로.

'옷을 그리 입더니만~, 내 그럴 줄 알았지.'

 

베란다 화분들을 몇 손봤다. 몸에 잠들어 있는 냉기가 자꾸 거칠게 호흡했다. 잠재웠다. 

'잦아들어 있어. 어제(금요일)보다는 기온이 조금 낮아진 것 같지만 괜찮아. 참아내.'
오후. 컴퓨터 책상 옆에 서 있는 '폴 워커'가 자꾸 나를 잡아당겼다.

'어서 좀 끝내 줘. 어서 그리란 말이야. 이젠 차분하게 좀 쉬게 해 줘.'

하여 오늘(어제)은 꼭 '끝'을 보기로 했다. '폴 워커 1' 그리기를 마치기. 열심히 그렸다. 몸은 거의 멈춤 상태에 놓인 상태였다. 온몸의 냉기가 독기를 품고 자기 행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집 센 여자. 춥단 말야. 이 여름에 뭔 짓? 왜 이렇게 추워?'

 

햇빛이 수그러들면서 뻐꾸기시계 속 뻐꾸기가 제 목소리를 내놓을 수 없는 저녁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내 온몸이 진동하였다. 찾아들어 차분하게 자리한 찬 기운을 거칠게 찍어 내렸다. 기침이었다. 콧물이었다. 그래서야 내 뇌세포는 궁금해했다.

'왜 이렇게 추울까. 내 몸은 왜 이럴까. 이래서야 어찌 남은 시간을 살아낼까. 어찌 남아있는 생이 온전한 사람 생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어쩌나.'

재채기의 강도가 지축을 뒤흔드는 강도에 가까워져 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조금씩 빙글빙글, 어설픈 회전을 시작했다. 바지를 입어야 했고 끈 원피스 위에 반 팔 상의를 입어야만 했다. 

 

바쁘게, 열린 문들을 닫았다. 뒷문 발코니에 딸린 문을 닫았더니 실내 공기에서 한기가 사라졌다. 드디어 실내에 따뜻한 기운이 돌아왔다. 내 몸은 이미 감기와 만난 후였다.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 길게 정도를 예상할 수 없이 콧물이 질질 질질 흘렀다. 흐르는 콧물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었다. 내 짧은 몸의 머리 쪽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체도 점차 흐느적거렸다. 실내운동도 할 수 없었다. 저녁은 먹었다. 약을 먹어야 했다. 타이레놀이 없었다. 마침 코감기용 조제약이 몇 알 보였다. 약을 먹고 잠들었다. 운동을 못 한 몸은 무겁기 짝이 없었고 이불 속 내 몸은 자꾸 불편하게 가라앉았다. 

 

 

 

아프면 아니되는데. 이를 어쩐담. 코감기이다. 두통이 더해져가고 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오뉴월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데 나는 바보같이 일부러 마중까지 나가 감기의 중신을 내 몸에 모셔왔다. 나는 바보. 바보이다. 생각해보니 거의 매년 이런 식으로 여름 감기와 함께 살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여름 감기! 물론 나는 또 이렇게 아날로그 일기에 쓸 거다.

'그래, 올여름 액땜은 이것으로.'

아, 어쨌든 힘을 내자. 힘내자. 

 


'존 윅 4'를 보기 위해 시리즈 보기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시즌 2까지 봤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3까지 끝내야겠다 싶은데 될런지. 두 번째 보고 있는 거다. 그냥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을 보려고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편 스트레스 풀기용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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