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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우리집 베란다에서 만나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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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쉽게 놓아지질 않는다. 

 

22년 2월 초 어느날의 '우리집 베란다에서 만난 노을'

퇴근하여 두부 한 모를 쪄서 김장김치에 싸 먹었다. 명태 쪄놓은 것 두 도막을 발겨서 먹고 요플레에 오디 발효액을 섞어 열 스푼쯤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봤던 한 화가 유튜버의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 연필 소묘가 너무 멋졌다. 나는 그만 주저앉으려 드는 나 자신을 붙잡아 이곳에 와 있다. 자꾸 '포기'가 되려 한다. 그냥 그렇게, 그저 그렇게, 적당히, 네겐 딱 그 정도가 맞아, 등등등. 

무수히 떠오르는 낱말들이 침잠하는 것 마저 서툰 내 삶에 연결되고 그곳 한가운데 내가 서 있어 삶은 어중간하다. 

내 찍어둔 사진들을 열어봤다. 수많은 사진들이 이름도 없이 저장되어 있다. 사물의 이름도 풍경이 자리한 공간도 명명하지 않았다. 기호화된 채 떠돈다. 거의 모든 사진들이 나는 그냥 좋다. 그래도 어떤 '희망'이 있었기에 순간을 붙잡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사진 속 풍경이나 인물들과 사물들의 표정이 의외로 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다. 제법 반짝이는 빛이다. 심지어 서툰 내 사진술이 사랑스럽다.

오늘 앨범 읽기의 마지막 순서에서 만난 사진이 '노을'이다. 우리집 베란다에 찍었다. 올 한 해 어느 한 때에 만나는 장면들을 자주 필름 속에 담아보자는 생각을 이 풍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마 십일은 지났을 것인데 찍어놓은 사진은 고작 두 컷이다. 바보, 너는 참 게으르단 말이야.

아름답다. 저 아래 우후죽순 솟아나는 사기성(?) 아파트촌이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기적인 내가 전혀 밉지 않을 만큼 시원스레 내 눈에 들어왔을 바다는 반 조각이 못 된 채 주저앉아 있다. 저 멀리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드넓은 바다의 수평선도 숨을 거둔 듯 멈춰 있다.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건물, 건물, 건물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 십 년을 넘어섰는데 어느 하루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개발의 현장들. 

무분별한 개발은 그만  내 아파트가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맛을 짓밟아 버렸다. 

조각난 노을은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다. 

오늘도 벌써 하늘은 검어졌다. 

내일은 좀 더 이른 퇴근을 하여 이 사진과는 다른, 똑같은 시각 또 다른 노을을 필름에 담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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