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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유학 중이었던
엄숙함의 상징이었던
우리 집 장남과 장녀의
방학 중 귀향일.
만년 손님처럼 왔다가
신기루의 은빛을 남기고
한양으로 떠나던 그와 그녀
세련의 극에 서 있는 서울 말씨는
극단의 세련됨으로 우리들의 뇌를 주물주물거리고는
감히 한 핏줄임을 확인하는 것마저 두렵게 만드는 마법의 리듬으로
휘몰아치던 전선,
그녀와 그.
그 둘 앞에 어설프게 앉아 있던 자리에 남아있던 우리들의 그을음을 닦아내지 못해
무척 부끄럽던 순간들
먼 나라 미개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왔다가는
단단하게 스며들어 있는 빈곤의 덩어리를 내던지며
역귀향하던 그와 그녀.
그들은 이미 고향을 바꿔 정해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집 가장 큰 축제 설날 못지 않게 기다리던 축제의 날은
마을 앞 팽나무의 역사처럼 아스라히
끄집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검은 무덤 속으로 그렇게 으스스스 스러져갔다.
설날 음식 '산자'와 함께 생각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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