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우리집 축제 둘

반응형

서울에 유학 중이었던

엄숙함의 상징이었던

우리 집 장남과 장녀의

방학 중 귀향일.

 

만년 손님처럼 왔다가

신기루의 은빛을 남기고

한양으로 떠나던 그와 그녀

 

세련의 극에 서 있는 서울 말씨는

극단의 세련됨으로 우리들의 뇌를 주물주물거리고는

감히 한 핏줄임을 확인하는 것마저 두렵게 만드는 마법의 리듬으로

휘몰아치던 전선,

 

그녀와 그.

그 둘 앞에 어설프게 앉아 있던 자리에 남아있던 우리들의 그을음을 닦아내지 못해

무척 부끄럽던 순간들

먼 나라 미개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왔다가는

단단하게 스며들어 있는 빈곤의 덩어리를 내던지며

역귀향하던 그와 그녀.

그들은 이미 고향을 바꿔 정해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집 가장 큰 축제 설날 못지 않게 기다리던 축제의 날은

마을 앞 팽나무의 역사처럼 아스라히 

끄집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검은 무덤 속으로 그렇게 으스스스 스러져갔다. 

 

설날 음식 '산자'와 함께 생각나는 그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