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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산자'- '산 자' 아니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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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중 하나다. 오늘 회식 중 어떤 음식을 먹다가 터뜨린 낱말이었는데 그 낱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어떤 낱말이었을까. 어떤 상황이었을까. 

 

동향의 후배와 1년 함께 살고 있는데 참 야무지고 곱다. 동향인지라 가끔 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아하, 그때였구나. 오늘 회식은 한정식으로 대여섯 단계의 음식을 들여왔는데 육식이며 채식에 생선류 등 갖가지 음식이  들어왔다. 그 중 감자튀김과 새우튀김에 어떤 생선 껍질을 튀긴 음식까지 들어왔는데 생선껍질을 튀긴 음식은 입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브스삭 브스삭 의성어가 만들어졌다. 재미있었다. 그닥 부산스럽지 않게 상큼한 소리였다. 

 

문득 어릴 적 연중 행사였던 연 2회의 명절이 떠올랐다. 추석과 설날. 특히 설날은 연 1회 내 어릴 적 최고의 날이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축제일이었던가. 

 

설날에는 연 1회 했던 일들이 참 많았다. 1년 내내 사계절을 분간없이 사용해 왔던 침구들을 빨았다. 얼년 내내 바쁜 농촌이면서 대가족 살림을 그 작은 몸으로 끌고가던 어머니가 깔끔하게 빨아서 마당 빨랫줄에 걸려있던 여러 이불들의 단정한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모든 물건들을 말끔하게 변신시켜 보게 하던 설날 전야의 이불. 순결의 최절정이었다. 우리집의 밤을 숨쉬게 했던 모든 이불들이 모두 빨랫줄에 걸렸다. 

 

그럼 빨래 중이었던 며칠 우리들은 어떻게 잠자리를 꾸렸는가. 이불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 설날이면 그 겨울에 어떻게 잠을? 식구가 많으니 사람 열기로 잔다? 겨울이라잖아. 내 어릴 적 그 시절에는 요즘 겨울같지 않았지. 한겨울이면 온통 눈밭 세상이었어. 내 작은 키는 묻힐 정도의 쌓인 눈들의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 그 겨울을 어찌 잘 수 있었다는 거야? 그 겨울 적어도 사나흘을 이불 없이 잠을 잤다는 것인데, 대체 어찌 잠을 자?

 

산자였다. 요즘 고상한 낱말, 온갖 설 과자(?)를 총칭하여 말하는 '한과' 중의 하나인 산자 덕분에 우리는 이불 없이도 거뜬하게 겨울밤을 뜨뜻하고 행복하게 수면에 들 수 있었다. 하나도 춥지 않았다. 

 

설날이면 어머니는 그 수많은 빨래감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한과를 만드셨다. 약과에서 산자까지. 한과에는 몇 더 있을 것인데 정확히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서 찾아봐야 되겠다. 

 

산자를 말하니 내 후배도 산자를 알았다. 내 고향의 반대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동료는 '산 자(살아있는 자}?'라며 웃어댔는데 내 후배는 나와는 상당한 나이 차가 있어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적이 없을 듯싶은데 '산자'를 알았다. 

 

찹쌀일 게다. 찹쌀 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판을 만들어 안방 바닥에 깔았다. 물론 방은 따뜻하게 군불로 뎁혀졌다. 산자 판이 바닥에 깔리면 산자가 주인이었다. 우리는 부산물이었다. 깔린 산자 판 위에 옆으로 몸을 세워 조심스레 자는 겨울잠은 너무 달콤했다. 제아무리 따뜻한 방인들 온돌방인데 얼마나 따뜻했겠는가. 특히 우리들이 몸을 눕히는 곳은 안방 윗목이었다. 우리들의 설날 겨울밤은 꿀밤이었다. 아름다운 며칠이었다.

                    산자.  전라남도 sns 서포터즈로 포스팅한 전남도청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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