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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날아가버린 내 새벽의 역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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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는 시각 여섯 시!

 

 

 

해, 아직 떠오르기 전!  그러니까 이 사진 속 해보다 저 아래 해가 위치해 있으리라. 오늘 아침에 내가 눈 뜬 시각은~

 

여섯 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새벽에 눈을 뜬다. 

이거 '늙어간다'는 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쉬이 수면 모드로 전환되질 않았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알람 6시에 눈을 떴고 십여 분을 또 눈을 감은 채 방황(?)하다가

'이거, 아니다.' 하며 벌떡 일어섰다. 

다시 눈을 감으면 자칫 출근하지 않은 날로 착각한 채 수면 모드에 진입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아, 사람들이 아직 많은 걸음 하지 않은, 맑은 길을 오늘도 걸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신이 나던지. 

사과 한 쪽을 먹는 시간까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카치카를 한 후 음양수 한 컵만 마셨다. 

'어서 나가자, 어서 나가자.'

나를 보챘다. 

 

출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재빨리 상의를 외출복으로 입고 

재빨리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고

재빨리 물세수를 하고

재빨리 스킨과 로션과 뭐드라, 크림 종류인데 뭐 그거 하나 더 바르고

그리고 바지를 입었다. 

 

문제는 오늘 출근복이었다. 

사실 지난 주 금요일에 오늘 입을 의상을 입고서는 사진을 찍어 바로 손위 언니에게 보냈다.

'이 차림 괜찮음?'이라는 쪽지와 함께.

'아서라, 아서라. 니 나이가 몇이냐. 글고 요즘 그런 '치렁치렁 레이스'며 그런 '바닥  쓰는 부츠컷'을 누가 입는데.

요즘은 박스 티에다가 배기에 스키니식을 더하고 발목이 보일 정도로 짧은 바지가 유행이어야. 거 아니다야, 아니야. 아서라!'

언니의 답이었다. 깨톡으로!

 

그러든지 말든지.

용기 백배하여 오늘 하루는 입어야 되겠다 싶었다. 

용감무쌍하게 입고 출근해서 내 사람들과 내 후배에게 물어보자.

그들의 응답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다. 

그럼 계속 입을 거고

아니라 하면 

'미니멀리즘을 위한 대형 비닐 봉지'에 콱 넣어 버릴 거다.

 

고민은 내 피부가 느끼는 촉감에서 시작되었다. 

이놈의 부츠컷이 오래된 물건이라서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이 꽈악 쪼이는 것이었다. 

구시대의 유물!

몇 년 전 소화불량을 심하게 경험했던 날 이후 점차 

'헐렁 스타일'로 내 의상 스타일이 굳어진 것도 큰 원인.

 

내 의상 스타일은 점차 '헐렁이'로 굳어졌다.

지난해까지 걸쳤던 바지가 올해 입어보니 답답함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 

스쾃 등등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을 열심히 한 탓일까. 

그러고 보니 상의로 입어둔 치렁치렁 레이스도 우스워보였다. 

'언니 말마따나 이 나이에 이 치렁이가 뭐냐'

'어이쿠나. 이 부츠컷은 구식이라서 허벅지를 콱 조이는구나. 혈액순환에 꽝이로다.'

 

결국  옷을 벗었다. 

누드? 는 아니고.

 

이후 

몇 번이나

'에이, 차라리 티셔츠에 진 입고 가?'

를 하다가

펑퍼짐하면서 무난한 디자인의 미디 원피스에 비닐 스키니 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어이쿠나. 아파트 밖을 나오니 부슬비가 내린다.

부스슬부스슬부스슬 부슬

다시 컴홈.

우산을 들고 진짜 출근!

 

결국 나의 멋졌을 아침 출근길은 훨훨훨훨 날아가버렸고. 

7시 30분을 훌쩍 넘어서야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했다.

 

늙으니까(?) 옷도 가려서 입어야 한다?

에이 쒸이~

 

내 아까운 새벽의 역사여!

오늘 아침 일어난 시각에 맞춰 출근을 했으면 분명 새 역사를 쓸 '시' 내지는 '글줄 한 줄'은 만들었을  텐데.

아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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