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을 위하여!
아침을 유목민들과 걸었다. 출근길 유튜브 강의는 실크로드에 관한 것이었다. '일당백'의 정박 선생님 강의였다. 듣고 또 듣는다. 나는 왜 이 강의를 여러 번 듣는가. 내 인생에서는 해내지 못할, 앞으로도 영원히 해낼 수 없는 길을 가는 사람들의 길이기 때문일까. 유목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생우유도 마시고 싶다. 유목의 대표 민족인 몽골의 집, 게르의 흰 천 지붕 위에 누워 시를 한 수 읊고도 싶다. 게르 출입구 왼쪽에 쪼그리고 앉아 뜻밖에 내리퍼붓는 초원 속 장대비도 맞아보고 싶다.
'깐수'라는 이름을 지니신, 어느 날 간첩으로 판명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셨던 서남아시아와 이슬람 쪽 대학자이신 정수일 선생님도 등장하였다. 반가웠다. 그의 책은 냈다 하면 엄청나게 두껍다. 빡빡한 글들 속을 슬로 슬로 퀵으로 유영했던 경험이 있다. 내용이 어려워 읽은 내용의 십 분의 일이나마 소화했을지언정 완독 했다는 기쁨으로 참 뿌듯했던 추억도 갖고 있다. 문장의 깊이와 뜻이 지닌 의미가 너무 무거워 지쳐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읽어내던 시절들이 나의 젊음이었다.
실크로드는 유목의 길이다. 정주의 삶일지라도 실크로드를 가는 사람은 유목민이다. 유목의 길은 끝이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진다. 유람의 길이다. 유목의 시작과 끝, 그리도 중간 경유지도 터의 성격으로 결정된다. 정주를 위해 완벽에 가까운 터전이라 생각되면 일단 머문다. 가새표를 쳐야 할 요인이 뾰로통한 입술 단지를 내밀고 나서지 않은 이상 우선 정착한다. 어차피 완성은 없고 완벽이란 있을 없는 것이 세상이다. 우주이며 지구이다.
유목민들은 정착에 금이 가고 서 있는 생에 멍울이 생기면 다시 떠난다. 잠시 한 흐름 멈추다가 다시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싶으면 중간 경유지가 된다. 물론 정착지와 중간 경유지는 다시 또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정주의 터가 되기도 한다. 하여 유목은 공간이 중요하다. 터를 고르는 것이 사고의 핵심이다. 그곳이 유목의 아름다운 터전이다. 정박 선생님의 말씀에 내가 살을 붙여봤다. 하여 유목 생활은 공간 지각력이 중요하다.
그 유목의 길 1순위에 실크로드가 있다. 실크로드는 상고시대부터 존재했단다. 루트를 걸어가면 된다. 걸어갈 수 있다. 걸어가는 중에 발생하는 만사가 역사를 세우고 만사에 의해 버무려지는 인간사가 천세 만세를 진화시킨다. 천금석. 울트라 마린 귀한 보석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파미르 공원에서만 출도 된단다. 한데 기원전 3100년, 지금부터 5,000년 전 이집트에서 발견되었단다. 사람들이 세상사를 엮어가는 데에 이용되는 모든 도구들의 이동은 유목민들의 힘이 있어 가능했다. 사람이 이동했다. 물건이 따라 이동했다. 그 물건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정신도 함께 이동한다. 그리하여 수천 년 전부터 물물교환이 이루어졌고 인간의 신문명이 늘 생성되었다. 발전하고 변천사가 작성되었다. 실크로드는 5000년 전부터 이미 ~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이다. 오늘 다 못 쓴 내용을 다음에. 언제가 될까.
아침 일기였다.
자정이 다 되어간다. 일터 동료들과 회식이 있었다. 양고기 집에서 배를 불리고 노래방에 가서 마음을 불렸다. 홀로 돌아서 오는 자정 무렵 귀갓길에 서 보니 나의 영혼이 취해 있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은 명언일까 진언일까 소문일까 빈 말일까. 퇴근 후 대여섯 시간 동안 우리들은 과연 굳건한 성을 쌓았을까.
11시 45분에 어둠을 뚫고 집으로 달려왔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컴퓨터 앞에 섰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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