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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으쨌거나 좌우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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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쨌거나 좌우지간.

 

아마 이런 새벽이 아닌, 아직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새벽에 내 어머이의 일상을 시작되었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스름 새벽녘에 눈을 뜨자마자 부엌데기로 하루 노동의 문을 여셨다. 종일 마련해서 내놓아야 할 부엌일의 큰 틀만 다듬어서 설명하고 어머니는 대농 남편의 일을 알차게 꾸려나가기 위해 대문 밖으로 노동의 무대를 옮겼다. 바쁘구나바쁘다는 말을 입에 올릴 틈도 없이 쌓인 일을 해내기 위해 내 어머니는 '어쨌거나' 유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택하시곤 했다. 이어 붙이신 낱말은 또 '좌우지간'이었으니 더하기도 빼기도 아닌 삶을 차라리 바라셨던 거다.

 

"그 일은 잘 처리했냐?"

"잘 되어가고 있어요."

"아니 어찌 되고 있는지 좀 말해주라고."

"그럭저럭~"

"아이고, 문제가 있는 갑다이."

"아니어요. 곧 풀릴 것이라고요."

"어찌께 해야 좋게 좋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보고 해라 잉."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확정된 답을 원하셨고 나는 혹은 우리 형제자매들은 아직 해결책이나 해결 방법이나 결과까지 미지수인 일에 직면해있는 상태였다. 이토록 그 끝이 물음표인 상황의 끝에 엄마는 꼭 덧붙이셨다.

 

"으쨌거나 좌우지간 말이다. 사람 마음 허하게는 하지 말어라이. 사람 사는 것이 서로 좋자고 사는 것이어야. 절대 맘 상하게는 해결하지 말어라. 손해 좀 보더라도 니가 손해 봐라. 6.25 살아본 사람으로 말하는디 이것이 정답이어야. 사람 맘 상하게 하고 일 해결하믄 상대 맘 상헌 만큼 내 속도 깎여야."

 

대단한 사람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 하나는 명심하고 산다. 상대방 맘 상하게는 하고 살지 말자. 사람 사는 세상 인간관계가 최고여야. 우리 엄마 꼭꼭 상황 정리를 위해 해주시던 말씀이다.

"으쨌거나, 좌우지간 말이다. 니가 손해 좀 보고 말어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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