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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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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도 형제자매지간일까 1.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사남 사녀였다. 우리 집 형제자매의 숫자이다.

 

한데 1남 2녀 정도의 일상을 살았다. 요즘 사람들 사는 삶의 일상을 산 셈이다. 왜? 오직 자식 교육으로 생을 지탱하다가 생을 다하신 내 부모들은 큰딸부터 유학을 시켰다. 도청 소재지가 있는 곳과 한양으로. 

 

나의 생은 형제지간 저 끄트머리이므로 저 꼭대기의 윗사람과 거의 엮이지 않았다. 나와 내 손위 언니, 내 손위 오빠, 그리고 개구쟁이 남동생과의 생활이었다. 이 중 내 손위 오빠도 제외된다. 그는 고요의 삶을 평생 살고 있어 그 어떤 움직임으로도 내 생에 개입하지 않았다. 셋 정도의 형제자매인 것처럼 어린 시절을 살았다.

 

내게는 셋인 것처럼 실감 났지만 내 어머니에게는 온전체의 자식들이겠지. 여덟. 자식 여덟을 둔 어미의 생. 상상을 초월한다는 구절이 딱 어울린다. 내가 짐작하고 확인한 우리 어머니 '상식 초월의 삶'은 실제로 그녀가 살아낸 삶의 몇 푼어치나 될까. 요즈음 지나간 집안일을 이야기하는 손위 언니의 말을 들으면 내가 모르는 집안일이 참 많다. 가끔 내가 이 집 막내딸인가 할 정도로 남의 일같이 느껴지는 일들이 많이 있었단다.

 

녀석들도 형제자매지간일까 2.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느 집인들 늘 경사뿐인가. '우환'이라는 것이 있다. 우환. 집안에 있는 좋지 않은 일을 말한다. (훗날, 아주 오랜 훗날 '우환'에 대해서도 글을 좀 쓰고 싶다. 쓸 것이다.) 내 어머니의 생은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그렇담 그녀의 생은 '첨단' 이전에서 마쳐진 셈이다.

 

첨단 이전의 삶을, 지구 역사 아날로그 시대의 끝부분에서 탈출을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아야 했던 인간계에서 내 어머니는 우짜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첨단이 아니라 인정'이라고 늘 읊으셨다. 인정 가득한, 참 세상을 위해, 사람다운 삶을 위해 첫 번째 자녀교육 구호로 내세운 것의 보조 낱말이 이것이었다. 잉글응글.

 

'형제간에는 절대로 잉글응글 싸우지들 말아라. 형제간뿐만이 아니어야. 사람 사는 시상 얼마나 산다냐. 절대로 사람 간에는 응글응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좋게 살아라. 좋게 좋게 살거라.'

 

비교적 순탄하게, 부모 앞에 순응의 생을 살았던(그렇게 살았던 햇수라야 열두 해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도시로 유학을 떠났으니까) 나는 '응글응글'이라는 낱말을 적대시하며 살았다. 열두 해를 진정 형제자매처럼 가까이 산 남동생과 손위 언니와도 싸운 적이 거의 없다. '거의'가 아니다. 전무한 듯싶다. 

 

손위 언니가 마흔 넘어 장가 간 아들 내외를 위해 내게 와 있다. 갓 결혼한 며느리가 임신을 했단다. 노혼에 그야말로 경사다. 언니는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들 내외가 편안하게 중추 연휴를 보내게 하기 위해 내게 왔단다. 눈 뜨면 바로 옛이야기가 시작된다. 중학교까지 부모 곁을 지킨 셋째 딸이었던 손위 언니는 어린 시절 우리 형제자매 중 저 혼자서 겪은 집안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여 말한다. 

"야, 너 응글응글이라는 말 기억나냐? 우리 엄마가 늘 말하셨어야. 절대로 응글응글 싸우면 안 된다고야."

 

 

이런 모습을 나와 언니도 연출했을까?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그래 기억이 난다. 여덟이나 되는 자식들 으짜든지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살아내라고 그러셨을 거다. 이제는 그 말씀을 하시던 어머니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를 사는 우리. 어머니가 늘 강조하셨던 '응글응글' 덕분에 이렇게 옴서 감서 즐겁게 사는가 보다. 

 

팔월대보름을 앞두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 집은 환골탈태를 위해 며칠 무작스럽게 바빴다. 온갖 음식 장만과 일 년에 두세 번 하는 대청소로 정신이 없었다. 물론 가장 바쁜 사람은 우리 엄마였다. 그녀의 그 작은 몸집과 작은 손에서 집안의 역사가 진행되었다.

 

참, '응글응글'은 오픈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엄마 고유의 언어? 사용된 예는 몇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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