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인가, 운인가 실력인가.
방송 시간에 맞춰 '나 혼자 산다'를 시청하였다. 본 방송을 사수한다기보다 출연진과 주요 내용 그리고 쉬는 것만이 답이라고 여겨지는 금요일 밤이면 반신욕을 생략하여 시청하곤 한다. 어젯밤에는 내용도 출연진도 모른 채 봤다. 아이 다녀간 것으로 내게는 색다른 한 주를 살아야 했다.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한 것도 한몫했으리라. 저녁 어둠이 가득 내려앉은 길을 퇴근하였다. 주차장에서 일주일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차의 방전에 대비해 십여 분 가까이 차를 굴렸다. 차 속에서 한잠 푹 자면서 아무 생각 없이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외식이 틀림없는, 같이 사는 남자의 전화는 응당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가벼이 지낼 수 있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있는 반찬에 대강 저녁 식사를 했다. 지난주 어느 날부터 역류성 식도염 발병 이전의 감이 입 안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뻤다. 당시 먹었던 양상추 샐러드를 오늘도 가득 먹었다. 유산균 음료 '닥터 캡슐', '윌'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양상추, 윌, 닥터 캡슐. 이 셋 중에 무엇이 입 안 컨디션을 괜찮게 하는지 확실하게 알아야겠다. 이번 주는 꼭꼭 윌을 마시고 양상추를 열심히 먹고 있다.
다음 주에는 양상추와 함께 닥터 캡슐을 먹어볼 생각이다. 무엇이 인연이 되어 내 입맛을 다시 돌아오게 할지 어찌 알겠는가. 아울러 당시, 지난주 어느 날, 그날 내가 강도 높게 했던 운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온몸을 세운 채 제멋대로 움직이기이다. 말 그대로, 이를 테면 옛 어른들이 보면 '지랄 발광'이라고 노하실 만큼 서서 온몸을 마구 흔드는 것이다. 사발 팔방으로 말이다. 온몸 마구 흔들기 운동이 내장 운동이 되어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쉬고 싶다는 절절함과 골프와 축구로 너무 재미있다는, 속 불편함도 전혀 없다는 아이의 톡이 주는 편안함에 그만 금요일 밤을 '불금'으로 만들고 말았다. '불타오르는'이 아니라 '불면'의 금요일 밤으로 말이다. '나 혼자 산다'의 코쿤과 기안84 때문에 마구 웃고 떠들었더니 곧바로 즐거움을 싹 가시게 하는 일이 떠올랐다. 어제까지 꼭 해냈어야 할 증권 공인인증서 갱신을 해놓지 않은 것이다. 이런! 몇 날 며칠 꼭 하려니 했는데 결국 늦춰지다가 잊혔다. 갱신 기일이 끝나고 말았다. 20일 전부터 떠 있던 갱신하기인데 20일을 그만 허투루 보내고 말았다. 기억하고 있는 비밀번호가 맞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말 치매라도 오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여 잠은 멀어졌고 어서 자고 새벽녘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 즈음에 일어나려니 했는데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크로아디아가 진짜였다.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식으로 '찐'이었다. 끈질겼다. 도대체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올까 싶었다. 브라질은 열심히 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할 수 없었다. 별별 건을 다 만들어 크로아티아를 기죽이려 했으나 크로아티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장전을 갔고 승부차기를 진행해야 했다. 크로아티아의 승이었다.
잠을 자야 했다. 밤을 지새우고 아침 늦도록 누워있게 되면 그날 저녁잠을 설치게 된다. 다음 날은 또 빌빌거린다. 악순환이 발생한다. 아니다 싶어 말똥말똥한 눈을 감았는데 다시 눈을 뜨니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이미 끝나 있었다. 간밤 브라질을 생각하니 혹여 아르헨티나도 어쩌나 싶었는데 4강 진출이 확정되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아르헨티나 승이었다. 이 게임도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갔다. 언론들은 메시가 라스트 댄스를 계속 출 수 있게 되었노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중요 장면 영상을 서너 번을 봤다. 메시는 메시다. 부디 계속 잘하기를!
이번 월드컵에 특히 드는 생각이 '이변'이며 '운'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축구 실력이 상향 평준화가 된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까지는 '이변'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으나 이후 경기 중계를 보니 모두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어제 크로아티아는 정말 대단했다. 네이마르의 완전한 골에 칭찬을 쏟아부으면서도 크로아티아 압박 수비와 수문장의 능력에 입이 벌어졌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야 아르헨티나와 도진 개진, 오십보백보겠지만 확실히 브라질과 네덜란드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네이마르와 메시를 생각하면 '실력'이 또한 중요하다. 종일 '이변'과 '운'과 '실력'이라는 낱말을 두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했다. 우리네 일상생활 속에서도 늘 떠오르는 낱말들이다.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하루 도무지 추스를 수 없을 듯 묘한 심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어찌하랴! (20) | 2022.12.13 |
---|---|
소국, 내년을 기약하면서 안녕을 고하다 (17) | 2022.12.12 |
집 가까이에서 일출을 보다 (20) | 2022.12.09 |
마음으로 안녕을 말하다 (32) | 2022.12.08 |
내사랑이 왔다 (30) | 2022.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