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마음으로 안녕을 말하다

반응형

 

 

 

 

조심히 가렴. 마음으로 안녕을 말하고 출근하였다.

 

 

아침 출근길. 오늘은 좀 요란하게 움직였어도 좋았을 텐데.

 

 

아귀찜을 먹었다. 셋이서 함께, 한 가족이 온전히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마음 편히 쉬면서 조용히 집에서 먹고 싶다고 했다. 고마웠다. 아귀찜은 어릴 적 다녔던 식당의 것을 요구했다. 얼마 전 커다란 아귀를 끓여 질리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몇 주 전에 이곳에 내려와서 내 몸뚱이 크기의 아귀를 사 와 찜으로 끓여준 언니처럼, 맛있게 끓여 수육처럼 먹이고 싶었지만 아이의 뜻을 따랐다. 흐뭇하게 넉넉한 가족의 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한 끼 맛있게 먹는 쪽을 택했다. 찬에 서대회를 더했다. 제법 푸짐했다.

 

 

맛있다고는 하면서도 많이 먹지는 않았다. 속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그제 밤 친구와의 상봉에서도 술은 별로 하지 않은 듯싶었는데 왜 그럴까. 먼 길 강원도 깊은 산속 흐르는 물에 몸이 길든 것일까. 오전에는 사우나에 들러서 피곤도 제법 풀었다는데. 어미 욕심에 동방삭이 인절미 먹듯, 잘 씹어서 소화 잘 되게 먹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잔소리가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였다. 어미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어쨌든 먹고자 하는 양은 잘 먹었다. 후식으로 내준, 단감까지 모두 먹었다. '와, 진짜 맛있어요.'를 여러 번 외쳤다.

 

 

날 추운데도 제 살 거침없이 드러내어 새날을 기약하는 수국!

 

음식 함께 먹으면서 잔정이며 큰 정, 실팍하게 오만가지 정이 든다는데 우리는 아이와의 밥상을 너무 빨리 끝냈다. 어쩌자고 그토록 서둘러 떨어뜨려 살게 했을까. 엄마가 해주는 밥을 12년을 먹고 멈췄다. 어쨌든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먹은 밥이 내사랑에게 한가위 음식처럼 좋았으면 싶었다. 두고두고 기억되는 식사였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전분 진득한 아귀 매운 양념으로 고향 맛을 떠올리고 싶었을까. 속 거북하면서도 먹을 것을 고집한 것일까. 오늘 아침 식사는 속 편할 수 있게 온순한 국과 찬을 마련하였다.

 

 

친구들이 전국에 있다. 이곳저곳 여러 곳에 있는 친구 관계는 살아가는 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북쪽 경기 끝에서 남쪽 제주 끝까지 움직이느라 늘 바쁘다. 고마운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가족들. 타지 친구들에게 가면 꼭, 그곳 가족들에게도 짐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런 일을 두세 번 치렀다.

 

 

퇴근길. 달 떴더라. 내사랑 떠난 빈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의치 않더라.

 

 

그러나 진득함이 없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에 약하다. 가끔 어느 곳을 찾아 엉덩이에 끈끈이 액 발라놓고 느긋하게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런 경우를 볼 수 없어 아쉽다. 늘 바삐 부대끼는 몸도 좀 편해지고 가끔 마음이 어수선하다 싶을 때 조용히 거처하고 싶은 곳이 필요할 텐데 습관이 그렇질 못한 듯싶다.

 

 

고향에서마저 그렇다. 성장기를 부모 곁에서 보내지 않았기에 삶의 진입기에 있었을 진정한 생의 굴곡을 누구 도움 없이 치러야 했다. 친구들과의 연대 관계, 선생님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지만,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진행된 성장기는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놈의 공부 때문에 간 것이기에 마음 넉넉한 시절과는 거리가 멀었을 게 분명하다. 친구도, 선생님도 무관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제 한 몸, 제 안의 마음 범위에서 혼자 치렀을 고민이 있을 발생했을 때는 해결책이 까다로웠을 것이다.

 

 

선배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곤 한다. 축구며 야구 등의 운동에는 최고의 흥미와 제법 높은 수준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가끔 축가 영상이며 운동 경기 장면을 찍어 영상을 보내오곤 한다. 나는 내려받아 내사랑 영상 모음에 저장하면서 말한다.

'내사랑, 그래, 그렇게 노래 부르기며 운동도 꾸준히 함께하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익혀서 한껏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움의 생을 살아내렴. 열심히 운동해서 몸도 마음도 평생, 건강하렴."

 

 

일터에 와서 전화해 보니 내 출근하던 시각에 일어나 있었다고 한다. 아침잠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여유를 군에서는 힘들겠다 싶어 조심조심 현관문을 열고 나선 것이 후회된다. 그저 조심히 잘 가라고, 겨울 동안 외출은 좀 자제하라고, 축구, 야구는 군에서 기회를 많이 만들어 치르라고, 마음으로만 말하고 나온 것이 아쉽다. 

"저, 일곱 시부터 일어나 있었는데요. 나가시는 것도 못 느꼈는데요."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내 출근 시각을 물어오길래 일곱 시쯤이라고 말했더니 그에 맞춰 일어났을까. 고마운 내사랑. 나는 늘 말하곤 한다.

'나를 살게 하는 내사랑!'

 

 

반응형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변 그리고 운과 실력  (22) 2022.12.10
집 가까이에서 일출을 보다  (20) 2022.12.09
내사랑이 왔다  (30) 2022.12.07
초석을 다졌다  (13) 2022.12.06
겨울이 대동단결(大同團結)했다  (14)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