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31 그녀와 함께 나도 울었다: 히든싱어 이소라편을 보고
히든싱어를 가끔 시청한다. 이 프로그램이 파일럿 형식으로 시작되던 2회 차에 열청(?)을 했던 기억 때문이다. 늘 우후죽순 닮은 꼴로 생겨나는 어설픈 음악 프로그램들 속에 그래도 제대로 된 음악을 느끼게 해준다 싶어 주인공 가수를 확인한 후 가끔 함께 하곤 하는 음악 프로그램 두셋 중에 하나가 히든싱어이다.
이번 시리즈 중 거의 유일하다 싶게 내 관심 있는 가수가 등장하였다. 이소라. 그녀가 나온다기에 어젯밤 본방을 시청할까 했으나 보고 있던 영화의 끝을 급히 확인해야 해서 마지막 부분 몇 분을 보는 것으로 족하자 했다. 그러나 습관이 나를 멈추게 했다. 내 텔레비젼이나 영화 시청의 한 방법은 평점이나 댓글 우선 보기이다. 댓글 몇 분의 것을 읽었다. 시청하던 중 다른 회와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싶어 댓글을 살폈다. 나이 든 사람들(40~50대?)은 굉장히 인상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댓글이 눈에 밟혔다. 시간 되면 재방을 온전히 한 번 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뭉그적거리고 있었던 헤어 펌을 마침내 하고 온 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텔레비젼을 켰더니 마침 히든싱어 재방이다. 어젯밤의 이소라 편. 3라운드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슬픈 사연이 없지 않은 이들이 없다. 오늘 출연자들도 그랬다. 긴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중 이소라의 노랫말로 위로를 받았다는 이, 음반까지 냈지만 회사의 문제 등으로 결국 포기하려던 차 이소라의 노랫말과 콘에서 했던 이소라의 언어로 위로를 받았다는 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이소라도 울었다. 나도 함께 울었다. 평소 내 안의 이소라와는 또 다른 모습이 그려졌다. 그녀는 결코 타인 앞에서 울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 일까? 내 안에 자리잡은 이소라의 모습은 왜 이런 모습일까. 그런 그녀가 울었다. 만들어진 눈물이 결코 아니었다. 내 늘 그렇듯이 마음 저 아래 웅크리고 있던 슬픔이 외부의 우연한 텃치로 솟아올라 흐르는 눈물처럼 마침내 뿜어지고 마는 눈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우는데 난들 어찌 가만 있을 수 있는가. 같이 울었다. 그녀와 함께 울었다.
사실 내게 이소라는 좋아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같이 하는 가수이다. 록 그룹들의 노래(특히 하드 록이나 메탈 록)에 길들여져 어지간히 강한 노래가 아니면 쉬이 내겐 여타 음악들이 들어와 새겨 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좋아한다. 특히 스토리가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소라의 노래는 노랫말이 참 좋다는 것과 그녀의 노래나 아주 가끔씩 보게 되는 그녀에게서 참 줏대 있는 가수라는 느낌 정도로 내게 자리잡아 있는 그녀이다. 내 한참 김경호라는 가수를 좋아했을 때('마지막 기도'의 초창기 시절) 그를 세상에 내보여준 무대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였기에 밴드 보컬이 아닌데도 제법 기억되는 이소라이기도 하다. 단지 김경호때문만도 아니다. 그녀의 '프로포즈' 역시 제대로 된 음악 소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내 생의 기억에, 내 기준에 의하면 가장 괜찮은 음악 프로그램다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내게 있었다.
'어반자카파' 리더 권준일이 출연자라는 것도 큰 충격이었다. 권준일은 이름자의 발음에 대한 어감 그대로 남자이다. 음반을 내기도 했으나 불발되었을 때 이소라의 언어로 이겨냈다는 한 출연자의 말에 그녀 이소라의 양쪽 눈에서 흘러내리던 순수의 눈물도 나를 함께 울게 했지만 권준일이 소장하고 있던 이소라의 음반과 테이프 등을 보고서 미안해하고 감탄해하는 이소라의 모습은 정말로 연출된 방송용이 아닌 순수 그대로였기에 나는 함께 그녀의 눈물과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에 이소라가 눈물을 흘리는데 내가 어찌 가만 있을 수 있으랴.
제법 푸짐해진 몸이며 제법 기른 숏 컷의 헤어며 옷차림은 그녀의 나이 이제 50을 넘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신비한 여자로 불리어지는 그녀 이소라도 나처럼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연예인 이소라가 아닌 반백을 넘게 살아낸 여자 이소라. 콘에서 그녀가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는 문장 '나는 노래를 해야 살기 때문에 노래하는 내 삶은 참 소중한 것' 도 내게 눈물을 함께 쏟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평생토록 해내고 있는 그녀가 한편 크게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근현대라는 애매모호한 한편 잔인하기도 한 중첩의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50대의 한국 여자였다.
대중 속으로 돌아오라는 동료 연예인들의 말에 그녀는 곧 새 음반이 나올 것을 예감하게 하는 말을 했다. 한편 매체들이나 대중들이 불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아마 방송 등의 언론을 쥐고 있는 권력을 말하지 않을까. 부디 거침없이 노래 부를 수 있는 무대가 그녀에게 주어지길.
이소라. 그녀는 참 고왔다. 참 곱게 나이들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 이소라 시, 이승환(가수 말고) 곡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향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캘리그라피로 그녀가 가장 아낀다는 노랫말인 '바람이 분다'를 써 봐야 되겠다. 그리고 언제 이곳, 내가 사는 곳에서 그녀의 콘서트가 있을 때 꼭 그녀에게 가리라. 꼭 내 뿌리를 내어 키운 건강한 식물을 심은 화분과 함께 그녀에게 내가 쓴 캘리그라피 '바람이 분다'를 전하고 싶다.
참, 오늘은 어반자파카의 음악도 좀 들으리라. 세상에나 리더가 이렇게 고운 청년(? 내겐 어반자카파가 제법 오래전에 등록되었으므로 권순일이 총각인지~)인지 알지 못했는데. 어반자카파도 참 좋다. 그들의 음악도 대중화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 나만 알고 싶을 만큼의 음악다운 음악이다. 권준일과 어반자카파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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