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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인간은 이상하고 인생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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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상하고 인생은 흥미롭다.

 

 

이런, 이런, 이런. 나의 단골 인터넷 서점 '예스 24'에서 가져왔는데 그만 뒷면을 가져왔다. 책 '인생의 역사' 표지 뒷면

 

 

어디에서 소개받았던가. 어느 곳에서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었던가. 누가 이 사람의 글을 소개해줬던가.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쓴 시화집(그냥,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시화집이 아니다. 한자어가 다르다.), 책 <인생의 역사> 서문을 읽고 있다. 두 번째다. 시립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 두 번째 빌려서 읽고 있다. 반납했던 날에서 3일이 지나 다시 빌렸다.

 

각 글의 수많은 문장이 건재하다. 유독 서문의 한 글귀가 나를 붙들어 매고 있었다. 이 책을 다시 찾게 했다. 서문을 다시 찾아 읽고서는 결국  쏟고 말았다. 솟구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주워 삼켜 보려고,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려고 얼른 이곳에 들어와 자판을 두드린다. 인간은 이상하고 인생은 흥미롭단다. 이상한 인간의 도수는 제발 가라앉고 흥미로운 생은 더욱 번창하기를. 올해 정초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일터 어디에선가 고사라도 치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빈번하게 드는 요즈음, 진짜로 이상한 인간들이 있어 차라리 생이 흥미롭다 치자고 벼른다.

 

이상한 인간. 흥미로운 인생! 올해 '나의 버킷 리스트 1'에 새롭게 올린다. 리스트를 조정한다. 단지 신형철의 책 한 권을 읽기만이 아니다. 신형철, 그의 책 다섯 권을 올해 읽을 거다. 그가 번역한 책도 한 권은 읽고 싶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글,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은 그의 글은 그야말로 제대로 정수된 맑고 고운 언어의 집합이다.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다. 티끌 크기 뾰루지가 붙은 글자 한 자 없다. 

 

단정하다.

 

깔끔하다.

 

야물다.

 

알뜰하다.

 

있을 것만 제 자리에 위치 해있다.

 

건강하다.

 

총명함을 생산하고 싶게 한다.

 

어서 귀 기울여 여문 삶을 지금이라도 살고 싶게 한다. 

 

수십 번 그의 뇌세포들이 어르고 달래고 토닥거리고 흠칫거렸을 낱말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자기네들이 이루고 가꿔놓은 삶을 찾은 이들에게 신명이 나게 하는 삶의 리듬과 운율을 만끽하게 하느라고 분주하다. 분주함은 수선스러움이 아니다. 알곡을 차곡차곡 쌓아 다지려는 분투이다. 신형철의 사고 궤도는 이것들을 생각지도 그리기를 대여섯 번은 다시 반복하고서야 마침내 선보이는 낱말들이자 구절들이자 문장들이다. 조화롭다.

 

올해 내 생이 만난 행운 중 하나는 신형철의 책을 본격적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내가 꿋꿋하게, 비참한 일상의 회로일망정 여지없이,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힘은 신형철이 쓰다듬어 내놓은 문장들과 마주한 덕분에 생산해낸 산물이다. 각 곳 그가 빚은 글들이 있어 나는 가끔 쉬엄쉬엄 나의 격한 감정들을 쓰담 쓰담 격려할 수 있다. 그가 내놓은 글들에 홀딱 반해서 내 육신에 끼얹어진 가쁜 호흡을 어르고 달랠 여유가 생성되었다. 가끔은 삶의 한 컷을 야무지게 우주에 양보하는 기염도 토하게 한다. 우주의 평온을 기원하게 하는 고도로 농축된 감정의 역사도 다지게 한다.

 

두 시간 넘게 늦은 퇴근이, 그것도 사건 처리를 위한 조서를 쓰느라 보내야 했던 퇴근 시각 이후의 두 시간을 찌그러지지 않은 채 견디어낼 힘을 신형철의 책에서 얻었다. 그가 쓴 문장들을 읽으면 눈이 먼저, 뒤이어 나머지 나의 네 가지 감각이 가지런해진다. 제대로 쓴맛을 풍기면서 내게 와 있는 징그러운 사건 앞에서도 굳세게 견딜 힘이 솟구치게 한다.

 

대여섯 번의 시도 끝에 책 표지 앞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예스24에서 가져옴

 

그의 책 속 낱말이며 구절이며 문장을 읽노라면, 살고 싶어진다. 살고 싶다. 알뜰하게 삶을 가꾸고도 싶게 한다. 이어 읽을 그의 책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다. 기대된다. 어서 읽고 싶다. 부지런히 읽자. 그가 책 속에서 거론한 시며 글이며 책을 더불어 읽어내기 위해서라도 그의 책을 어서 읽어야 한다.

 

 

오늘 나는 무지하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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