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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인간은 인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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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이어라.

- 오늘은 지지부진한 올가미를 벗고 좀 더 큰 세계를 그리리라. 

 

 

 

저 맑은 하늘을 살기 위해서

 

 

휴가였다. 지난주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아침잠으로 살았다. 새벽 서너 시에 든 잠이 보통 오전 8, 9시까지 진행되었다. 언젠가 나 혼자서 휴가일 때(신혼 시절에), 끼니 준비는 제쳐두고 잘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 없이 늘어져 자는 내게 ‘불면은 무슨 불면? 잘만 자던데. 불면은 밤 내내 잠에 못 들고 아침에도 잠을 못 자는 것이 불면이야. 잘 자던데 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또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 아침잠을 자는 나를 보는 사람이라면 평소 ‘불면’을 읊는 내가 참 우습게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자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합리화를 좀 하고. 어쨌든 그렇게 이번 휴가에도 아침잠들을 줄곧 잤다.

 

 

내 일터 화단의  꽃 1

 

 

은근히 걱정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인데 이를 어쩐담. 이렇게 늘어지게 자는 아침잠을 계속해서는 안 되는데. 수면 시간을 조절하자고 여러 번 나는 다독거렸다. ‘안 된다. 아침잠이 습관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한두 시간이라도 어서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자. 빨리 자는 것이 티끌 속에 구멍 뚫기보다 힘든 나는 그러나 다그쳤다. ’나는 직장인이다’라고.

 

 

출근일 하루 전날, 일요일 밤도 휴가 동안과 비슷한 시각에 잠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걸어서 출근해야 한다. 어서 일어나야 한다. 내일은 휴일이 아니다. 휴가가 아니야. 어서 일어나 7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서자. 새벽의 싱싱함을 맛보면서 걷는 것이 생을 지탱하는 기운이다. 애써 다독거리면서 잠들었다. 어서 잘 자고 빨리 눈을 뜨자고.

 

 

휴가라면 오늘도 아홉 시가 넘어선 시각에 일어났을 것이다. 누구 깨우지 않는다면 더 늘어지게 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출근일. 6시 알람에 바로 눈을 떴다. 신기했다. 늘 저지르면서 사는 버릇인데도 알람 소리에 빨딱 눈을 뜬 내가 오늘은 무척 대견스러웠다. 뇌세포 늘어지면서 빨딱 일어나던 습관도 늘어지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를 여러 번 읊조리면서 출근 준비를 했다. 비록 눈을 뜨고서 잠깐 헛짓거리(?)를 좀 하느라 7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에야 출근했다.

 

 

 

내 일터 화단의 꽃 2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요즘 온 지구가 상처투성이이다. 곳곳의 자연이 자기 모습을 상실해가면서 깊은 아픔을 살고 있다. 수십 미터 깊이의 호수며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원히’라는 낱말을 머리에 인 채 잠들어서 인간 세상에는 흔적도 드러낼 일이 없을 것 같던 것들이 속속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거의 절반가량이 가뭄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다. 영원히 물속에서 생을 다할 것 같았던 1, 2차 세계대전의 참상들, 그런가 하면 고대 생물체의 흔적까지, 말라비틀어진 강바닥 위로 인간 역사의 기록들이 부상하고 있다. 일그러진 거북 등의 모양을 한, 좍좍 갈라진 피부를 드러내는 강들. 역대 초고의 기온을 갱신한 열돔과 폭염,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력 발전과 원자력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미국, 가뭄으로 유럽 영토의 17%가 적색경보 단계란다.

 

텅 빈 계곡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도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빙하들, 여름철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어 목구멍이 포도청의 상황이 된 현재. 이 상태는 11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지난 85년 동안 절반이나 사라졌으며 일본 홋카이도의 신사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다니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학자, 환경학자, 과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석학이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지구를 사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인간은 언제 어떠한 상황에 부딪혀도 뚫고 나아가는 힘이 있었으니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한단다.

 

그래, 몇 날 며칠 축 늘어져 아침잠을 자던 여자가 ‘출근일’이라는 단단한 낱말로 인해 불쑥 일어나는 아침처럼, 인류가 살아내는 자연, 지구 환경도 불행을 가득 안고 있는 오염을 즈려밟고 힘차게 일어설 수 있기를. 거뜬한 새 아침을 맞을 수 있기를. 인간이므로 인간일 수 있기를.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일기를 쓰고 있다. 어서 하루를 마감하고 싶다. 자고 싶다. 하루 종일 단 1분의 여유도 없이 하루의 곳곳을 뛰었다.

 

 

‘하비에르 보텟’ 그리기도 일단 끝냈다. ‘하비에르 보텟’이 내 그림을 보면 그럴 것이다.

“어어, 내 사촌도 아니고요, 내 사돈네 팔촌의 얼굴도 안 보이고요. 어쩌자고 내 얼굴을 이렇게 성형시켜 버렸소. 슬프오, 어서 제대로 된 내 모습을 그리시오, 부디!‘

그림은 이전 회차로 살짝 올렸다. 부끄러움이 윽박지르면 성공의 길은 멀다. 막무가내 그림을 올리면서 내가 만든 격언이다. 푸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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