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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자정을 넘어서야 몸을 눕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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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어서야 몸을 눕힐 수 있었다. '궐석'이라는 낱말이 있지 않은가. 흔히 힘의 세력들과 어울리곤 하는 이 낱말. 

 

 

 

젖은 흑백 수채의 오늘을 사는 이 기분!

 

재판도 아니니 하룻밤 반신욕을 위한 욕조에 몸 담그기 의식을 치르지 않은 것 쯤 뭐 어쩌려니 싶었다. 간단한 냉수 샤워와 세수로만 한양행으로 쌓인 내 영혼 위의 부유물들을 쓸어내렸다. 긴 머리카락 마르기를 기다려 침구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영혼을 지배하는 '나'와  '육신을 지배하는 나'의 갈등을 가끔 재미있게 즐긴다. 어젯밤도 그랬다.

"여독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신욕이라는 것을 잘 알지 않나요, 주인님?"

"아니오. 내일 아침 이른 출근으로 맛볼 수 있는 생동감을 즐기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쯤 어서 주무시는 것이 낫지 않나요, 그대."

 

그래, 이런 날으 다 내려놓고 수묵화를 그리는 거야. 2

 

 

핑퐁게임 식으로 주고받는 이분법 조의 내분을 적당히 지켜보다가 나는 영혼 쪽에 자리한 '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생략'을 택했다. 매일 반복해야 한다고 지정된 일과 중의 하나를 묻었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한없이 인간다운 나는 또 영화의 유혹에 손을 맡겼다. 보고 있던 영화,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다는 것을 영화 초반에  확인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보고 있는 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클릭하여 '이어서 보기'를 확인하였다.

 

스페인에서 미국의 아카데미처럼 운영되고 있는 '고야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발 맞추어 눈에 확 띈 영화 소개란의 '고야상 수상'이 다시 보기에 한 몫 했다. 내 영화 취향이 유럽 쪽과 상당히 어울린다는 것을 늘 확인하던 차 스페인 영화라는 것도 재시청 이유에 더해졌다. 식민지 시대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워 진행되는 원주민과의 갈등을 그린 것이다. 그만 보려고 했는데 '반전'의 이유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떡 하니 진행된다.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정식적으로 '새 날'이다. 0시 대를 넘어섰다.

 

새 날의 이른 출근에 덧붙여져 오늘은 또 한 주제가 내게 주어져 있다. 어제 결혼한 새 신부 새 신랑이 신혼여행을 한여름으로 미루고 신부의 돌아가신 아버지 묘소에 인사 차 내려온단다. 내가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지난 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집안 정리 및 청소의 최종 마무리를 아침 일찍 일어나 해결하려고 한다. 바쁜 출근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자, 자자, 어서 자거라. 유튜브 수면 명상 '신경 정신과~'의 반복되는 음향이 일정한 리듬으로 울리기 시작한다. 잠들었다. (이 수면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또 꼭 글로 쓰리라.)

 

붉은 기운 하나를 무채색의 풍경 안에 위치시켰다.

 

 

다섯 시 오십 분 쯤 기상. 의외로 몸이 참 맑았다. 이불속 기행을  짧게 마쳤다. 가수 최백호의 그림 전시회를 말하는 기사를 읽었다. 엥? 이분이 그림도? 그림? 죽기 전에 꼭 전시회를 한번 하고 죽자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인지라 나는 그림 전시 운운하는 내용이 있으면 수많은 생각이 든다. 가수 최백호 님과 동료 의식까지 느껴진다. 최근 들어 관심을 갖고 있는 화가 '콰야'와 함께하는 전시라니. 이번 한양길 좀 더 여유 있는 일정이었다면 몇 전시도 들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쉽다. 하여 오늘 아침 음악은 최백호의 노래였다. 

 

자, 오늘 하루도, 여름 장마가 제공하는, 진회색 불투명의 응큼하면서도 두툼하게 차 있는 음영의 진미를 마음껏 냄새 맡으면서 즐기자. 하루를 온전히 즐기자.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올리는 아침 일기.

아침 시간에 올리는 것까지 해내는 것이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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