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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오색 찬란한(?) 과거를 데려와 고운 새 신부와 함께했던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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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한(?) 과거를 데려와 고운 새 신부와 함께했던 어제

 

 

 

 

 

 

가는 날이 장날!

 

 

속담은 곧 생이다.

 

오죽하랴. 선인들이 살아낸 수많은 나날의, 휘황찬란하거나 처참하게 부스러진 진흙 길 위, 그 찬란한 연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어제 내 하루에 딱 맞는 속담이었다.

 

 

어질어질했던 하루 ,  어제 !  사진 속 모습은 오늘 아침 .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왜? 오늘? 어쩌자고. 하필?

 

어제 내 일터 업무가 시작되는 시각. ‘22 내사람들’ 중 한 사람이 '시작'이라는 낱말 위에 날카로운 사선을 그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왜 그럴까. 나도 모르겠어요. 생각해보자. 무엇이 그렇게 내사람 '너'를 힘들게 할까. 곰곰 생각해보고, 차분히 생각해보고, 네 안에 밀고 들어온 화를 잠재우자. 모르겠어.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겠어? 모르겠단 말이야. 모르겠다고. 어찌 좀 해주란 말이야. 그래, 그럼 어떻게 해 줄까.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지금 내가 내사람 '너'에게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 나도 몰라.

 

 

 

' 혼돈 ' 이라는 낱말이 뒤덮은 하루 .

 

 

조물주를 모셔왔다. 오늘 제게 깃들어 온 기쁨과 설렘. 그 무게가 그토록 크게 느껴질 만큼 질투심이 발동할 일인가요? 그 무게를 '참 기쁨'으로 구성된 든든함이려니 하고 손뼉을 쳐주기는커녕 무작정 흐트러트리려 하는 당신의 경솔함에 헛웃음을 뿌립니다. 외치고 또 외쳤다. 그만두시오. 그만하지요. 내게, 오늘 오후, 아름다운 유월의 새 신부가 오는데, 새신랑과 함께 고운 한 쌍이 되어 귀향하는데, 나, 그들의 단정한 안내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과의 만남이 이미 약속되어 있는데요. 조물주여, 한낱 소시민의 소소한 행복 조각을 깨뜨리려 하다니요.

 

 

 

 

 

 

생각하기 나름. 장마도 즐길 만하다. 저 신비의 풍광을 보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일터의 업무가 둘로 쪼개졌다. 다수를 향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상 하나와 느닷없이 터진, 한 사람을 위해 정신을 쏟아야만 하는 돌발 현실. 한사람이 다수를 이겼다. 나는 다수를 위해 베풀어야 할 정해진 정성에서 서너 가지를 빼내어 한사람에게 몰아 주었다. '다수'라는 낱말이 지닌 힘이 무참히 패배하였다. 더 큰 문제는 한 사람이 자신에게 쏟아진 나의 힘 중 7, 80퍼센트는 다수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예 느끼려 들지도 않았다. 한자 '참을 인'이 주 테마로 내세워진 하루.

 

어찌어찌하여 가까스로 유월의 새신랑 새신부와의 약속 시간을 지켰다. 예정된 계획에 의하면 ‘랄랄랄라’ 즐거운 리듬으로 집에까지 걸어서 퇴근한 후 ‘룰룰룰루’ 한껏 변화무쌍한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차를 몰고 나가는 것. 내 안의 신선한 기쁨을 그대로 첫 대면(새 신부의 '고향'에서)에서 전달하려고 했다. 계획은 이미 엉클어지고 말았다. 어설픈 계획일랑 어서 판단하여 재빨리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현명하다고 한다. 현명해지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달렸다. '카카오 티'를 쉼 없이 낭독하는 택시 안 소란을, 늦지 않게 내게 왔다는 것으로 용서하였다.

 

 

환한 삶이기를!

 

 

결혼 소리가 오가면서부터 이미 사진으로 익히고 결혼식장에서 눈도장으로 확인한 새 신랑은 벌써 우리 가족이 되어 새 신부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고향 떠난 지 꽤 된 신부는 자본의 고속을 따라 정신없이 변모한 고향 모습에 놀라워했다. 조잘조잘 조잘. 싱싱하게 푸르른 산 장어를 벌건 불판에 눕혀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으면서 우리는 휘황찬란한(?) 새 신부의 어린 시절을 불러왔다. 내 푸르딩딩한 젊은 날이 함께 달려왔다. 소주 한 모금 마시지 않고서도 ‘휘익휘익 휘익’ 무편집으로 우리 앞에 선 옛날. 날개를 달고 달려와 나와 새 신부의 소리 위에서 비상했다.

 

과거는 생각하기 나름. 아니 과거는 현실이 지배하는 것. 곱게 자란 새 신부는 ‘전문인’이 되어 즐거이 필름을 움직였고 노쇠해가는 나는 다소 흐릿한 영상으로 답하면서 그때 그 시절의 휘황함을 살려내려고 애썼다. 우리들의 과거는 참 맛있었다. 타고난 성격이 차분하다고 느껴지는 새 신랑은 어서 먹으라는 새신부 측 고향 대표이자 가족 대표인 나의 요구에 걸맞게 움직였다. 참 맛있다며 연신 맛의 미학을 담은 짧은 감탄사들을 드러냈다.

 

고향 음식 맛보기를 마친 후 우리(내) 집으로 왔다. 언제 다시 오기가 쉬울까 싶어 집에 들러 차 한 잔씩은 하고 가라고 했다.

 

“고향에 왔는데, 이모에게 왔는데, 어느 댁을 방문하든지 내놓은 차를 꼭 따뜻한 채로 한 잔 마셔야 한단다. 그래야만 초대한 이나 방문한 사람 양쪽 다 따뜻하게 앞날이 펼쳐진다더라. 그게 미덕이란다.”

 

급히 정리한 흔적이 역력한 내 집에 들어서자마자 예약된 숙소에서 걸어오는 전화와 피곤을 말하며 어서 숙소로 가겠다는 딸과 사위에게 새 신부의 어머니가 말했다. 젊은 시절, 암으로 가신 새 신부 아버지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 1남 1녀를 '전문인'으로 길러낸 새신부의 어머니가 고통 범벅의 연륜에서 얻은 삶의 소중한 예의를 강력한 어투로 말했다. 새신랑 새신부는 마법의 향을 품고 당신들의 앞에 도착한 허브의 따뜻함을 맛보고서 숙박지로 바쁘게 떠났다.

 

이렇듯, 늘 푸른 생을 둘이서 함께 꾸리기를!

 

 

 

건물 현관까지 내려와 새 신부의 고향, 사방이 아름다운 곳, 아내의 고향 풍광을 마음껏 즐기라는 인사를 새신랑에게 고하면서 마음으로 말했다.

 

"인생에는 고된 삶의 그래프가 존재하지. 가끔 감기몸살같은 프로젝트가 툭 벌어지곤 하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주제로! 그것도 주기적으로. 그 프로젝트가 그려내는 포물선 위에 함께 가는 이가 있다면 가뿐하게 넘길 수 있지. 이겨낼 수 있지. 내 사랑하는 조카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기에 미리 고마움을 ~."

 


욕심은 참!

아침. 내 연필 소묘 '히스 레저 4'를 올리느라고 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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