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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작가님은 작가님 글과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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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작가님 글과 닮았나요?"

 

원고지, 종이에 써 내려가는 손가락의 감각이 그립다.

 

 

"엥? 이게 뭔 소리? 내가 내 글과 닮았느냐고?"

"어떤 나?"

이 모호한 문장으로 덤벼오는 질문에 나는 순간 아찔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를 닮은 나의 글이 되겠다. 나 같은 글이 되느냐니, 이게 무슨 일인가? '나'로 머무는 것이 싫어서 조잡하고 허술하지만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데 나를 닮는 글이냐고 물어오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가.

 

한편 얼마나 고아한 문장이냐. 제 글을 닮은 사람. 자기 자신을 닮은 글. 서로 아름드리 호환이 가능한 글을 마음 편안하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앞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멋진 나를 닮은 아름다운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솔직한 마음이다. 내가 추구하는 당당한 삶. 그런 내용이 담긴 글. 그런 문장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이런 종류의 내용을 담은 문장을 읽은 때가 몇 회 있었다. 무작정 쓴 글이 올린 글의 회수를 늘린 덕분인 듯싶다.

 

두렵다. 아직, 전혀 작가가 아닌데도, 어떻든 두렵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올린 글들이 우스꽝스러운 과거가 되면 어떡하지?'

'그녀, 이런 정도의 어리숙한 글을 썼던 사람이다.'

라는 제목의 글이 나를 공격하게 된다면 어떡하나 생각하고는 허허 웃는다.

 

"아이고, 그런 글을 써서 공격한 사람이 있게 되면 다행이야."

이름 모를 사람이 나를 흘끗 쳐다본다. 손가락 끝 모세혈관 한 점이 찔끔 한다.

"너한테는 일어날 일이 아니야. 걱정하지 마."

어쩌다가 한 번 글로 만난 이가 나를 보고 코웃음을 친다. 교통사고로 살짝 삐뚤어진 눈 뒤 시각세포의 시각신경에 정전기가 인다. 

 

핸드폰 유튜브에서는 쳇 gpt의 시대에 마법과 구분할 수 없는 발전된 과학의 시대라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굉장히 무수한 막노동을 어마어마하게 진행하면서 쳇 gpt가 살아가고 있단다. 쳇 gpt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 또한 엄청난(?) 막노동을 해대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런데도 어떤 형태의 패턴 한 가지 획득하지 못한 채 산다. 내가 참 한심스럽다. 이를 해소하고자 나는 글을 쓴다. 그냥 나를 쓴다.

 

점점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끊임없이 하루 한두 편씩 몇 줄 안 되더라도 글을 쓸 수 있다면 된다. 다만 되도록 나와 닮지 않은 글을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생활 속에서 습관화된 나를 뚫고 나아갈 수 없다면 글로라도 나를 좀 벗어나고 싶다. 전혀 나를 닮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나는 2차원의 삶을 살고 있으므로 내 글은 3차원 혹은 4, 5차원의 글이었음 좋겠다. 즉 내 글은 내게 와 닿지 않은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터, 혹 명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윗사람의 전체 톡이 있었다. 잠깐 흔들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단 한 가지의 일을 하면서 살아온 삶이고 보니 내 생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면서 살아왔겠는가. 그러므로 한편 나는 대단한 인간이다. 지독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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