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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적정선을 지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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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선을 지킨다는 것

 

내게 '적정선'을 지킨다는 것인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혹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한 행위. 

'화초에 물 주기'이다.

 

오늘은 전체 화초에 물을 주는 날. 방금 마쳤다. 거의 세 시간여 걸렸다.

 

어중이떠중이(화초들아 미안!), 이것저것 몽땅 기르는지라 화분의 개수가 많은 것이 우선 문제인데 긴 시간 물 주기에 매달리게 하는 것은 이것이다.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하여, 욕심이 과해, 삼십 년을 넘게 동거하는 분에도 지나치게 물을 주는 일이 많다. 하여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생시킨다.

 

아,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이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십 년을! 여전히 잘 해내지 못한다. '그만, 그만'이 잘되지 않는다. 헛된 욕심 때문이리라. 탐욕이다.

 

아마 이 토분에서 사는 화초는 나와 삼십 년 가까이 동거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화분에 물을 주고 나니 내 삶도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내가 남에게 나를 마음껏 줄 수 있다는 것. 그런 복도 하늘이 주는 선물일 거다.

 

초록의 진하기에 밀도를 높여가고 있는 안방 앞 베란다 화초들. 고마운 녀석들

 

다음 주 출근복에서는 아직 입고 있는 하복 내의를 한 겹 마저 벗어던져야겠다. 아, 얼마나 가뿐한 몸놀림이 가능할까. 미리 추측해보는 데도 벌써 신난다. 아랫입술을 바짝 쥐게 반든 일거리들도 가뿐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세포를 베란다에 두고 햇볕을 만나게 해야겠다. 즐거운 토요일이다.

 

참, 내가 기르고 있는 화초들, 가까이 보면 한 녀석 한 녀석 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래서 명시이다.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르는 화초들은 나태주의 시 '풀꽃 1'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자세히 볼 수 있다. 오래 볼 수 있다. 당연히 사랑스럽다. 이런 고운 내 눈으로 너를 보니 너 역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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