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용머리 성당
지난주 금요일에 떠난 일터 친목(?) 행사였다. 1박 2일로 전주를 다녀왔다.
전. 주.
3년을 토요일마다 드나들었던 곳. 애증의 그곳. 오랜만에 전주를 다녀왔다. 뜻밖의 여행이었다.
3년을 다니면서 전주를 구석구석 구경한 적이 없다. 단순 여행으로 '한옥마을'과 '경기전' 부근을 다녀온 것도 일터 업무의 연장선상이었다. 이번 전주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머리 무거운 상태에서 떠났는데 뜻밖에 상당히 가벼운 기분으로 다녀왔다. 토요일,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여름 장맛비 덕분이었으리라.
금요일 밤, 무리에서 나와 혼자였다가 만난 곳이 이곳 '용머리 성당'이다. 내게 성당은 늘 마음의 고향이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성당에 가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최근 만난 성당은 예전과 달리 문을 닫고 있어서 서운했는데 알고 보니 성체 분실이 잦아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단다. 안타깝다. 어쩌자고 종교 기관, 기도실의 성체까지 손댄단 말인가.
한때 도무지 마음 가라앉혀 살아가기가 힘들 때 나는 내 사는 곳 조금 넘어서면 만날 수 있었던 공소(신부님이나 수녀님이 거주하지 않는 천주교의 기도처)에 자주 갔다. 문이 열려 있어서 성당 안 긴 의자에 누워 눈물로 내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때로 아무 죄 없는 예수님이나 성모님 앞에 앉아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다녀오면 영락없이 쓰라림이 사그라들었고 울그락불그락 가만히 있질 못하던 철없는 마음 돌림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감사의 표로 화분을 사 들고 건물 밖 성모님 앞에 놓기도 했다.
전주, 용머리 성당에서 만난 신자 한 분의 친절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저녁 기도에 들던 두 수녀님의 성스러운 모습도 떠오른다. 성당 내부는 참 독특했다. 편안해 보였고 단아했다. 사진 몇을 찍고 물러서 나오는 기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기도하고 계시는 수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못한 채 나온 것이 참 죄송하다. 다시 갈 때는 꼭 화분 하나를 들고 가겠다.
이번 전주 여행은 용머리 성당을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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