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여유
토요일 아침의 여유
여유라니. 곧 시작될 '온종일 집'의 생활을 생각하면 무슨 '여유'인가 싶지만 일단 일터 출근의 생활이고 보니 오늘, 토요일 아침에 맞는 여유는 참 사랑스럽다.
휴일도 평일 시간 운용 시스템으로 살자는 주인장의 꿋꿋한 다짐으로 내 핸드폰은 새벽 여섯 시에 알람을 울린다. '출근'이라는 긴장감으로 눈을 떠야 하는 아침, 몇 년 전부터는 알람 먼저 내 눈뜸이 작동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지금 저기 울어대는 새는 무슨 새일까? 참새? 내 귀에 징그럽도록 익숙한 비둘기는 아니고 내 유년 시절부터 귀에 익숙한 새 울음이니 아마 참새일 테다. 내 눈뜸은 참새의 울음을 아마 기상 신호로 받을 것이다. 참, 소리가 맑고 리듬이 이쁘다.
아침 일기를 몇 줄 적고 루틴을 적고 핸드폰으로 일기예보를 뒤척인다. 핸드폰으로 이미 와 있는 공직의 알림은 오늘부터 장대비를 비롯한 장마의 상징이 현실이 된다는 것.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집 앞쪽 실외로 향한 모든 창문을 활짝 연다. 쫑알쫑알 참새들이 자기 생명을 자랑한다.
청아하다'라는 낱말이 어울릴까. 참새들의 투명한 소리 모음과 함께 떠오르는 낱말이다. 내 목소리도 저랬으면. 너무 상해버린 내 목소리가 안타깝다. 목을 사용해야만 하는 일터 내 업무는 내 신체 중 목을 가장 처참하게 묵혔다. 목이 늙었다. 식도에 거주하고 있는 작은 혹은 굵기가 있는 음식물을 삼키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게 했는데 이것도 목이 늙어서일 것이다. 식도를 형성하는 잔주름들의 노화. 혹은 칠 년 전쯤 생겼을 것인데 건강검진 때마다, 아직 그대로라고 결과가 나온다. 의사가 덧붙이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지켜볼 일인가 보다.
베란다에 나오니 보인다.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올봄 '아프리카 식물'이라는 주제를 지닌 식물 다섯을 구매했다. 다육식물 키우기와 비슷하려니 했는데 녀석들이 보여주는 품새가 서로 다르다. 매월 말에 물주기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어떤 녀석은 잎이 심하게 기울었고 어떤 녀석의 잎은 쌩쌩하다. 또 한 녀석은 잎 한 장이 누레져서 며칠 전부터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그리고 또 한 녀석을 신체 변화를 가늠할 수 없을 지경으로 변화가 없고 마지막 녀석은 평소 끝을 살짝 구부린 채 요염함을 뽐내는 모든 잎이 죽어버렸다. 다행히 구근인 몸뚱이는 그대로인 듯싶다. 장마가 시작되는데, 긴 기간 비가 내릴 텐데 녀석들의 물 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 일기랄 것도 없구나. 현재 오전 열한 시 십육 분.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올 장마 본격적인 시작이다. 집, 실내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축축함이 어느 곳엔가 곰팡이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만 저버릴 수 있다면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사랑한다. 장대비가 내리는 거리를 차를 몰고 달리는 기분을 즐긴다. 내 좋아하는 음악을, 볼륨을 높여 틀어 들으면서 달리는 기분. 끝내준다.
베란다 문을 닫으러 나가야겠다. 토요일 아침의 여유가 몇 줄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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