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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한낮 12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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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를 넘긴 시각이다. 낮 12시 37분!

 

 

그곳 꽃들. 이 무더위를 견뎌내고 있는지.

 

 

 

나를 위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우,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 오전 내내 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결국 '너(나)'를 위한 것이지 뭐냐?'라고 퍼붓고. 오후로 들어서며 어두움을 틈타 다시 오리니. 이곳!

 

여름 정중앙에 도착한 듯. 정오 전후, 태양빛이 오전 내내 축적한 에너지를 왕대포의 힘으로 쏟아낸 시각. 오후 1시 30분을 넘어 2시 30분 정도까지는 호흡이 조금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직 숨이 콱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태양의 힘이 연중 최정상의 꼭지로 향하고 있는 듯싶다. 어젯밤에 맡았던 초가을 바람 냄새는 뭐람. 

 

 

정승제 선생님이 쓰신 책 -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가져옴

 

 

저녁을 먹을 때에 가끔 유튜브를 켜고 가벼운 영상을 보곤 한다. 혹은 듣는다. 오랜만에 이투스 대표 수학 강사 정승제  선생님을 열었다. 그의 공식 유튜브가 아니다. 그의 제자였다가 '사생 팬'이 된 이가 정승제 선생님의 강의 시간 중 인생 공부를 위해 들려주는 내용들의 단편을 올리는 방이다. 그다지 넓은 범위의 유튜브를 보는 것이 아닌데 이곳은 우연히 들르게 된 이후 단골손님 격이 되어 방문하곤 한다. 들어오면 정승제 선생님은 일면식도 없는 나를 칼칼칼칼 배꼽을 잡고 웃어젖히게 하고 '아하, 그래 그렇게 살아야 되겠구나'를 느끼게 하여 인생 공부도 새삼 하게 한다. 단연코 그의 문장 가닥가닥 참 재미있다. 정작 그의 수학 강의는 들은 적이 없다. 어쨌든 말솜씨가 대단하시다.

 

오늘 뜬금없이 들른 것은 갑자기 궁금한 것이 떠올라서이다. 1년 전인지 2년 전인지 정승제 선생님이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말씀을 공개적으로 하신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교실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진 비슷한 급우들에게 '야, 정승제 공부만 하는 놈이 아니야. 나도 이런 깡이 있어'를 실행에 옮기고자 하셨단다. 가벼운 공을 교실 중간 툭 튀어나온 보(?)로 던져 맞히고 다시 돌아온 공을 잡는 개인기를 펼쳤단다.

 

선생님이 칠판에 필기를 하시는 동안 영락없이 그 일을 성공했고 평소 일진 같지 않은데 뒷자리에 있던 한 친구, 즉 '오늘의 친구'에게도 하게 했단다. 정확성을 높이게 하려는 욕심에 승제 선생님은 '세게'를 말했고 이를 들은 친구는 '세게' 잘 던져서 그만 선생님을 정통으로 맞췄단다. 친구가 선생님의 불호령에 교실 앞으로 나가던 찰나, 선생님은 한 놈 더 있다는 불호령을 내렸고, '나도 같이 했소'하고 함께 나가려던 승제 선생님에게 '앉아 있어. 새끼야'를 했다던가. 하여 친구만 교실 앞으로 나가서 몽땅 맞고 끝났다는. 그날 그 친구, 그 멋있는 친구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박장대소하며 봤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내가 본 그날은 올린 지 며칠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그 내용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를!', '정승제 선생님 첫사랑을 찾습니다' 등을 댓글로 달았던 것도 기억났다(대충 그런 분위기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찾아 나섰다. 요즘 알고리즘이 얼마나 영리한가. 돋보기가 달린 밑줄에 '정승'까지만 입력했는데 열 번째에 그 방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그 내용이 인기가 있었던지 세 번째 창에 위치해 있었다. 아, 그리고 승제 선생님의 친구분이 직접 자신을 소개한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마치 내 일처럼. 나는 또 그날처럼 박장대소를 했네. 아마 승제 선생님과 조우하여 고3으로 돌아가 옛 추억들을 소환하셨겠지. 얼추 각자 관심을 끌었던 친구들의 소식도 챙겼을 것이고. 담임 선생님의 현재도 수소문했으리라. 식도를 타고 시원스레 하강하는 생명의 소주 한잔, 그 미감에도 벌컥 취하셨을 것이다. 친구 분의 댓글에는  많은 수의 댓 댓글이 있었다. 차근차근 그 댓 댓글들을 열어 읽어보았다. 깜짝 놀랐다.

나는 뉴스 등의 새 소식이 담긴 글을 읽을 때는 본문보다 댓글을 더 열심히 읽는 편이다. 대부분의 본문은 제목과 첫 한 문단만 읽어도 그 소식의 내용을 대부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빤한 내용들이다. 장담하건대 내가 미루어 짐작하는 빤한 내용은 아마 90퍼센트 이상은 맞다. 굳이 통계를 내볼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 것이 그렇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도 그렇다. 5분의 1 정도만 봐도 내용 전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오오, 조심스럽군요. 특정 한국 영화나 드라마 마니아분들이 이곳을 들르시면 화나실 텐데. 넓은 마음으로 살펴 주실 것을! 그저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니~)

거의 모든 댓 댓글이 '낭만'이며 '멋있음'이며 '첫사랑' 등등 온통 자기 일처럼 행복 가득한 글들이었다. 형식적으로 써 올린 글들이 아니었다. 진정 진실된 기쁨의 표현이었다. 승제 선생님이 참 부러웠다. 세상에나 학원 강사 선생님의 인기라니. 대단하셨다. 쭈욱 읽어가니 각자 처한 상황의 소원을 비는 내용들도 이어졌다. '중간고사 몇 등급을 받게 해 주소서', '수능 올 1등급을 받게 해 주소서', '임용 통과하게 해 주소서', 복권 당첨되게 해 주소서'등등등. 내가 댓 댓글을 단다면 나는 어떤 내용을 입력하게 될까. '축하'를 담은 글을 물론 썼을 것이고 내 소원을 썼다면 어떤 내용이었을까. 얼마나 힘이 들면 '부적'처럼 이곳에 자기 소원을 띄울까. 얼마나 활발하게 살아낼 수 있는 시기인데. 마음껏 자기 의지를 펼치면서 살아낼 때인데. 때로 분기 충천하며 세상 속에 자신의 힘을 우뚝 드러내야 할 시기인데. 안쓰러웠다. 

실없는 부채 손을 사는 나도 참 안쓰러워졌다. 매양 시루에 물 퍼붓기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을 읽은 유튜브는 저녁 식사가  끝나가는 즈음 어느 교수님의 인생 잘 사는 방법에 대한 강의로 나를 이끌었다. 기왕에 듣게 된 것. 속도 2로 마구 달렸다.  

슬로, 스몰을 지향하라. 자기가 정말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라. 작은 것을 잡아서 심플한 사고방식으로 일상에서 실행하라. 그리고 그것들을 실행한 자기 자신에게 감사하라. 그렇게 하면 여유가 생긴다. 효율성 있게 살 수 있다. 명상을 하라. 하나를 열심히 하면 다른 일들도 술술술 해결된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지 않고 조그마한 것부터 해결하여 자신감을 얻으라. 내가 나답게 스스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라. 모두 다 맞는 말씀이다. 때로 이런 내용의 강의를 들어볼 법도 하건만. 벌써 조울거리는 나의 뇌세포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시든 고개를 돌린다. 

 

댓 댓글로 자기 소망을 단 이들이여. 부디 그대들이 올린 소원들 모두 이루어냈기를. 혹 아직 못 이뤘다면 올 안에는 꼭 이루기를. 마침내 각자의 꿈에 도달하여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살 수 있기를. 나도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뛰자. 일단 위 강의 내용처럼 작은 것 하나 꼭 실행할 루틴을 적어보자.

'공개 일기'와 '종이 일기'는 매일 쓸 것.

 

하여 내 오늘 하고자 했던 일을 2분의 1도 해내지 못했지만 흐뭇하다. 다른 사람의 소원 성취를 내가 기원해주는 일, 기쁘다. 정승제 선생님도 어서 결혼하시고. 트로트도 부르셨다던데 그 분야로도 성공하시고. 강의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셔서 더더욱 일취월장하시길(아, 이건 아니다. 이보다 더 잘하시면 우리를 두고 달나라 여행을 떠나버리실 수 있으므로 지금처럼만 잘하시길. ㅋ. 정승제 선생님 사생 팬님에게도 감사를. 어찌 그런 사이트를 열 생각을 하셨는지. 가끔 들러 웃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밤은 어제와는 또 사뭇 다른 기운 속에 있다.

낮 동안 태양 미련 가득 남아서 어두움 잡네.

읽고 있는 책 쓰신 분이 그리워 어찌 잠들까. 

사실 옥타비오 파스의 '활과 리라'를 읽느라 기진맥진해 있다. 그러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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