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두 눈 내보일 수 없어
선글라스를 쓰고 걸었네
자꾸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네.
아침을 걷고 봄을 걸었네
무엇 더 맺힌 것이 있어 봄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하는지
조물주는 아직 고개 갸우뚱한 채 뒷산 자락에 걸터앉아 세상 못 마땅해했고
나는 그 아래 아직 덜 깬 등잔 밑을 조심조심 걸었네
아직 덜 온 봄을 걸었네
늘 걷는 그 길에는 눈곱 덜 떼어낸 눈으로 가방을 짊어진 채
습관적으로 걸음을 대딛는
이미 늙어버린 몸을 건사하느라 바쁜 학생 몇이 있었고
교대근무 몸 녹아가는 2박 3일로 가는 깡마른 공장 일꾼이 있었네
그가 꼬나문 담뱃불이 툭 튕겨지자
불 없이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다며 사내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고
어중간한 걸음으로 남사스럽다며 사내 생각을 돌리러 가던 아낙
고래고래 지른 소리를 머리에 얹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왔네
말하라 인간들이여 진정 우리가 살아야 할 것이 어디에 있는지
뒤늦게 합류한 아낙 등에 업은 어린아이 달래며 앞으로 걷고
여리디여린 몸으로 또 하루를 버티러 가는
대중을 실은 버스가 뒤뚱거리는 몸뚱이로
큰 길의 너비를 확인해주고 있었네
거리에는 대충 살아도 사느라 바쁜 백성들이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네
퇴근길
나는 선글라스를 꼭 끼고 걸었네
자꾸 흑흑 흑흑 흑
더 짙은 색을 준비하지 못했음이 안타까웠네
오늘이 어버이날이었네
어릴 적
깊은 산골 앞마당쯤 자리 잡은 내 고향땅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 배웠던
어버이날 노래가 생각났다네
그 뜻을 거슬러서 맘 아프게 해드린
이제 와 생각하니 가슴 뭉클합니다
일에서 손 떼시고 오늘 하루 쉬소서
아들딸이 마련한 어버이날입니다
붉은 빛 카네이션은 살아가신 표라지
하얀 빛 카네이션은 돌아가신 표라지
이제 내가 어버이가 되어
내가 마련한 선물을 받아줄 사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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