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1등은 어떤 기분인가?
출근. 1등이다. 출근으로 치면 나는 최고의 일터 노동자이다. 단 내가 출근을 1등으로 ㅎ;ㅎ이것은 며칠 전 일터 카페에 들렀다가 확실하게 확인한 내용이다. 일터에 카페가 있다. 그리 자주 출입하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오늘은 꼭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4층으로 오르고 싶었다.
랄랄랄라~, 어젯밤 제법 통잠에 가까운 잠을 자고 나서였는지 몸도 기분도 가벼운 아침이었다. 다행이었다. 기분 좋은 육신의 가벼움이 입 운동을 하게 하는 듯싶어 랄랄랄라 노래라도 흥얼거리려니 했는데 행동에 옮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아직 말끔한 우주의 기운, 순수에 머물러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시각. 나만 존재하는 시각과 장소라고 여겨지면 가끔 노래를 흥얼거릴 수도 있는 나다.
우리 집 대문 열듯이 가볍게 카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세상에나,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한 이가 있었다.
"어, 이렇게 빨리?"
"아하, 놀라셨군요. 우리 팀이 이번 달 카페 청소 담당이어서요."
"그렇군요. 이렇게 해서 볼 수 있군요."
"왜 이렇게 바쁠까요. 우리 얼굴 보기도 어렵네요."
내 연배의 마음 푸짐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이였다. 분명 한양 혹은 그 근처 수도권 태생일 것이 분명한, 참 고운 피부의 여자였다.
평소 일터 안에서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낮을 함께 산다는 것조차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나는 아직도 일터 다른 층,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있을 정도이다. 가끔 그런 동료를 만날 때면 내가 사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곤 한다. 바로 오늘 아침이 그랬다.
"우리, 얼굴도 좀 보고 살아요."
"아, 좋지요. 왜 이리 바쁜지요. 언제 우리 또래 이곳에 모여 차라도 한 잔씩 마시면 참 좋겠어요."
말만 그랬지 거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외로움을 모르고 사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리 보이던가요? 그런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워낙 혼자인 것에 익숙해서요. 사람인데요 뭐. 외롭기는 해요, 가끔. 근데 그런 마음마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운명이려니 하고요. 언제 한 번 모여봐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다고 딱 잘라서 말하기도 그렇고 사실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고 외쳐야 하는 것이 난감하여 어정쩡한 내용으로 응답하고는 얼른 카페를 나섰다.
넉넉한 몸에 여유 있는 낯빛을 지닌 동료가 바쁜 듯 문을 열어 나서는 내 등 뒤에서 외쳤다.
"출근 1등이라면서요. 제가 오늘은 1등을 했네요. 이번 주만 그렇게 할게요. 늘 듣고 있어요. 남들보다 두 시간 가까이 이른 시각에 출근하신다고요. 매일 출근 1등을 하시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엥? 출근 1등이요? 오우 마이 가-ㄷ. 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출근 1등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네요. 이를 어쩌지요? 그래요, 미안해요. 느껴본 적이 없어 마땅한 답을 못 드리겠네요. 다음 주에 다시 출근 1등에 복귀하면 그때는 꼭 느끼려고 노력해 볼게요. 거나하게 느껴지면 꼭 답 드릴게요. 혹 제가 보내는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래, 이제부터는,
"와우! 나 출근 1등! 나는 매일 출근을 1등으로 한다네'
를 외치면서 출근을 좀 해 볼까? ㅎㅎㅎ 그래, 대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금요일이다. 즐겁다. 채소 열 가까운 종류만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몇 번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것인데 채소 만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단 다음 날 아침은 참 속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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