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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컴퓨터, 참 신기한 녀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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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참 신기한 녀석이여!

 

 

이 와중에 싱싱하게 꽃 핀 채송화

 

 

어제 아침 이곳, 티스토리 블로그가 열리지 않아 별짓을 다 했다. 가까스로 티스토리는 열었지만 여러 군데 뒤죽박죽이 되었다. 작업 중인 문서들의 이모티콘들이 나열되어야 할 맨 아랫줄이 사라졌다. 나는 한글 문서로 작업하는 것을 즐겨 한다. 블로그를 열게 하고 나니 포털 사이트를 열면 작업 중이던 한글 문서가 사라졌다. 습관이 무섭다고 늘 하던 대로 한글과 인터넷 포털을 오가면서 수시 사라지는 한글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글을 서너 번은 다시 썼다. 이것도 고쳐보려고 이리저리 포털 검색과 포털에서 얻은 방법 시행하기를 또 여러 번 했으나 한글 문서는 계속 사라졌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컴퓨터와 나는 합이 맞지 않는가. 늘 하던 체념인지라 블로그 글만 올리고는 거칠게 컴퓨터를 껐다. '될 대로 되라지.' 자정 넘어 컴퓨터 작업을 늘 하곤 하는지라 '종료'도 하지 않고 잠드는데 어제는 마치 '너 다시는 안 볼 거야'라는 다짐을 하면서 컴퓨터를 아웃시켰다. '두고 보라지. 네 녀석은 다시 사용하지 않을 거야. 지겨워라, 지겨워.' 내게 노트북을  달라고 해야지. 그러나 벼르지도 않은 채 끝났다. 잊었다기보다 모니터 때문에 다시 한번 매달려보기로 했다. 이 구식 컴퓨터의 대형(?) 모니터가 눈이 좋지 않은 내겐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건은 내가 해결해 보자. 어제 블로그도 내 힘으로 열지 않았던가. 

오늘은 되도록 움직이기로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머무는 것을 삼갔다. 며칠 전 돼지고기 삼겹살부터 이것저것 몽땅 먹고 나서 생긴 소화불량의 여파가 어제 아침 눈을 뜨면서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후에도 꽤 심했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마저 불편했다. '제아무리 먹는 양이 많았기로서니 왜 이럴까.' 며칠 내 최근 생활을 돌아봤다. 자고로 '위장병은 스트레스'라고 늘 엄마는 말씀하시곤 하였다. 그렇다면 최근 내가 받은 스트레스가 무엇일까.

어제 오후부터 심해진 증상에는 엄마의 말씀이 옳았다. 스트레스였다. 아침나절 좀처럼 열리지 않아 힘들게 했던 이곳 블로그의 잠금 상태. 그것을 해결하고 난 후 한글 문서 사라지기 등 이곳저곳에 생긴 상처들. 그것들이 내게 스트레스였구나. 정말이지 어제는 매우 힘들었다. 어제 유독 내장들의 불협화음이 심했던 이유이리라. 

하여 오늘은 컴퓨터를 만지지 않았다. 생활 곳곳에서 여러 글감이 떠오르고 기록해두고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참았다. 학생들이 하루 공부를 복습하듯이 하루 생활을 기억해서 밤에 한꺼번에 적어 복습하자는 엉뚱한 포부까지 다지면서 컴퓨터 만지는 것을 참았다. 

블로그에 일기 올릴 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열었다. 낮에 나를 다스리면서 생각했던 방법을 시행해봤다. 오늘 내가 듣고 읽고 행했던 것들을 하루 기록으로 적어보았다. 거의 빠지지 않고 기록할 수 있었다. 어제 봤던 영화 '리미트리스' 속 주인공처럼 마치 뇌세포를 조정하는 약을 먹은 듯 하루 생활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평소 속 끓여가면서 봤던 영화며 글이며 미술 작품이 돌아서면 제목도 떠오르지 않음을 참담했는데 아직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가 고마웠다. 도깨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속도로 지나가는 하루 생활을 결코 헛일하면서 보내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나를 쓰다듬어 줬다. '열심히 살았구나. 최선을 다했구나.'

엉뚱한 가지를 쳐서 한 마당 글을 쓰고 말았다. 오늘 내가 쓰고자 했던 것은 이십 년은 묵은 듯한 내 컴퓨터가 부리는 신기루이다. 위에 적은 것처럼 어젯밤 작업 문서들이 사라지곤 하여 애타게 했던 컴퓨터가 오늘 밤에 열어보니 말짱하다. 한글 문서도 사라지지 않고 모니터 아래 작업 표시도 제대로 나열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하룻밤 내팽개치듯이 로그아웃을 하고 잠재웠더니 다시 살아났다. 참 신기하다. 

심심하다 싶으면 탈이 나는 내 컴퓨터. 오랜 세월 내 곁에 머물러준 것에는 감사하지만 어쩌자고 내가 만질 때만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Helf me!' 외칠 때마다 '또 한 사람'은 늘 그런다. '대체 뭘 하길래 컴퓨터 화면에 별별 것이 다 뜨는 것이냐', '도대체 무슨 작업을 펼치길래 아무렇지도 않던 컴퓨터가 망가지느냐.'

전통시장에 나가볼까 싶다. 돼지머리라도 한 덩이 사와 제를 지낼까 싶다. '나 그대 다루는 데에 제아무리 어리숙할지언정 오늘처럼 소리소문없이 되살아날 것이라면 어디 크게 아픈 척은 하지 마시게나, 설령 내 손가락 그대 몸에 상처를 내더라도 바삐 돌아와 가련한 사람을 살펴주소서. 내 컴퓨터여!' 아, 더불어 또 한 몫의 제도 함께 올려야 되겠다. '오, 하늘이시여. 이제 빗물 퍼붓기를 멈춰주시오. 지구의 상처 더 이상 덧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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