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텔레비전을 떼어냈다

반응형

 

 

텔레비전을 떼어냈다.

 

55인치였던가, 65인치였던가.

녀석, 고장이 났다.

다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멈췄다.

나를 점령하고 살았던 문명의 한 장을 제 지낸 느낌이다.

 

시원섭섭하다.

 

남자가 40인치 정도 되는 텔레비전을 얻어왔다.

거실 바닥에 눕혀 놓은 지 서너 달이 되었다.

70, 80인치 정도 되는 텔레비전을 꼭 사겠다고,

나는 영화를 접을 수 없노라고,

기어코 대형 텔레비전을 다시 사겠노라고 했던 다짐을 버렸다.

 

집 자체의 너비를 최대한 좁혀 이사할 것을 계획하고 보니

대형 텔레비전이 뭐, 필요하겠냐 싶었다.

'지니 tv'에 구매해 둔 영화 일백( 오십 정도일까? ) 여 편이 아까운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의 넷플릭스에 얹혀 보게 되는 영화 정도도 괜찮고

유튜브에 구매해 둔 영화 삼십여 편으로도 내 남은 날의 문화 향유는 충분하리라.

 

자, 서서히 지난날의 나를 버리리라.

나를 살게 했던 것들을 거리낌 없이 버릴 수 있다면 나는 다시 살 수 있으리라.

 

 

 

55인치였던가, 65인치였던가. 녀석이 고장났다. 다시 살까 고민하다가 멈췄다.

 

반응형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은밀성을 포기한 자는 괴물이 된다  (35) 2024.06.17
낯선 아침  (36) 2024.06.14
가끔 이런 팔자였으면 싶더라  (30) 2024.06.02
생과 사 2  (63) 2024.05.30
나는 왜 2배속으로라야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49)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