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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팬텀싱어4>의 6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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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팬텀싱어>가 6회이다.

 

 

이동규. 그는 온몸으로 노래를 한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지난해에 내가 너무 행복했을까. 나의 행복을 무지할 정도로 무한 발산했을까. 나의 요란법석이 누군가 날 시샘하게 했을까. 시샘할 거리를 내가 제공하고 만 것인가. 일터에서 올해 들어 발생하는 일들이 요즘 나를 참 힘들게 하는데~,

"그래, 오늘은 금요일이다, 팬텀싱어를 방송하는 날이다."

어제 퇴근을 기다리면서 했던 말이다. 

 

벌써 6회이다.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끝나면 나는 또 어찌 사나 싶어진다. 영 해결되지 않은 두 건의 일터 사건이 떠오른다. 팬텀싱어가 끝나기 전에 그 두 건의 일도 해결되면 좋겠다. 마냥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쏴' 하게 뇌리를 뒤덮지만 말이다. 사람이 관련된, 사람이 하는 짓으로 인한 것이어서, 당사자가 생각을 바꿔야만 하는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할머니가 그러셨던가.

"물건은 고쳐서 쓰면 된다. 사람은 자기 본성 남 주지 못한다. 인간은 고쳐서 살기 힘들다. 타고난 팔자가 본성이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인간의 심사다. 인간 심사. 그것, 그 사람의 인생 초기에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첫출발 팀 대결이 대단히 강했다. 본선으로 바뀌면서부터 어느 팀이 강자라고 뚜렷하게 주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 다 괜찮고 모두 다 수준급들이다. 알고 보니 모두 다 내놓으라 하는 전문가이고 모두 다 지극정성으로 임한다. 모두 다 꿈에 그리던 무대를 꿈꾸고 있을 거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임규형과 오스틴킴. 6회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오스틴킴과 임규형이 '오규'라는 팀명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Jean Jaques Goldman의 곡 ‘Comme Toi’. 프랑스 샹송. ‘나처럼’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희생된 소녀 ‘사라’의 사진을 보고 Jean Jaques Goldman이 영감을 얻어 만든 곡. 너무 큰 기대였을까. 시작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뭔가 부족하고 뭔가 아쉽구나. 절절함의 극대치를 뽑아내질 못했다. 변화가 없었다. 시종일관 처음 그 상태였다. 하매 나오려니 기대했으나 감정의 최상으로 치고 오르는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아인 너처럼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진 아이였어, 너처럼' 이런 노랫말로 호소하기에는 내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임규형과 오스틴 킴의 소리 차이가 이번 무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 소리를 강렬하게 내지르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임규형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오스틴킴은 내 마음속 신비의 음악인인데. 어쩌자고 이런 무대로 끝나나 싶어 너무 안타까웠다. 뭔가 차오르는 감정이 부족하지 않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인 작곡가가 자기 곡에 담은 절절함을 음악에 담으려면 이 음악에는 둘의 오기가 더 필요했다. '오기'라고 하는 것이 이상한가. 때로 '오기'가 극한 상황에 치달을 수 있는 정직한 힘이다. 차라리 눈높이만 높아진 내 기대의 무지라고 판정을 내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곡절마다 조금의 변화가 있었더라면. 차라리 낮은 음의 부분을 더 죽였더라면 고음이 더 강하게 느껴졌을까. 

 

 

이동규의 콘서트를 가고 싶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대결 팀은 이동규와 이한범의 하모니였다. '데칼코 범규'라 팀명이었다. 양희은의 '슬픔 이젠 안녕' 시작되자마자 나는, 혹 앞 팀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다. 다행이었다. 이한범이 차분히 곡의 처음을 열었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면서 이동규가 비언어적 요소를 함께하여 곡에 합세하였다.

 

온몸으로 노래하는 이동규. 그는 노련했다. 스토리에 음색을 입혀 부르는 노래가 애간장을 울렸다. 이한범도 크로스오버답게 발성을 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슬픔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다는 애절함을 이한범이 묵직한 테너로 위치하여 받쳐주었다. 도무지 정상적인 생활로 복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동규의 무너짐을 튼튼하게 떠받쳐주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이한범의 목소리가 참 다행스러웠다. 조화의 극치였다.

 

위 두 팀의 대결에 윤종신과 김문정과 손혜수의 심사 소감이 있었다. 윤종신은 적당한 선에서 자기감정을 무마시켜 표현할 줄 안다. 두 팀 모두에게 장, 단점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심사평을 했다. 김문정은 달랐다. 그녀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오규' 팀에는 대단한 찬사를 보냈다. 독특한 조합이었는데 한 사람 같았다. '데칼코범규'에게는 막말이지 않나 싶게 퍼부었다. 

'당신들은 한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디다. 나는 당신들의 한국어를 듣기 위해서 귀를 쫑긋 세워야만 했소. 그런데도 잘 들리지 않았소."

 

김문정의 송곳 같은 평에 의아해하는데 바로 이어진 손혜수 님의 평은 그 반대였다.

"블렌딩이 굿이다. 편하게 들었다. 이동규의 호소력과 애절함은 한없이 나이스 했다."

잠시 얼떨떨했다. 두 심사위원의 평에 결과가 너무 궁금했다. 테칼코범규팀의 승이었다. 5점 차이였던가. 심사는 각자의 생각이다. 동그라미와 가새표로 심사위원들의 평까지 심사할 필요는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주얼은 대단했다. 무대가 훤해졌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두 번째 대결은 임현준과 정승원의 '옴므 88'과 이기현과 안혜찬의 '대부' 대결이었다. 내가 영화 '대부'를 좋아해서 '대부' 팀을 응원하는 것은 웃기지도 않은 억지였지만 '대부' 팀에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기현의 묵직한 목소리와 생의 사방팔방을 담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안혜찬의 목소리가 그런 기대를 하게 했을 거다. 

 

'옴므 88' 팀이 의외로 선전을 했다. Milva의 <Guarda che luna>. '이달을, 이 바다를 보라. 너 없는 이 밤에 차라리 죽기를 바라네. 지금은 다만 기억하려네. 네게 말해주려고. 이달을 보라고, 바다를 보라고. 이달, 이 바다.' 칸소네였다. 절망을 노래해야 한다 하였다. 오직 후회만이 남았다는 심정을 드러내는 노래라는데. 후회만이 남았음을 노래한다는데. 임현준과 정승원은 젊었다. 건강하고 순수한 목소리였다. 둘의 소리 모두 예선 오디션에서 냈던 소리에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은 약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 마음과 후회의 양이 너무 약했다. 아직 정상적인 힘이 남아있었다. 제대로 돌아버릴(너무 거친가?) 것 같은 간절함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두 사람이 너무 닮았다. 묵직한 이기현의 선율 위에서 안혜찬은 즐겁게 노닐었다. 이별은 아프지만.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런던 사내 베이스 이기현과 테너 안혜찬. 역시 '옴므 88'과 같이 테너와 베이스의 합이었다.  'It hurts to say goodbye'.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줘요. 이별은 마음 아프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소리 조합이었다. 자칫 가볍게 흐를 수 있는 소리의 흐름을 이기현이 꽉 붙잡아 주었다. 그 위에 안혜찬은 마음껏 안정된 여유를 노래했다. 아이유 버금가는 삼단 고음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대단했다. 예선에서 자기의 소개를 할 때의 내용이 떠올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테너. 고급지면서도 베이스라고만 하기에는 아까운 이기현의 음폭과 진중한 소리에 인생사 많은 것은 다 겪은 안혜찬 고음 블렌딩이 너무도 좋았다. 마무리도 참 섬세했다.

 

손혜수 님이 평했다. '옴므 88'은 정말로 스펀지처럼 필요 능력을 빨아들일 줄 안다. 역시 젊다. '대부' 팀은 두 사람 노래의 합이 매우 단단하며 짜임새 있다. 블렌딩도 찹 좋고 하모니가 참 조화롭다. 특히 이기현은 음폭이 굉장히 높다. 두 팀은 '대부'의 승리였다.('대부' 시리즈를 어서 한번 또 봐야겠다 ㅋ.)

 

 

부디 둘 모두 다시 볼 수 있기를. 편안한 무대였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6회 세 번째 팀 대결 처음 무대는 테너와 로커의 조합인 김상현과 김광진이었다. 윤하의 '별의 조각'이라는 곡이었다. 편하게 시작되었다. 선곡이 뜻밖이었다. 가수 윤하는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그친 나는 윤하라는 가수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로커 김광진이 어떻게 윤하를 부를까 하는 기대도 컸다. 강약조절이 순탄했다. 차분하게 자기 속내를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약의 조화가 무서운 안정감을 만들어냈다. 그 무서운 안정감이 사랑스러웠다. 다만 출혈이 없었다. 사랑스러움을 더욱 강도 높게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말하자면 무난했다. 테너와 로커, 각각의 고유성을 어느 부분에서는 나타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모세의 의상이 너무 재미있었다. 꿋꿋하게! 스트린숏으로 가져옴

 

두 번째 팀은 테너 김모세와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리더라는 조진호의 모음, '모기'였다. <Can't feel my face> 김모세는 선한 성악가라는 것을 자기 모습 속에 잘 지니고 있는 성악가인 듯싶다. 그 모습 그대로 노래도 정석으로만 부르는 이. 김모세와 조진호가 한 팀이라니 무대 위에 들어설 때 나는 마음이 심란했다. 지난 회에서 보여준 조진호의 프로듀싱 능력에 관심이 크던 차였다. 과연 저 착하디 착한 김모세에게 어떤 옷을 입힐 수 있을까. 과연 김모세가 조진호가 원하는 크로스오버다운 능력을 재빨리 습득할 수 있을까, 어떤 곡일까. 조바심 반, 너끈히 해내리라는 기대 반. 괜히 나 혼자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상대 팀에 내가 좋아하는 로커 김광진이 있다. 사실 내 본래 음악 취향으로는 '모기' 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서는 안 될 일.(그저 나 혼자 생각이다.) 연습 장면을 보여주는 컷에서 보이는 그, 모세의 모습은 참 단정한 음악가였다. 과연 틈이 만들어질까 싶었다. 그 사이를 용하게 비집고 들어가서 김모세에게서 크로스오버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 조진호가 볼수록 대단했다. 

 

이 앞글에서도 썼지만(나는 어젯밤 조진호에게 홀딱 반해서 거침없이, 단 몇 분 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참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새벽녘 그를 떠올리면서 내가 썼던 어젯밤의 글을 떠올려보니 무작정 좋다는 말 외에는 더 쓴 것이 없다 싶었다.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이리라. 어쨌든 조진호를 내가 품게 되었다. 사실, 나의 로커 김광진이 지는 꼴을 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조진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무대를 김모세와 함께 만들어냈다. 

 

조진호. 그는 음악을 제 생의 놀이도구로 마음껏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의 강약, 간절해야 할 때와 차분하게 진행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 재창조를 할 줄 아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 있는 것을 뒤집고 다시 뒤엎어서 섞고 해체하고 파괴하고 다시 복구해내는 방향을 주목하여 재창조해 낼 힘을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능력도 물론 있겠지만 그가 음악을 향해 사용하는 고뇌의 시간이 얼마나 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대단한 힘을 지녔다고 여겨진다. 그가 꾸리는 중창단에 껴서 노래하면 각자 자기 자신이 새롭게 탄생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하다. 조진화와 김모세, '모기' 팀의 승리였다. 타까워야 할 시각이 다가온다. 운이 따르는 팀 구성에 선곡이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임규형에, 오스틴킴에, 정승원에, 임현준에, 김상현에, 김광진이라. 아, 이를 어쩐다. 아직 젊은 정승원과 임현준은 앞으로 기회가 더 있으니 다음 기회로라고 읊어도 될까. 나머지 네 사람은 꼭 7회에서도 다시 봤으면 싶다. 예고를 보니 임규형이 우는 모습이 보인다. 임규형 자신일리 없는데. 불안하다. 오스틴킴이 떨어졌다는 것인가? 부디 오스틴킴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는 보기 드문 카운터테너이다. 안타깝다. 

 

참, 오참, 오늘 최고의 언어는 '에인절 진호'였다. 손혜수 선생님의 낱말이었다. 조진호에게 덧붙여 말씀하신 다음 문장이 진짜 중요하다.

'너무 소모적으로 소리를 사용하지 말라. 저렇게 샤우팅을 계속해서 목이 괜찮을까 싶다.‘

참 소중한 조언이셨다. 이런 문장은 바로 어느 분야에서든, 앞에서 이끌어가는 선인의 훌륭한 자세이다. 욕심에 의해 몰아세운 활동으로 그 좋은 목을 잃고 더 나아가질 못한 채 멈춰버린, 한때 나를 록의 세계에서 마음껏 놀게 했던, 안타까운 가수가 있어서 이 말씀은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는 나름 자기 음악을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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