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4 – 7회
본선 2라운드이던가. 독감으로 비몽사몽. 험악했던 날, 엊그제 금요일에도 팬텀싱어를 시청했다. 듀엣 팀 대결 두 마당이 있었고 본선 3라운드. 본격적으로 팀을 꾸리기 위한 시작이다. 트리오 팀대결. 이제 좀 더 강한 심사 기준이 더해졌다. 모든 팀이 각자 공연한다. 여덟 팀이던가? 열 팀이던가? 최고 점수를 받은 두 팀은 그대로 팀을 유지하면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나머지 팀은 모두 보류. 그중 네 명이 탈락이던가. 아마 마지막 탈락자가 나오는 라운드가 아닌가 싶다.
본선 2라운드 팀 대결 두 무대의 대결로 경연이 있었다.
박준범과 김우성의 처절한 러브송 〈D’Amore Si Muore〉 : 이해준 x 이세헌이 전하는 세레나데~ღ 〈사랑의 맹세〉
뮤지컬 계의 대장에 속하는 이해준과 아직 입문 단계라는 김우성의 대결이었다. 모두 이해준 팀을 승리 팀으로 꼽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박준범과 김우성 팀의 뚜렷한 우세는 아니었다. 이해준과 이세헌 팀의 노래가 너무 헐렁했다. 기대 이하였다. 더군다나 이해준 팀은 우리말 노래였다. 강한 여자 패티김의 노래였다. 번안가요였지만 패티 김은 자기 노래화를 잘한다. 이해준 팀은 패티 김의 노래를 어서 듣고 싶을 만큼 특색도 없고 강약도 없고 감흥도 없었다. 어느 심사위원의 말씀도 있었지만 이해준의 양보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이해준만 들렸다.
김우성 팀은 '노력의 힘'이 보였다. 박준범과 김우성에게서는 예선 솔로에서부터 느꼈다. 여전히 첫 무대의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김우성은 목소리에 상당한 힘이 실려 있다. 테너 박준범의 웅장함을 나란히 할 수 있는 소리였다. 김우성은 대선배 이해준을 능가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로의 노력을 모아 둘의 합은 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각각 불러야 할 양의 배분을 참 잘한 듯싶다. 무대 시작 전 이해준에게서 이제 배울 것이 없다고 했던 농담조의 문장이 썩 어울린다 싶을 지경이었다. 잘했다. 박준범과 김우성의 승이었다.
듀엣 팀별 대결 마지막 무대가 이어졌다. 이홍석과 윤현선의 사람 마음 위로곡이라며 부른 노래는 신용재의 〈빌려줄게〉이다. 우리 대중음악 중 워낙 록을 즐겨 듣는 까닭에 신용재의 노래는 내게 낯설었다. 그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 윤현선의 솔로 무대 '킹키부츠'에 반했던 까닭에 엄청 기대가 컸다. 더군다나 그는 s전자를 떠나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뮤지컬에 입실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간절히 빌었다. 승하기를.
약했다. 신용재 특유의 고음마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다지 위로의 곡으로 내게 오지 않았다. 금요일의 나는 특히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다. 노래는 내 가슴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텔레비전 바로 앞에서 소리가 멈췄다. 노랫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실망이 컸다. 그러면서도 상대 팀이 좀 더 부족하여 윤현선이 바로 진출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윤종신이 말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는 안민수와 홍준기. 의아했다. 안민수의 솔로 무대는 상당한 울림이 있었다. 대단한 실력자라는 생각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남자를 떨어뜨리면 비주얼로 뽑는다는 저항성의 민원을 제출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이 중 한 사람이다. 홍준기도 그랬다. 너무 귀여웠다. 영원히 천사로 살 것만 같은 순수함이 대단했다. 이를 자기 개성으로 만든다면 꼭 필요한 음악을 대단하게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까지 했다. 어쨌든 '뽑힘'을 당하지 못한 둘의 이런 억지 조합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더 좋은 무대로 비치게 했을 수도 있다. 아니다. 진정 내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안민수에게서는 뻑뻑할 것만 같은 불안함을 완전히 해소하게 하였다. 본격 4중창단에서는 이 무대에서 보여준 융통성에 우아한 자기 실력을 더해서 대단한 무대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홍준기. 꼭 본 무대에 설 수 있기를. 홍준기의 성장과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큰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 꼭 본 무대에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할 만큼 홍준기에게는 실력도 노력도 대단하다. 안민수와 홍준기의 〈Sul Sentiero〉이 승리했다.
듀엣 대결에서 네 명의 가수가 탈락했다. 뮤지컬 배우 윤현선, 바리톤 이홍석, 뮤지컬 새싹 이세헌, 베이스 임현준. 부디 이빨 부득부득 갈면서 노력해서 성공하기를. 꼭 성공하기를. 그리하여 탈락의 순간을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기를.
드디어 3라운드, 트리오 무대가 펼쳐졌다. 팀 구성 방식은 본 무대로 바로 진출한 듀엣이 추가 합격한 이들을 세워두고 한 사람씩 뽑는 방법이다. 아주 좋은 무대였고 많은 점수를 획득한 한 팀에게는 바로 진출한 팀과 같은 힘이 주어졌다. 대반란이라 할 수 있는 멋진 무대를 보여줬던 진원과 김지훈이었다.
트리오로 결성된 첫 무대는 이승민과 임규형, 김수인의 〈황진이〉였다. 조용필 곡이란다. 내 기억에는 없다. 어쨌든 황진이라는 곡이라면 옛 것의 분위기가 많이 입혀지리라. 그러나 기대를 꽉 깨버렸다. 지난 시즌 고영렬의 편곡이었던 '흥타령'이 보여주었던 감동 다음에 안겨주었던 '몽금포타령'에서의 실망감이 떠올랐다. 이보다 훨씬 더했다. 볓 배 능가했다. 지난 회부터 느껴졌던 것이다.
이 팀은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난 가수라고 일컬어지는 임규형을 팀에 소속시켰는데 노래는 기준의 듀엣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임규형이 없었다. 소리를 지르는 이승민과 국악풍을 하던 대로 해대는 김수인이 전부였다. 임규형도 부르는가 싶어 귀를 기울이면 임규형을 입을 벌렸다 싶은데 소리가 전해오지 않았다. 편곡이 큰 문제였다. 노래의 풍도 김수인의 솔로 무대를 잇는 계보를 게으르게 따라 했다. 기대 이하였다. 나는 끝부분에서 잠에 들고 말았을 정도였다. 물론 내 몸이 몸이 아닐 정도의 최악이었지만.
트리오 두 번째 무대가 펼쳐졌다. 박준범과 펭귄테너라는 별명을 지닌 김성현, 뮤지컬 배우 김우성으로 구성되었다. 팀명은 '물 만난 펭귄' 선곡은 〈Splash〉였다. 2023. 산레모 가요제 우승곡이라고 한다. Colapesce & Dimartinod가 부른 노래이다. 깜짝 놀랐다. 박준범과 김우성은 사실 이해찬과 이세헌의 부진에 의해 건져진 팀이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셋이서 한 몸이었다. 노래며 안무여 셋 각각의 개성이 충분히 발현되도록 꾸민 멋진 무대였다. 사실 첫 번째 팀이었던 이승민과 임규형, 김수인의 합보다 훨씬 좋았다.
일단 신선했다. 프로다움에 아마추어 느낌을 일부러, 살짝, 맛보기로 가미한 듯한 묘한 매력. 최첨단 무대에 한복 한 벌이 걸려있다고 해야 할까. 힘이 있었으며 그 힘이 마침내 아름다움까지 탄생시켰다는 느낌이었다. 앞 팀 끝 조울조울, 자울자울 잠들려던 정신이 빨딱 깨어났다. 적어도 전체 팀 중 4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솔직한 심정으로 최고 기대를 온몸으로 받았던 첫 번째 트리오 팀보다 훨씬 나았다. 기대한다.
내 몸과 정신의 컨디션 난조가 원인이었을까. 7회에서는 대곡이 나오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아마 3회까지 오면서 나의 기대가 잔뜩 높아진 데에도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아마 명곡이 탄생하는 듯싶다. 그렇다고 다음 주 예고를 보고 기대한다. 그 기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오직 편집의 힘이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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