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끝 무렵부터 이러 저러한 이유로 경제방송을 듣기 사작하였다. 남들 모두 한다는데 나도 한번 주식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경제 유튜브 채널을 열어 읽어보고 들어보게 되었다. 도무지 내 머리로는 단 한 자락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의 나열이었다. 어느 한 구석 아주 가끔씩 인생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싶게 심장을 건드는 것들도 있어 인내심을 발휘하였다. 읽던 책이며 보던 영화들을 제쳐둔 것이 마음에 걸려 시간 아깝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 뭐길래 온 세계가 이러나 싶어 지긋함을 발휘하여 함께 하였다.
문득 앞머리며 뒷머리며 지끈지끈거리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음악으로 돌아오고 역사 강의들로 돌아와 보고 때로 과학 강의까지 함께 들으면서 진행하였따. 소설에 시에 음악에 그리고 영화에 길들여진 나의 생체 세포들이 풀이 죽어 슬퍼하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덤비라, 다쳐보라. 더 늦기 전에 지금 곧 덤비라. 투자하라. 실패하라. 공부하라. 그리고 다시 또 당장 실행하라, ' 를 외치는 다른 한 쪽의 뇌세포들이 맞이하는 둔중한 저항의 외벽도 쓰다듬어가면서 제법 긴 날을 지내왔다. 무려 아홉 개월 여를. 자본의 경제가 내건 슬로우건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방송 요약 읽기나 시청으로 경제방송 시청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은 바였지만 내 속알머리로는 아니었다. 방송들의 소위 전문가들이 주문해오는 것들이 나는 솔직하게 무섭고 두려웠다. 실행 자체가 남의 일이었다.
9월 들어 차츰 돌아오고 있다. 음악과 미술과 역사 등의 인문학과 과학까지. 경제만 제외된 온갖 잡탕들의 무대로 고요히 다시 돌아오고 있다. 다만 '신과 함께'라는 큰 타이틀로 삼프로라는 세 명의 프로(?)들이 진행하는 '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채널은 퇴근하여 산을 오르내리면서 여전히 듣고 있다.
세 사람의 자칭 프로들이 메인이 되어 진행하는 채널이다. 이들이 처음 이 유튜브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더라면 혹 나의 경제 운용 방향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할 만큼 상당한 객관성이 느껴져서 좋다. 그들의 표제음악 가사가 말하는 대로 심심풀이 삼아 들어도 되겠다 싶은 내용들이 꽤 있다. 때로 어느 역사학자나 세계사 학자가 이렇게나 알차게 할 수 있을까 싶게 세계 곳곳의 역사와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는 최준용 선생님의 강의도 있다. 그 강의는 못내 기다려질 정도이다.
어제 퇴근후 뒷산 산책길에도 들었다. 그때 쯤이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강의를 시작하였고 강의를 듣는 청자들이 달아가는 댓글의 속도도 엄청났다. 때로 댓글들을 읽는 재미가 강의의 내용보다 훨씬 재미있기도 하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주식시장의 이야기를 듣는데 이런 패턴의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내 귀를 어색하게 했던 문장이 들렸다. 'working하라.' '돈이 워킹하게 하라.' '돈이 일하게 하라.'
왜 일까. 존 리라는 주식 시장의 리더가 자주 쓰는 듯싶고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언어에 열광하고 있는 듯싶은데 왜 내게는 거부반응이 발생되는지.
이것만 봐도 나는 영 경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가. 풍족한 삶과는 인연이 없는 것인가 싶어 마음 한 편 불편한 바 없지 않지만 들을 때마다 짜증스럽다. 일종의 신조어(신조문장)랄 수 있는 이 언어가 징그럽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혹 내게 보수적인 성향이 숨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의아해지기도 했다.
생각을 바꾸자고 노력했다. 요즘 세상에 얼마나 적합한 문장이냐며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했다. 받아들이자고. 수많은 언어들이 그야말로 획기적이랄 수 있는 방법으로 조어가 되고 있는 세상인데 이 정도의 문장은 그닥 대수롭지 않은 조성이라 치자고 여기자고 했다. 부드럽게 내 정신에 심어 쓰다듬고 가까이 하면서 내 자신의 경제력도 부풀게 해 보자.
허나 9개월 여 되는데 나는 여전히 이 문장이 낯설다. 사실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 왜?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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