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하루 공개 썸네일형 리스트형 출근길 하늘에 있던 가을이 어울리는 건물 출근길 하늘에 있던 가을을 이고 있는 건물 출근길 하늘에 있던 가을을 이고 있는 건물이 있다. 필름에 담았다. 3년째 평일이면 거의 매일 오가는 길. 그 길 위에 아름드리 자신만의 독창성을 자랑하는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을 처음 본 것은 오래전이다. 구체적인 연월일을 기억하기는 힘들다. 나의 서식처가 줄곧 여기 가까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이후 아이가 아직 아기였을 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한 아파트에서 스무 해를 넘게 살았다. 같은 아파트에서 두 집을 옮겨 다녔다. 이후 아이의 성장 후 아이는 고향을 떠나고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지금까지 산다. 이전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이 지역 이곳저곳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궁금하곤 했다. 저 건물은 어떤 곳일까. 찻집이었다. 커피숍이라는.. 더보기 미술 작품을 파는 옥션들에 들렀다가 쓴다 미술 작품을 파는 옥션들에 들렀다가 쓴다.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 현재 생존해있는 전 세계 여류 화가 중 가장 값비싼 작품을 제작해내는 이의 문장이다. 강박증으로 어려운 생을 살아온 일본의 여류 화가 쿠사마 야요이가 자기 작품 세계를 말한 내용이다. 늘 미술 작품을 읽는 것이 취미생활의 하나인 나는 이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사실 심한 질투로 몸부림을 친다. 내게도 내 나름의 미술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텅 빈 도전인 듯 생각되겠지만 내 안에는 분명 끊임없이 잉태되고 성장하는 어떤 것이 있다. 무릇 확대 재생산되어 꾸물꾸물 기어 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는.. 더보기 어젯밤 수면을 위한 식음 어젯밤 수면을 위한 식음! '식음 전폐'라는 낱말이 떠오르면서 자꾸 헛웃음이 터진다. 어두움을 뚫고 집을 향해 걸어오는데 아무래도 잠이 쉽지 않을 듯싶었다. 남자가 없다. 나 혼자 지내야 할 밤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먹어야 한다는 것이 짐이었다. 나를 위한 음식을 차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런 날에는 또 문제가 되는구나. 음식을 섭취해야만 했다. 잠을 자기 위해서. 그렇지들 않은가. 너무 피곤하면 잠이 쉽사리 찾아오지 않은 법. 몸과 마음이 무너진 상태였다. 맨 정신으로 긴 밤을 고꾸라뜨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았다. 안 아프기 위해서. 지금 이 시국에 아프면 안 된다. 어느 시국엔들 내 일터에서는 적어도 나는, 아프면 안 된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일터는 아니다. 방법을 떠올렸다. 없다. 별 다른 방법이 .. 더보기 여행을 마쳤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외로웠다. 대중과 같이 걷는데 나는 줄곧 혼자였다. 차라리 혼자이고 싶었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말할 수 없어 안타깝다. 어쨌든 많이 소슬했다. 한편 조마조마했다. 나는 자꾸 소리를 질러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여행의 광야에 내 노래를 묻고 싶었다. 돌아오면서,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소고기 스테이크에 와인 혹은 막걸리였다. 짐짓 내 상차림에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목살이 올라왔다. 별 거창한 이유가 없다. 가게에 들렀더니 내 귀에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마감해요, 오늘 목살 20퍼 할인이요." 하여 목살을 구배해왔고 나는 아주 간단한 상차림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돼지고기 목살구이에 생김치. 그리고 갓 지은 쌀밥 몇 술과 막걸리 두 컵. 한 병의 3분.. 더보기 떠난다 떠난다. 떠난다, 내일. 2박 3일의 여행이다. 사적인 것이 아니어서 뭐, 그다지, 몸도 마음도 가볍지는 않지만 어쨌든 더 넓은 범위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일단 '여행'이라 한다. 일터 '행사판'에 안내된 이름도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힐링을 하자고, 무거운 마음을 좀 가볍게 중화시키고자 떠나는 것이다. 한데 이놈의(?) 여행은 말이 여행이지 사실은 무거운 짐이다. '인솔'이라는 딱지가 내 임무에 붙어 있다는 것. '인솔되다'라면 참 좋을 텐데 '인솔하다'이다. 피동과 사동, 능동과 주동. 뜻밖의 방향으로 글이 흘러간다. 주동은 사동과 대립되고 능동은 피동과 대립된다. 내일부터 행해지는 나의 행동은 어느 쪽인가. 별로 행하고 쉽지 않으나 내가 이끌어야 하므로 주동이면서 능동이다. 결코 좋아.. 더보기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