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하루 공개 썸네일형 리스트형 쓰지 못했던 부고를 쓰게 된다면 '쓰지 못했던 부고'를 쓰게 된다면 나는 누구의 부고를 쓸까. 가까스로 만났다. '알쓸인잡'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대중매체 혹은 책으로 만난 사람들, 내가 '짝사랑'의 양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출연하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프로그램을 처음 만났던 날이었다. 그림을 그리다가 쏟아지는 잠의 기운을 누그러뜨리려고 텔레비전을 켰다. 잠시만 머무르려던 계획이 빗나갔다.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옥 교수님의 말씀에 흠뻑 취하기 시작해서 소설가 김영하 선생님 등의 의미 깊은 이야기들로, 끝나는 시각까지 텔레비전 앞에 있었다. 부지런하지는 못해서 프로그램 방영일을 잡아두지 못했다. 하여 그제, 일요일 오후에 우연히 또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그냥 마음 잡기 힘든 일이 생겨 실내 집안 곳곳을 축 처져 거닐고.. 더보기 징크스라는 것도 혹 생명을 지닌 것이 아닐까 징크스라는 것도 혹 생명을 지닌 것이 아닐까?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도착했다. 이 겨울에 왜 밤늦게 내려오는 것인가. 입 뚝 내밀고 입술 탱탱 불어 터진 채 터미널로 향했다. 저녁 운전은 부담이다. 눈이 좋지 않은 관계로 더 그렇다. 할 일이 있어 늦었노라며 동안(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은데도) 몸은 좀 어떠냐며 차에 오르는 그녀. 그녀에게 이러니까 소화도 안 된다고 툴툴거리려다가 단계를 조금 누그러뜨려 말했다. 이런, 아직 청춘이어야 할 세월에, 내장이 제 할 일을 못 해 힘들 줄은 몰랐다고. 아마 신경성인 듯싶다고. 소화제이다. 어젯밤 한양에서 내려온 언니가 일본산 소화제를 내게 건네줬다. 건강과 긴밀히 관련된, 믿을 만한 직업의 자녀와 함께 먹는다는 말에 나는 깜빡 넘어갔다. 순간 복용도.. 더보기 <성탄제>를 읽는다 를 읽는다. 김종길의 시 를 읽는다. 성탄 즈음에는 김종길의 를 읽는다. 성탄 전야에는 꼭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김종길의 시 '성탄제' 읽기를 권한다. 올해도 그제, 내 아끼는 이들과 함께 '성탄제'를 읽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나 홀로 있는 내 '빈집'에서 기형도와 함께 김종길의 시 '성탄제'를 읽는다. 아~, 김종길 시인이시여, 당신이 주신 이 시가 있어 저의 생은 결코 크게 빈곤하지 않다. 12월이 되고 12월이 되면 으레 사람들의 입에서는 '성탄절'이라는 낱말이 오르내린다. '성탄절'은 내게 '성탄제'가 되고 나는 벌써 산수유 열매를 담은 바알간 주머니를 왼쪽 가슴팍에 마련한다. 내 오른쪽 가슴팍에는 아버지의 근엄함 속에 구구절절 교육의 힘을 외치시던 서늘한 부정을 담는다. 성탄제 - 김종길 어.. 더보기 무얼 먹고 사나 무얼 먹고 사나. 새벽 네 시. 눈을 떴다. 이른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품을 수 있었던 수면 가능 시간에 대한 풍요의 기운이 얼마나 든든한지. 잠을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아직 기상 시간이 제법 남아있는 시각이면 어떤 여유와 포만감이 배를 따뜻하게 한다. 밤새 가라앉아 차분해진 복부 위에 두 손 가지런히 모아 얹고 다시 잠들 수 있을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데 오늘 새벽에는 네 시에 눈을 떠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가물가물하다. 무엇을 하다가 다시 잠들었는가. 무엇이었지? 무엇이었더라. 핸드폰으로 무슨 내용인가를 읽었는데. 유튜브는 유튜브였는데. '최준영 박사님' 것은 일요일이어야 한다. '삼 프로 TV'의 아침 방송 시작 시각도 아직 아니었다. '일당백'을 들었다면 기억이 뚜렷할 것이다. .. 더보기 늙은 소녀의 겨울 이야기 늙은 소녀의 겨울 이야기 눈이 내리네 1 눈이 내렸다. 밤 열 시 앞뒤 일터 카톡이 분주했다. 내일 어떻게 할까요? 몇 시까지 나갈까요? 아무래도 출근 시간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어서 정리를 좀 해주십시오. 밤새 쌓이면 엄청날 것 같습니다. 내일 00에 사는 사람들은 정상 출근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일 10시까지 출근하기로 합니다. 00에 사시는 분들은 사고 나지 않게 하십시오. 조심조심 건너오십시오. '조심조심 또 조심'을 알리는 문구와 그에 맞대응하는 메시지가 한 시간여 오갔다. 동안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상관, 말하자면 내 윗사람일 수 있는 이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카톡 보고 계시지요?" "아니~" 늘 조용한 남자다. 그는 아무리 급한 소식을 전해야 할 경우라도.. 더보기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