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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이렇게 산뜻한 겨울날이라니! 이렇게 산뜻한 겨울날이라니! 매일, 오늘 아침처럼만 산뜻해라. 겨울, 날 선 추위에 온몸이 오그라들고 움츠러드는 시기에 '산뜻하다'라는 낱말이 어떻게 어울리랴 싶으나 오늘, 나의 오늘 기운을 표시할 수 있는 최고 맞춤 낱말이다. 몸이 징그러울 때가 있다. 요즈음 더욱 크게 느낀다. 역겨운 몸을 체감하지 않기 위해 나가 지닌 내 몸을 만지는 것이 꺼려진다. 특히 엉덩이를, 내 엉덩이를 내가 만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양손이 엉덩이 위에 얹히는 순간 끔찍하다. 손바닥의 너비에 비해 엉덩이의 너비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거대하다. 민둥산 두 덩이가 내 몸의 한 중간 양쪽에 착 달라붙어있는 느낌이다. 흑점의 개미가 오르다가 포기한 거대한 철산. 순간 내 몸이, 내 엉덩이 허우대가 내가 지닌 뇌세포의 무게를 소환.. 더보기
바쁘다 바빠 바쁘다 바빠. 연말이다. 그야말로 바쁘다. 며칠까지 무엇에 대해서 정리하여 제출하라. 며칠까지 그것에 대해서 진행 과정을 순차적으로 작성하라. 며칠까지는 저 분야 1년 통계를 내서 제출하라. 또 며칠까지는 1년 한 일에 대해 숫자화를 시킨 후 문서화를 한 것을 제출하고 그리고 무엇이며, 그것이며, 저것이며, 1년을 돌아보라. 반성하라. 열나게 반성하고 내년을 또 기꺼이 열 받치면서도 살아낼 것을 다짐하라. 약속하라. 12월이 시작되면서 하달되어 있는 것들이다. 일종의 보고서들이다. 내려온 문서, 12월 계획을 둘러보면서 생각했다네. 정말 긴 시간 살아냈구나. 1년을 참 길게 살았구나. 1년을 참 알뜰하게 살았구나. 1년을 어떻게든 이겨내기는 했구나. 그리하여 1년이 또 연초 고이 접어 만들어 둔 나래도 .. 더보기
눈 내리는 날의 아침을 걷다 올겨울 처음으로 눈 내리는 날의 아침을 걸었다. 나는 온갖 종류의 음악을 즐긴다. 시시때때로, 때와 장소, 상황 등을 고려하여 그에 적당한 음악을 내 생의 무대로 불러온다. 음악들은, 가지가지 대중 매체들은, 그때에는 대중을 제쳐두고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해서 기꺼이, 그리고 마침내 거룩한 소리를 내게 들려준다. 종교의식이나 제사, 체육 행사 등에 사용되었다는 그리스나 이집트 등의 고대 음악도 종종 듣는다. 덕분에 파이프 오르간이며 하프, 리라, 금, 슬까지 다양한 악기 소리에도 친근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나는 여러 악기를 대형 화보로 그린 적도 있다. 물론 일터에서 내게 하달된 업무의 하나였지만 말이다. 석기시대 원시 음악도 상상 속에서 마음껏 즐기곤 한다. 그 재미가 얼마나 큰지 나 아니고는 어느 .. 더보기
어느 하루 도무지 추스를 수 없을 듯 묘한 심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어찌하랴! 어느 하루 도무지 추스를 수 없을 듯 묘한 심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어찌하랴! 어제 퇴근길, 일터를 나서면서 유튜브 강의를 들으려다 멈췄다. 내 눈을 솔깃하게 한 창이 떠 있었다. JTBC 국악 오디션이었던 편이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유튜브 강의를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유난스럽다. 이런 나를 알면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공부 못해서 환장했느냐고.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다. 당신은,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환장했다고. 어미 아비가 원하는 것 다 해줄 테니 공부만 해라. 진즉 좀 할 것을, 그 어미와 아비는 저 세상으로 가시고 내가 어미가 되어서야 공부 덜 한 것이 후회된다.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 어제는 아니었다. 어제는 내 온몸과 온 정신을 축 늘어뜨리고 .. 더보기
소국, 내년을 기약하면서 안녕을 고하다 소국, 내년을 기약하면서 안녕을 고하다. 쉽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에 실천했던, 겨울에도 일찍 출근하기와 아침 40분 이상 걷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상 시간이 삼십 분 늦은 시각이었다. 금요일처럼 빨리 눈을 뜨지 못했다. 서둘러 준비했지만 출근길 출발 시각은 일곱 시를 넘어섰다. 금요일보다 20분을 늦게 집을 나섰다. 왼쪽 입술 귀퉁이가 크게 부르텄다. 이를테면 입술이 쥐었다. 입술 끝에서 시작하여 살갗까지 두둑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는 터질 듯 액체가 가득 들어섰다. 고름일 것이다. 주말 이틀 연고를 발라도 잠잠해지지 않는다. 점점 번져간다. 직선거리로 잰 상처의 너비가 2센티 미터는 되겠다. 지저분해 보여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 시절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지난 주일 몸이 부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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