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창작 썸네일형 리스트형 밤바다를 다녀왔다 밤바다를 다녀왔다 해상 불꽃놀이 같은 곳을 공유하면서도 낯모르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전생의 인연이었을까 가고싶지 않은 곳 묶음 속에 각각 한 점 꼭지의 어느 지점을 향해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향하는 곳이 물이기에 죄없는 흙을 저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리라 다행이지 빛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는 시각 서로 깊이 있는 반향을 드러내지 않아도 용서되는 밤 나도 너도 굳이 서로를 인식하지 않아도 꾸짓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줄 수 있는 날 이차와 삼차로 이어진 우리들의 밤은 자정 지나서도 서로를 놓을 수 없었다 어색한 출발 걸음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불빛을 필름에 담으면서 놓고 온 흙판위에서도 서툰 놀음이었던 우리가 그리웠다 더보기 고수 예찬 1 고수 예찬 1 뭔가 부도덕한 짓이나 혹 모순된 언어질이나 어쩌면 애매하기만 한 어떤 쉼표도 마침표도 느낌표도 물음표도 어색할 것 같은 처음도 끝도 모를 어두 커컴한가 하면 매애앵 맹한 손짓 발짓을 육신의 뼈 마디 마디 못 밖아뒀다가 펼쳐내어 처음 시작되는 곳 바로 그 앞에 잔뜩 쌓인 산적한 멀미로부터 나를 벗어나게 할 것 같은 꽉 막힌 길 끝자락 그 끝에 서 있는 철퍼덕 퉁퉁 분 내 몸뚱이 가늘게 옆으로 뉘여 흐르게 할 것 같은 샛길 곱게 분칠하여 조그마하나 튼튼한 요를 깔아 짐짓 내게 내줄 것 같은 그런 맛 더보기 익숙해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문득 숙인 고개를 들어보니 세기말( 世紀末 ) 행색의 내가 보였다 내가 선물 받은 한 세기의 끝이 내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고 나는 이미 나를 찾는 이들의 수요에서 멀어져 있었다 차라리 몰락이라면 끝이라는 낱말이라도 자리할 수 있을 것을 거나하게 짓밟고 간 이전 세기의 흔적이 새삼 퇴폐와 향락으로 복원되고 들추고 일어선 철학 의자에서 사람은 이미 그늘이었다 뒤늦게 비린 사상에 매몰된 것을 알아챈 나는 어서 쉰 밥 타령이라도 해서 아랫목의 옆자리나마 빌어 앉고 싶었으나 육신이 먼저 젖은 습성 안에 젖어 들어 나는 미주알고주알 연신 상반신을 흔들면서 사죄를 빌고 있었다 새벽이 저 앞을 달리고 있었다 무서운 거다 낡은 의자에 익숙해진 늙은 몸의 하소연이었다 더보기 오목을 어루만지면서 오목을 어루만지면서 잔뜩 움츠린 몸사위 그대로 웅크릴 수 있다면 등줄기 서린 경련 만나지 않고 우선 비위 뒤틀리지 않고 숨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어릴 적 고향 집 토방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던 개미들의 등짐 어루만질 수 있는 곡선의 편안함을 마련하고자 꼭꼭 숨겨둔 공간입니다 가끔 아주 가끔 그곳 둥근 자유 안에 어설픈 몸뚱이 눕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 아침 이른 출근길의 장대비와 함께 했습니다 황송스러움이 느껴질 만큼 웅장한 아침이었습니다 빗방울의 모임이 웅장하다니요 폭포 물 마구잡이로 쏟아지듯 죽죽 퍼붓던 여름 종횡무진하던 어느 촌부 논두덩이 안부의 길이 떠올랐습니다 긴 호흡의 아름다운 글을 당신의 방에 가서 읽고 올 때면 어서 내 눈 앞에 펼쳐놓은 민망한 현실을 벗어나야 할 것 .. 더보기 그제 노을 그제 노을 연붉음 노르스름한 가을 높이 위로 눈을 내려놓고서 아침 출근길 벌써 해진 마음 다스렸던 날 그날 오후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각의 한 남자는 옅붉은 주홍으로 하루를 접는 노을과 함께하고 있었단다 내가 가을을 이야기하자 그는 대뜸 공중으로 사진을 전해왔다 나는 맞대응의 법칙을 적용했지 온전한 태양을 원한다 그도 적시 타전을 해왔어 이것만으로 충분해 더는 구하지 말라 더는 요구하지 말라 더는 기대하지 말라 분에 넘치는 심층의 숫자를 바라지 말라 나는 이내 고개 수그렸고 하늘은 내게 만만해하지 말라며 바람을 몰고 덤볐다 퇴근길 예정되어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도 있어 다행이라 여기면서 낱낱이 꿰어물어 분해하지 않은 물음으로 그가 내건 한계선상에 기꺼이 입을 맞췄다 이만하기를 다행이라고 여기자 단 두 장 ..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