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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저녁 식사를 하지 않겠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 복잡하다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심장에 칼이 들어와도 어쩔 수 없다 눈 딱 감고 딱 한 번만 안 한 것을 했다고 하기로 했다 분명 노란색을 칠했는데도 파란색을 칠했노라고 말하기로 했다 당당하게 뻔뻔하게 지옥행으로 들어설 것을 각오하고 장렬하게 염라대왕의 발에 밟힐 것을 무릅쓰고 더보기
이런 놈 저런 놈 그런 놈 이런 놈 저런 놈 그런 놈 막걸리와 소주를 합해서 마신 술로 거나하게 섣달그믐의 밤을 취한 이가 정신의 일탈을 용납하겠노라고 선언하더니 쉼없이 자기 생을 펼쳐 내놓았다 밤새 자기 생에 다녀간 이들을 불러들였다 시어머니 빨간 빤스 한 장 사서 덩실덩실 허리춤에 매고 온 여자 있었기에 다행이었노라고 어르고 달래지 않았는데도 쌩쌩하게 자라나서 세상을 일구고 있는 컴퓨터꾼 사나이와 언어도사로 사는 공주님이 있어서 비로소 행복을 들먹이면서 사노라고 하루하루 갓난아이 놀소리하듯 연명하는 나에게 속도 모르고 온 놈 무작정 바로 온 놈 아래층 실내 골프장을 다녀온 놈 이런 놈 저런 놈 그런 놈 내 생은 그 사람들 있어 행복했노라고 소주잔에 뼈만 앙상한 새끼손가락 담가 자그마한 원을 그리면서 말했다 충분히 기특한 삶이었.. 더보기
야보롯이 야보롯이 내 생은 늘 유사성의 무늬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협곡 날카로운 그곳 뾰족 뼈져 나온 귀퉁이 위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차라리 승천을 꿈꾸는 아, 시발~ 덧댄 파스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고리타분한 발바닥 냄새를 붙잡고 있느라 잠 못 드는 밤 질긴 핏줄의 불면 싸디싼 양잿물 속 다 삭은 면티에 굵은 바느질을 해대던 매양 야보롯이 놓여있는 사발 접시의 지루한 궁리 같은 것 야보롯이. 우리 엄마가 늘 쓰시던 말씀인데, 왜 어학사전으로 검색이 되지 않는지. 시인 문정희의 글 등 몇 단문에서만 보이지 한글 전문 안내에서는 읽을 수가 없으니, 뭘까. 통 일상이 위태로워 한끝 편히 숨 쉴 틈이 마련되지 아니하니, 아, 이를 어쩐담? 어제도, 오늘도 벌어지는 일마다 불안했다. 어젯밤에 새삼 익.. 더보기
딱 한 걸음의 거리 딱 한 걸음의 거리 길을 나섰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었다 시작된 길은 굳이 덤불 헤쳐 나갈 필요가 없는 매끄러움으로 꽉 찬 곳 그늘 서린 곳을 비껴가야 할 까닭이 없었다 위풍당당한 걸음을 흉내 내지 않아도 되었다 가시 돋힌 부분마저 삭제하지 않았다 닿을 수 있는 곳 도착해야 할 거기 고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해진 꿈 온몸으로 미리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찌스러기 한 덩이를 안고 걸어도 크게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었다 며칠 전 건네온 수제 양장 한 벌을 굳이 몸에 걸고 걷지 않아도 되었다 결과가 약속된 걸음은 미세한 조정도 불필요한 것 어서 걸어 반짝이는 리듬을 발자국에 붙이렴 그럴싸한 포장이 아니더라도 든든하니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가렴 다만 딱 한 걸음의 거리라 생각되면 그곳에서 멈추렴 더보기
나의 글쓰기에 대한 반성 나의 글쓰기에 대한 반성 아침 일기쓰기의 시작 1년 여 세월 내가 쓴 글들 뒤집어서 몇 읽다가 발견한 것은 잘 알면서도 되풀이되는 오류를 끊지 못하는 것은 습관이라는 무서운 풍토병(?) 때문이리라 더 이상에 주저앉아 있는 불필요한 반복 아주 많은 기러기에 덕지덕지 달라 붙어있는 지저분한 낱말들 꾸밈말의 남용은 과잉 감정의 미운 돌기 고쳐지지 않는 맞춤법이 텔레비전을 텔레비젼으로 변모시키고 리더십인지 리더쉽인지 필링인가 휠링인가 허우적허우적 내 어릴 적부터 쌓아지고 굳혀진 언어 습관 및 쓰기 습관이리니 어서 고치자 산만하면서 어중이떠중이 모두 데려와서 쓰는 긴 문장들 고리타분하면서도 어둠침침하게 늘어뜨린 만연체 문장을 쓰면 내 안의 것을 깡그리 퍼낼 수 있으리라 생각이었을까 문맥의 흐름이 흔들릴 때 그곳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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